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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홍걸 Mar 06. 2022

블랙머니

희대의 금융 사기극

블랙머니 


[정보]

개요: 범죄, 드라마, 한국

개봉: 2019. 11. 13.

감독: 정지영

출연: 조진웅(양민혁), 이희늬(김나리)


*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영화를 안 보신 분들은 주의해 주시기 바랍니다.

[전체내용]

 서울지검 ‘막프로’ 양민혁검사. 그는 검찰 내에서 거침없이 막 나가는 문제적 검사로 이름을 날리다가, 자신이 조사를 맡은 피의자가 성추행을 당했다며 자살하는 사건으로 인해 하루아침에 벼랑 끝에 내몰립니다. 억울한 누명을 벗기 위해 내막을 파헤치던 그는 피의자가 대한은행 헐값 매각 사건의 중요 증인이었음을 알게 됩니다.


 자산가치 70조 은행이 1조 7천억 원에 넘어간 희대의 사건 앞에서 양민혁 검사는 금융감독원, 대형 로펌, 해외펀드 회사가 뒤얽힌 대한민국 최대의 금융스캔들의 실체와 마주하게 됩니다. 


 예전 한 때 우리나라 전체를 떠들썩하게 했던 외환은행과 론스타 사건을 소재로 만들어졌다고 합니다. 이 문제에 대해 신문이나 방송에서 연일 떠들었지만 난 그게 어떻게 된 것인지 정확히 몰랐습니다. 그런데 이 영화를 통해 어느 정도 실체를 파악할 수 있었습니다.


[줄거리와 소감]

 한 연인이 데이트를 하다가 전화를 받고 집으로 돌아가던 도중, 갑자기 나타난 대형 트럭에 의해 차 사고를 당합니다. 남자는 그 자리에서 즉사하고 여자는 차문을 열고 탈출하는 바람에 가까스로 목숨은 구합니다. 

 하지만 그 여자도 며칠 후 강가에 있던 차 속에서 싸늘한 죽음으로 발견됩니다. 연탄을 피워 자살한 것으로 추정되지만, 아마도 남자를 죽인 그 범죄 집단에서 자살로 위장을 한 죽임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런데 그 여자가 동생에게 보낸 유서 비슷한 문자에 보면, 자신이 검찰에서 조사를 받던 검사에게 성추행을 당해 수치스러워 죽고 싶다는 내용이 적혀 있습니다. 


 이게 언론에 알려지자, 당시 그 여자를 조사했던 양민혁 검사는 졸지에 성추행 검사로 낙인찍힙니다. 자신은 절대로 그런 일이 없다며 주변에 하소연을 하지만 아무도 그를 믿어주지 않습니다. 이게 우리나라의 또 하나 문제가 아닌가 합니다. 피해자가 성추행을 당했다고 말하면, 그게 진실이든 아니든 상관없이 그 사건을 대서특필해 그 사람을 매장시켜 버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참으로 무섭습니다. 그러니까 범죄 집단에서도 살인을 자살로 위장을 하면서도 이런 치사한 방법이 동원되는 것 아닌가 싶습니다. 


 양민혁 검사는 조사에서 손을 떼라는 윗사람들의 지시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이 문제를 파헤치고 들어갑니다. 그렇게 조사를 하다 보니 교통사고로 죽은 남자와 이 여자는 연인 관계였고, 남자는 금융감독원에 근무를 하고, 여자는 은행에 근무하면서, 은행의 BIS비율(자기 자본비율)을 조작한 서류 7장을 금융감독원으로 팩스 보낸 사실이 있고, 이들은 대한은행 헐값 매각 사건의 중요 증인이라는 것까지 알아냅니다. 


 아마도 이들이 입을 열면 뒤에 높으신 분들이 다칠 수 있기 때문에, 미리 손을 써서 교통사고로 위장해 모두 죽여버리라고 했던 것입니다. 


 양민혁 검사는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에 이 사건에 대해 캐면 캘수록 더 엄청난 비리가 드러납니다. 70조 가치의 은행이 단돈 1조 7천억에 넘어 갈려고 하는 것입니다. 그것도 우리나라의 총리와 내로라하는 높으신 분들과 금융감독원, 대형 로펌회사, 외국 펀드회사가 손을 잡고 이 작업을 해 먹고 있는 것입니다. 


 이 사건의 수사를 막기 위해 위로부터 검찰총장에게 수사를 하지 말라는 압력이 들어옵니다. 그래도 검찰총장은 자신이 책임질 테니 끝까지 수사하라고 하면서 검사들에게 지시를 내립니다. 그러다 뇌물수수 혐의를 씌워 검찰총장을 구속하고 끝내 사표를 내고 그 자리에서 물러나게 만듭니다. 참으로 대단한 권력입니다. 그 무서운 검찰총장까지 한 방에 날아가니 말이지요.

 

그런 와중에 수사를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밝히려 달려드는 양민혁 검사와 그의 수사관은, 대형트럭에 의해 죽을 뻔하는 위기에 처하기도 합니다. 그래도 안 되자 연봉 20억을 주겠다면서 자신들의 대형 로펌회사로 들어오라는 권유도 합니다.


