『おいしいごはんが食べられますように』, 高瀬隼子(講談社, 2022)
이 책처럼 읽다가 멈칫한 책은 없다. 인물들의 행동과 사고가 내 독서를 방해했다. 읽는 데 넉 달이나 걸렸다. 일상의 바쁨이 한몫했다지만 참 너무한 책이다. 아이러니하게도 과정은 고단했지만 마지막 페이지를 읽고 책을 덮을 때 내 손은 느리게 움직였다.
니타니와 오시오의 시점이 번갈아 가며 진행되는 직장인들의 민낯을 그린 이야기다.
昼休みの十分前、支店長が「そば食べたい」と言い出した。「おれが車出すから、みんなで、食いに行くぞ」と数人を引き連れ、高速のインター近くにあるそば屋まで出かけて行き、二谷と藤さんの二人だけが部屋に残った。 p.3
점심시간 10분 전, 지점장이 소바를 먹고 싶다며 말을 꺼냈다. “내 차로 모두 먹으러 다녀오자고.”라며 여러 명을 데리고 고속도로 진·출입로 부근에 있는 소바 가게까지 나가버렸기에 사무실에는 니타니와 후지 두 사람만이 남았다.
전형적인 꼰대 상사가 첫 페이지 첫 문장에 등장한다. 이 소설의 배경과 전개가 잘 드러나는 대목이다. 직장인들의 고충이 가득 담겨있겠다고 생각하며 글을 읽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눈을 찌푸렸다.
藤さんが席を離れて冷蔵庫の方へ歩き出し、すぐに立ち止まった。芦川さんの席の前だった。躊躇なく芦川さんの机上に置かれていたペットボトルのお茶に手を伸ばし、飲みかけらしいそれをさっさと開けて飲んだ。二谷の視線に気付くと、いたずらがばれた子どものような卑怯な顔で笑って「どうしても喉が乾いててさあ」と言い訳をした。 p.6
후지가 자리에서 일어나 냉장고 쪽으로 걸어가더니 바로 멈췄다. 아시카와 자리 앞이었다. 주저하지 않고 아시카와의 책상 위에 놓여있던 페트병에 손을 뻗더니 마시다 만 차를 냉큼 마셔버렸다. 니타니의 시선을 느끼고는 장난을 들킨 아이 얼굴을 하며 능글맞은 표정으로 웃으며 “너무 목이 말라서 말이야.”라는 변명을 했다.
‘이런 장면이 계속 나오겠지.’ 한숨을 쉬며 페이지를 넘겼다.
아시카와는 경력이 있지만 능력은 없는 여직원으로, 어려운 일이 있으면 눈물을 보이거나 두통을 핑계로 조퇴를 하는 등 일 자체를 회피한다. 하지만 맛있는 디저트를 만들어 나눠주거나 늘 천사 같은 미소로 동료와 상사의 비위를 맞춰가며 회사에서 살아남는다. 이를 못마땅하게 여긴 오시오라는 동료 여직원이 왜인지 마음이 가는 니타니와 저녁을 먹으며 가까워진다.
「それじゃあ、二谷さん、わたしと一緒に、芦川さんにいじわるしませんか」…二谷さんが「いいね」と言った。 p.17~18
그럼 니타니 씨 저랑 같이 아시카와 씨 괴롭히지 않을래요? …니타니가 “좋아.”라고 말했다.
몇 페이지 안 가 니타니가 아시카와의 연인이라는 걸 보고 아연했다. 세상에 미친놈은 많구나. 아시카와의 보호 본능을 일으키게 하는 면이 성적으로 끌렸던 니타니는 그녀를 괴롭히면서도 결혼 계획을 세운다. 징그럽다는 생각을 몇 번이나 했는지 모른다.
不自然に早くなりすぎないように、味わっているように、でもおいしすぎて一気に食べちゃったようにも見えるように、二谷はフォークを口に運んだ。おいしいなら笑顔にならなきゃいけない。食べている時は、口がぐちゃぐちゃしているから口で笑えない。だから目とか頬っぺたで笑おうとするけれど、頬も終始動いているから形が安定しない。 p.95
너무 빠르지는 않게, 하지만 맛있어서 참을 수 없다는 것처럼 보이도록 니타니는 포크를 놀렸다. 맛있다면 웃어야 한다. 먹을 때는 입이 우물거려 웃을 수 없으므로 눈이나 볼로 웃어 보려 하지만 볼도 끊임없이 움직이고 있어 안정적인 웃음을 짓기 힘들다.
