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극악의 합격률 전기기사 합격한 노하우 1편(시간 확보)

플랜트 전기계장 (18)

by 지욱
ChatGPT Image 2025년 6월 29일 오후 08_02_24.png


2023년 7월에 전기기사 필기시험에 합격했었다. 자격증을 취득하기 위해서는 실기시험도 치러야 하는데, 실기시험은 필기시험에 합격한 날 이후 2년 이내에 응시해야 한다. 2년 이내에 응시하지 않거나, 2년 동안 치른 실기시험에 모두 낙방한 경우에는 필기시험을 다시 봐야 한다.

나는 2023년 8월에 인도네시아 현장에 출장을 갔고, 그 후로 약 1년 이상 실기시험을 볼 기회가 없었다. 실기시험 기간에 맞춰 휴가를 나올 수 있을 만큼 현장이 여유롭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2025년이 시작되자 조금씩 초조해지기 시작했다. 이대로 필기시험의 2년 유효기간이 만료되는 것은 아닐까?

결국 2025년 2월 1일부터 인도네시아에 가져간 책들과 인터넷 강의로 전기기사 실기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약 80일 후인 4월 20일에 실기시험을 치렀다. 이를 위해 휴가를 써서 4월 17일부터 한국에 나와 있었고, 합격 통보는 6월 13일에 받았다.

쉽게 출제되면 합격률이 60% 이상까지 나오기도 하는 실기시험이었지만, 이번에는 7.01%로 집계되었다. 한국산업인력공단 데이터 기준으로는 11,441명이 응시했고, 802명이 합격했다고 한다. 대단한 성과는 아니지만, 이 글을 읽는 독자들에게 도움이 되기를 바라며 내가 어떻게 공부했는지 이야기해 보려고 한다.

총 3가지 주제로 나누어 이야기할 예정이며, 오늘은 "공부 시간 확보"에 대해 이야기해 보려고 한다.

(참고로 내가 합격했던 2023년도 2회 전기기사 필기는 약 180시간 정도 공부했고, 당시 합격률은 약 20%였다.)




먼저 나의 배경을 설명하자면, 나는 4년제 전기전자학과를 졸업했고, 플랜트 분야에서 약 8년 정도 일한 상태이다. 배경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공부가 절대 쉽지는 않았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손에 놓았던 공부를 다시 시작한 것을 감안하면, 실력은 공과대학 졸업반 수준과 비슷하거나 조금 낮았다고 보면 될 것이다. 확실히 나이가 들고 나니(30대 중반), 10대나 20대 때보다 머리가 빨리 돌아가지 않는다는 것을 느꼈다.

직장인이 자격증 공부를 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공부 시간 확보다. 본격적으로 전기기사 실기 공부를 시작하기 전에 어떤 동영상을 본 적이 있다. “합격을 위해 전기기사는 300시간, 전기기술사는 3,000시간이 필요하다”라는 말이었다. 기술사는 모르겠지만, 전기기사는 대략 맞는 말인 것 같다.

나의 경우를 돌아보면, 공부를 시작해서 시험일까지 약 80일 동안 340시간 정도 공부했다. 하루 평균 4.25시간꼴인데, 매일 꾸준히 같은 시간만큼 공부한 것은 아니었다. 주말에는 10시간 혹은 12시간씩 공부한 날도 있었고, 평일에는 1시간 정도밖에 하지 못한 날도 있었다. 직장인이라면 이 300시간을 어떻게 슬기롭게 시험 일정에 맞춰 배분할지를 먼저 고민해야 한다.


KakaoTalk_20250629_200217892.jpg


다만 하루도 공부를 하지 않고 보낸 날은 없었다. 공부를 처음 시작한 2월에는 통근버스를 타고 직장에 출퇴근했는데, 왕복 시간은 약 2시간 반 정도였다. 이 시간 동안 동영상으로 개념 강의를 들었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큰 도움이 되었던 것 같지는 않다. 쉬운 내용을 공부해도 버스 안에서는 졸기 마련인데, 어려운 내용이라 더 졸렸고 실제로 잠도 많이 잤다.

버스에서 영상 강의가 도움이 되었다고 느낀 특별한 경우가 하나 있었는데, 지금도 정확히 기억난다. 집에서 문제를 풀다가 끝까지 풀리지 않았던 문제들의 해설 강의를 들을 때였다. 그때는 전혀 졸리지 않았고, 문제를 이해하는 순간의 깨달음이 너무 행복해서 잠이 깼던 적도 있었다. 출퇴근 시 대중교통에서 어쩔 수 없이 공부해야 하는 직장인이라면, 모르는 내용을 억지로 들으면서 졸기보다는 끝까지 안 풀렸거나 자신을 괴롭혔던 문제의 해설 강의를 이 시간에 듣는 것을 추천한다. 적어도 졸리지는 않았다.

2월을 그렇게 보내고, 3월부터는 회사에서 제공하는 공장 옆 기숙사로 옮기게 되었다. 시설은 도시와 떨어진 고립된 장소였지만, 출퇴근 시간이 크게 줄었다. 출근 5분, 퇴근 5분이었다. 이로 인해 공부할 수 있는 시간이 많아졌고, 많을 때는 평일에 순수 공부 시간이 7시간 이상인 날도 있었다.

하루 일과를 소개하자면, 오전 5시가 조금 안 되어 일어나 약 2시간 공부하고, 씻고 회사 식당에서 아침을 먹고 출근했다. 점심시간에도 식사를 빨리 마치면 약 1시간 정도 공부할 수 있었다. 저녁 5시 30분에 퇴근한 뒤, 밥을 먹고 씻고 책상에 앉으면 대략 6시 15분쯤 되었고, 이때부터 약 3시간 공부해도 밤 10시쯤에는 잘 수 있었다. 일과 공부만 반복했으며, 좋아하는 운동은 평일에는 포기하고 주말에 몰아서 했다. 확실히 이 시기에 실력이 많이 향상되었고, 자신감도 붙었던 시기로 기억된다.

전기기사 시험의 특성상 머리의 좋고 나쁨, 직업의 관련성을 떠나 절대적인 양의 암기와 문제 풀이가 꼭 필요하다. 그렇기 때문에 시험을 준비하기에 앞서 300시간 정도는 반드시 확보해 두어야 한다. 평일에 공부 시간을 많이 확보하기 어려운 직장인이라면, 공부 기간을 좀 더 여유 있게 잡는 것이 합격에 유리할 수 있다. 단기 합격을 원한다면 주말은 거의 전부 공부에 투자한다는 각오로 빨리 시간을 채워야 할 것이다.

다음 글에서는 더욱 구체적인 공부 방법에 대해 이야기해 볼 예정이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이 기기, 그냥 꽂아도 괜찮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