“‘하충불가 이어 어빙(夏蟲不可以語於氷)’ 여름 한 철 사는 벌레가 어찌 얼음에 대해 말할 수 있으랴. 연봉 20억부터 시작하지. 넓은 세상으로 나와. 3억짜리 양주인데, 이거 한 잔 들이키고 복잡한 생각 다 걷어내. 성추행 누명도 벗겨주겠네”


 양민혁 검사는 20억이라는 말에 잠시 흔들립니다. 검사 사직서를 써 놓고, 다음 날 로펌을 갈 생각을 하며 밤새 술을 마시기도 합니다. 


 하지만 다음 날, 자신의 생각을 고쳐먹고 사직서를 찢어버리고 다시 수사를 시작합니다. 그들의 비리에 대해 확실한 증거물을 확보한 양민혁 검사는, 부장검사의 명령에 의해 수사관들을 동원해 이광주 전 총리와 거물들이 놀고 있던 건물로 쳐들어갑니다. 총리와 더불어 높으신 분들이 줄줄이 수갑을 차고 검찰청으로 끌려옵니다. 


 그런데 이광주 총리의 심문을 맡았던 부장검사가 말합니다. 

 “총리님이 우리 검찰을 우습게 보셨습니다. 후배들의 존경을 받는 총장까지 낙마시키고”

 “김부장이 이 일을 감당할 수 있겠소”


 그러자 한참 망설이던 부장검사는 갑자기 태도를 돌변해, 자신이 감당할 수 없을 것 같다며 그의 앞에 머리를 조아린다. 


 “감당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대신 저를 차기 총장으로 밀어주십시오. 좋은 총장이 되겠습니다”


 이렇게 해서 어렵게 잡아온 이광주 총리와 그의 일당들을 모두 풀어주게 합니다. 그리고 대한은행 매각 심의 날이 됩니다. 이때 양진혁 검사가 믿었던 CK로펌의 김나리 변호사까지 배신을 하면서 징벌적 매각이 아니라 단순 매각이 타당하다는 의견에 만장일치로 결정이 납니다.

 

김나리 변호사는 원래 양진혁 검사와 함께 이 사건을 함께 조사하면서 그래도 양심적으로 나라를 걱정하고 불법에 순응하지 않는다는 뜻을 보였는데, 거기에 자신의 아버지가 연루돼 있다는 걸 알게 되면서 조용히 입을 다물게 됩니다. 


 양민혁 검사는 이런 결과가 나온 것에 대해 속이 터질 것 같은 분노를 느끼면서, 대한은행 직원들이 데모를 하고 있는 무대에 올라가, 자신의 가방 속에 있던 비리의 증거들을 보여주면서 소리칩니다. 

 “중수부장 김남규가 수사를 막았습니다. 저 정치검찰을 고발한다!”


 하지만 아무런 변화도 끌어내지 못하고 영화는 이런 자막을 보여주면서 끝을 맺습니다. 이게 대한민국의 현실이라는 생각에 마음에 울분이 생깁니다.


 “2012년 스타펀드는 대한은행을 매각하고 한국은행을 떠났다. 그들은 매각 지연을 이유로, 한국 정부에 5조 원대의 투자자-국가 간 소송(ISD)을 제기했다. 패소할 경우, 그 배상금은 국민의 세금으로 물어야 한다. 본 사건과 관련하여 구속된 사람은 현재까지 단 한 명도 없다.” 



[키워드]

1. 사명감이 있어야 한다. 

다른 직업도 마찬가지이지만, 특히 나라 일을 하는 사람들이 자신의 사리사욕을 먼저 생각하면 그 나라의 미래는 없어집니다. 돈을 벌기 위해 금융감독원, 검찰이라는 직책을 이용하고, 총리라는 직책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넘쳐나는 세상. 참 안타깝습니다. 이들은 또 죄가 밝혀져도 처벌을 해야 하는 사람이 오히려 머리를 조아리니 더 할 말이 없습니다. 탄식만 나옵니다. 


2. 이 영화에 감사를 표합니다. 

 이 영화가 아니었다면 국민들은 이런 일이 있었는지조차 모르고 지나갈 뻔했습니다. 이런 사건이 있었다는 걸, 누가 어떤 비리를 저질렀는지 알았다는 것만으로도 큰 성과가 아닌가 싶습니다. 이런 게 밝혀져 점점 밝은 세상이 되면 이런 비리들이 사라지는 날이 오겠죠. 


3. 인성 교육의 절실함

 우리는 모든 것이 돈에 맞춰져 있습니다. 돈이 많아야 행복할 수 있고, 권력이 있어야 돈도 많이 챙길 수 있으니 어릴 때부터 모두 돈에만 혈안이 돼 있습니다. 그래서 인성 교육은 점점 사라지고 시험 잘 치고, 돈 잘 벌 수 있는 교육만이 난무합니다. 그렇게 공부한 학생들이 높은 직책에 올라갔을 때, 돈을 챙기기 위해 또다시 이런 일이 일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가 아닌가 싶습니다. 인성교육을 훨씬 더 늘려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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