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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모마일 May 13. 2024

작고 소중한 마음이 가진 큰 힘

독후감    [의미의 발명 ]

[의미의 발명] - 김병수


'소소하고 무용해 보이는 것들이 의미가 된다 내가 의미 있다고 생각할 때 의미는 비로소 태어난다'


향우회(요즘도 이런 모임이 있는지는 모르겠다만)선배 오빠가 책을 냈다. '은근하고 다정한 마음의 방문'이라는 부제와 같이 다정하고 은근한 글이 가득찬 책이다. 그동안 페북에 썼던 글들을 다듬고 새로 엮어 작지만 알찬 책으로 냈다.


우리 향우회는 이제 손에 꼽을 몇 명이 남아 연락을 주고받으며 여전히 가까이 지내는데, 문득 따져보니 만나기 전 서로 모르고 지낸 세월보다 알고 지낸 시간이 훨씬 더 긴, 한 때 하늘같은 선배언니 오빠였으나 이제는 함께 늙어가는 처지이다. 앗. 내가 이런 과감한 표현을 써도 되는 걸까. 대부분의 자리에서 무게 잡아야 하는 나이가 되었어도, 흰 머리가 나고 눈가의 주름이 생겨도,  나는 여전히 언니오빠들 앞에서는 어리광 부리는 동생이다.


몇 년 전부터 이 책의 작가인 선배오빠는, 아침 7시에 여의도 직장 앞 스타벅스에서 커피 한 잔과 간단한  빵 종류로 아침식사를 하면서 책도 읽고 글도 한 편씩 쓴다고 했다(이런 멋진 루틴이라니!! 미쳐 돌아가는 아침 시간을 치르며 사는 워킹맘에게는 불가능한지라 더욱 부럽다). 그리고 꾸준히 페북에 글이 올라왔다. 작가님의 글은 나날이 일취월장했다. 글 솜씨보다 더 놀라운 속도로 성장한 것은 따로 있었다. 바로, 주변의 사소하고 작은 것들을 바라보는 예리하지만 따뜻한 시선이었다. 책을 읽다 보면, 화려한 수사를 띄워 유려한 문장으로 가득찼으나 차갑고 공허한 글도 많다. 그러나 우리 향우회 선배 오빠의 글은 오밀조밀하면서도 따뜻하고 다정해서 매끄럽고 단정한 문체와 어우러져 읽는 동안 마음이 편안해진다. 회사 일과 아이 시험 성적과 저녁 메뉴를 걱정하는 생활의 고단함이 스르르 녹아버리고, 나도 나의 마음이 있음을 깨닫게 된다. 그리고 주변의 소소한 것들이 주는 의미가 마음에 스며든다. 우리를 둘러싼 모든 것이 사실은 의미가 있고, 그 의미를 볼 수 있는 마음이 있다면 삶은 기쁜 것이라고, 작가는 말한다.


소소하고 무용해보이는 것들에게서 의미를 '발명'하는 작가의 시선이 그의 직업과 무관하지 않다고 나는 생각한다. 그는 모 금융기관에 근무하는데, 금융이란 모름지기 '관찰'하는 업이다. 환율과, 금리와, 산업 현황과, 정부 정책과, 재무제표의 움직임과 해외 시장 동향과, 미국 등 주요국가의 정책에 이르기까지, 셀 수 없는 지표를 빼꼼히 지켜보며 최적의 판단을 내리는 일이다. 금융의 어느 분야이던 이 속성은 변하지 않고, 하루 종일 사무실 의자에 앉아 모니터 속을 들여다보는 금융인들은 모두 '관찰자'이다 (나는 한 때 일에서 최적의 판단을 내리는/내리도록 돕는 '현명한 관찰자'가 되어야겠다고 공공연히 말하고 다니곤 했다). 선배오빠는 그 관찰의 시선을 모니터에서 주변의 세계로 돌렸다. 게다가, 수험생보다 더 오래 책상 앞에 앉아 일하던 성실함이 그 시선에 더해졌다. 존경하는 시인 정호승 님도, 9시부터 6시까지 작업실에 앉아 직장인처럼 시간을 지키며 글을 쓴다고 했다. 모든 직업에서 성실은 매우 큰 덕목이지만, 글쓰기에서는 game changer라 할 만큼 비중이 크다. 따뜻한 시선과, 예리하고 풍부한 관찰력과, 매일 아침 시간을 오롯이 쏟아부은 성실함이 합쳐지자 이렇게 예쁘면서 의미가 가득 담겨 묵직한 책 한권이 나왔다.  


아무 페이지나 펼쳐 서너페이지의 짧은 글 아무거나 읽다 보면 눈과 마음이 편안하고 모닥불을 쬐듯 포근해진다. 오래 가까이에 두고 읽을 책이다. -*-


#의미의발명

#직장인에세이

#따뜻한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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