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아침부터 아이들과 시작된 일상은 바삐 움직이는 신체에 비해, 시계의 속도는 느리다. 녹초가 될 오후 5시 반가운 소식이 손끝을 설레게 한다.
‘여보 나 이제 곧 도착해. 내가 애들 볼 게 나갔다 와.’
갑자기 설레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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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의 백팩을 가져와 옅게 쌓인 먼지를 툴툴 털고 내렸다. 가방을 열어 노트북과 소중한 무소음 마우스를 깊숙이 넣는다. 가방을 닫으려는 그때 떠오른 공책에 서둘러 방 안에 들어가 노트와 잘 깎은 연필 하나를 들고 나오며 나도 모르게 콧노래가 새어 나왔다. 그리고 그가 집에 돌아왔을 때, 그는 식탁 위 올려진 백팩을 보며 배시시 웃으며 말했다.
“스터티카페가?”
“응!”
두둑해진 백팩을 어깨에 얹었을 때 오랜만에 느껴진 감싸는 그 느낌이 꽤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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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가을의 언덕을 넘어가는 저녁 공기는 제법 차가움에도 불구하고 발걸음이 가볍다. 가지런히 눌린 어깨의 무게에도 불구하고 웃음이 새어 나온다. 이 순간 양 귀를 가득 채우는 노래를 어찌나 달콤한지, 나도 모르게 시후처럼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살짝씩 반동을 준다.
이 늦은 저녁 살짝 미쳤다.
마흔에 가는 스터디카페가 어찌 이리 달콤할까.
글 쓰는 게 어찌 이리 행복할까.
발걸음이 횡단 보호 앞 적색 신호에 경계선 앞에 멈춰 섰다.
지난해, 나는 이 경계선 앞에서 잠시 숨을 고르다 새로운 세상에 발을 디뎠다. 두려움과 설렘이 공존했던 그곳으로 발을 내딛기까지 오랜 시간 공들였으나 문턱 앞에 이르렀을 때 낯설었다.
그럼에도 나아간 것은 우리의 삶을 통해 따뜻함이 전해질 수 있길 바라는 뜨거운 진심 덕분 아니었을까.
나는 오늘 또 다른 메시지를 전하고 싶어 다시 이 경계 앞에 선다.
그리고 여전히 설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