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췌독

2025.7.26.(토)

by KH

설명되지 않은 기다림은 설명된 기다림보다 길게 느껴지고 불확실한 기다림은 확실한 기다림보다 길게 느껴진다.

『경험의 멸종』, 크리스틴 로젠(어크로스, 2025) p.134



오늘 경험한 일에 들어맞는 문장이다. 치과 진료가 끝나고 병원비 결제를 위해 기다리는데 한참이 지나도(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며 시간을 때워도) 부르질 않아 답답했다. 예전엔 알아서 잘만 부르더니! 내 기준으로는 10분 기다렸나? 나보다 진료를 더 늦게 받은 어린이가 먼저 계산하는 것을 보고 안 되겠다 싶어 “저는 언제 결제하나요?”라고 물어보고 나서야 바로 결제하고 나올 수 있었다.


그리고 알라딘 중고서점에 책을 팔려고 대기표 2번을 뽑고 기다리는데 직원이 바쁜지 자기 일만 하고 있었다. 카운터에 있는 직원은 대기 인원이 있다는 것을 모를 리 없는데 1번 사람조차 부르지(누르지) 않는 것을 보고는 ‘다들 많이 바쁘구나’ 생각하고 서가 사이를 헤맸다. 기약 없는 기다림이 무척 길게 느껴졌다. 대기 1번 벨이 울리고 아무도 카운터에 찾아오지 않자 직원은 또 자기 일만 하려 했다. 2번을 안 누르길래 주변을 어슬렁거리며 시선을 보냈다. 그제야 2번이 있다는 것을 알고 몇 번이나 사과하며 내 책을 바코드에 찍기 시작했다.


결국 또 나는 기약 없이 기다리며, 쓸데없는 시간을 낭비한 기다림을 경험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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