겉과 속이 다른 사회인을 적확하게 묘사하고 있다. 니타니가 아시카와의 케이크를 동료들과 함께 먹는 장면이다. 어찌 됐든 아시카와의 남자친구이므로, 단 음식을 즐기지 않으며 심지어 삼키는 것조차 힘든 상황임에도 웃는 표정까지 고려하며 억지로 케이크를 먹는다. 더는 먹기 힘들었던 그는 야근할 때 먹겠다며 디저트를 소중히 탕비실의 냉장고에 보관하지만, 사람들의 눈을 피해 디저트를 비닐에 넣어 한 손으로 뭉개버린 후 복도의 큰 쓰레기통에 버린다. 쓰레기통에 버려진 디저트를 발견하고 아시카와의 책상에 놓아둔 이는 오시오다. 아시카와는 이를 묵묵히 견디다 친한 선배의 도움을 받아 동정 여론을 형성한다. 아시카와를 앞뒤에서 성희롱하던 후지가 이 사건을 공론화하고, 동료들은 대놓고 아시카와를 싫어하던 오시오를 사건의 주범으로 지목한다. 능력은 있으나 제 감정을 숨기지 못한 오시오는 회사를 떠난다.
押尾さんが負けて芦川さんが勝った。正しいか正しくないかの勝負に見せかけた、強いか弱いかを比べる戦いだった。当然、弱い方が勝った。そんなのは当たり前だった。 p.138
오시오가 지고 아시카와가 이겼다. 옳고 그름의 승부의 탈을 쓰고 있었지만, 강함과 약함의 싸움이었다. 당연히 약한 쪽이 이겼다. 당연한 일이었다.
「二谷さんは目の前にある食べ物の話をほとんどしないから、わたしも、これおいしいですねとか、すごいふわふわとか、いちいち言わないで済んで、おいしくても自分がおいしいって思うだけでいいっていうのが、すごくよかった。おいしいって人と共有し合うのが、自分はすごく苦手だったんだなって、思いました。苦手なだけで、周りに合わせてできてはしまうんですけど。甘いのが好きとか苦手とか、辛いのが好きとか苦手とか、食の好みってみんな細かく違って、みんなで同じものを食べても自分の舌で感じている味わいの受け取り方は絶対みんなそれぞれ違っているのに、おいしいおいしいって言い合う、あれがすごく、しんどかったんだなって、分かって。二谷さんとごはんを食べる時はそれがなかったからよかった。一人で食べてるみたいで。でもしゃべる相手はいるって感じで。」 p.142
니타니 씨는 눈앞에 있는 음식 이야기를 별로 하지 않으니까 저도 ‘이거 맛있네요. 엄청 부드럽고.’ 하는 말을 하지 않아도 되고, 맛있어도 나만 맛있다고 생각하면 되니까 그게 좋았어요. 맛있다고 하는 사람과 맛있다는 생각을 공유하는 게 저와는 안 맞는다고 생각했어요. 맞진 않아도 사람들 반응에 어찌어찌 맞춰왔지만요. 단 게 좋고 싫다던가 매운 게 좋고 싫다던가 음식 취향이 모두 다른데도, 같은 음식을 먹어도 입에서 느끼는 맛이 모두들 다를 텐데도 ‘맛있네! 맛있어’하는 말을 주고받아야 하는 게 견디기 힘들었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니타니 씨와 밥을 먹을 때는 그런 걸 신경 쓰지 않아도 돼서 좋았어요. 혼자 먹고 있지만 이야기할 상대는 있는 느낌이랄까요.
오시오의 긴 호흡의 대사에 이 책이 하고자 하는 말과 일본 특유의 언어적·사회적 문화가 담겨있다. ‘相槌を打つ(맞장구치다)’, ‘空気を読む(공기를 읽다, 분위기를 파악하다)’라는 일본어가 있다. 끊임없이 호응과 동의를 요구하고 분위기를 읽어내야만 한다. 양날의 검이다. 소통과 배려로서 작용하기도 하지만, 자신을 드러내지 못하는 답답함과 꾸밈으로 점철된 일상에 대한 허무와 피로를 느끼게도 한다.
자신을 숨길 줄 알아야 어른이 되는 걸까? 솔직함을 잃어버리는 게 어른의 조건이라면 너무 가혹하다. 인간의 이면을 과감하게 묘사한 작가의 능력이 돋보이는 책이었다. 마음이 가는 인물이 없어 읽을 때는 버거웠지만, 소설의 큰 역할 중 하나인 ‘생각하기’는 충분히 했다. 활자만 따라가는 수동적 독서가 아닌 의도를 파악하고 이면을 찾아 분석하려는 능동적 독서를 한 것만으로도 큰 수확이다.
#연관도서 『가짜 산모 수첩』, 야기 에미(하빌리스, 2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