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과』, 구병모(위즈덤하우스, 2018)
독특하다. 이런 맛 소설을 읽는 거지. 참으로 독특하다.
문장의 호흡이 길어 집중을 요하는 문장이 많았으며, 생소한 어휘가 많아 자꾸만 멈춰서 사전으로 찾아봐야 했다. 대체 가능한 어휘가 여러 개 떠올랐지만 예순이 넘는 주인공의 나이를 고려하여 선택한 어휘이겠거니 짐작하며 페이지를 넘겼다. 덕분에 국어사전을 부단히 찾으며 배웠다.
*힁허케: 중도에서 지체하지 아니하고 곧장 빠르게 가는 모양 p.22
*가욋일: 필요 밖의 일 p.27
*쉬척지근하다: 몹시 쉰 듯한 데가 있다 p.30
*구들더께: 늙고 병들어서 방 안에만 들어박혀 있는 사람을 놀림조로 이르는 말 p.31
*도지개를 틀다: 얌전히 앉아 있지 못하고 몸을 이리저리 꼬며 움직이다 p.51
모든 틈이 다 메워져 있지는 않았지만 그렇기에 독자에게 생각할 틈을 주는 소설이다. 킬러라는 특수성 때문에 주인공이 인간성을 상실했고 이를 회복하는 과정을 그린 소설이라 짐작했다. 하지만 주인공은 인간성을 상실한 적이 없고 잊혔을 뿐이었음을 알게 되었다.
혀에 감긴 귤 알맹이가 부서지자 입안이 달콤하면서도 청량한 감각으로 채워지고, 세로토닌이 한껏 상승한 상태에서 조모와 손녀를 바라보니 그들이 진정으로 사랑스럽다. 나름의 아픔이 있지만 정신적 사회적으로 양지바른 곳의 사람들, 이끼류 같은 건 돋아날 드팀새도 없이 확고부동한 햇발 아래 뿌리내린 사람들을 응시하는 행위가 좋다. 오래도록 바라보는 것만으로 그것을 소유할 수 있다면. 언감생심이며 단 한순간이라도 그 장면에 속한 인간이 된 듯한 감각을 누릴 수 있다면. p.2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