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례하게 부탁합니다

당신에게 보내는 편지

by 김혜민

안녕하세요.

지난 한 달, 미흡한 제 글을 챙겨 읽어 주신 분들께 감사의 인사와 당부의 말씀을 전하고자 합니다.




저는 꿈 많고 욕심 많던, 혜민입니다.

부모님이 고심 끝에 지어주신 제 이름이 좋니다.

그에 주어진 삶도 힘겹지만 만족스럽니다.


제겐 사랑스러움을 넘어, 벅찬 두 녀석이 있습니다.

한 아이는 태어날 때부터 조금 아픕니다.

다른 녀석은, 아픈 오빠로 매 순간이 서운함의 연속입니다. 그리고 아이들에게 와이프를 뺏긴

큰 아들도 섭섭함에 어깨가 들썩입니다.


평범한 삶에 갑작스럽게 찾아온 아픔으로

행복과 고통 사이의 돌담길을 걷고 있습니다.


정기적으로 찾아오는 늪에, 발을 담갔다 꺼내기를 몇 번 더 해야 단단해질지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발이 깊숙이 들어갈 때 꺼내주는 이가 있기에 괜찮습니다. 제가 인복이 많더라고요.

힘을 내는 이유입니다.


그러나 조만간 앞에 깊은 웅덩이가 있을 거란 걸 알고 있습니다.

그 또한, 그때 가서 생각해보려 합니다.



저희와 같은 상황의 가족들이 주변에 많아지고 있습니다. 보는 관점에 따라 수치의 변동이 있으나, 증가한다는 점에선 동일합니다.

모 교수님은 외국 통계에 의하면 44명당 1명 꼴이라고 하시더라고요. 그때 생각이 들었습니다.


급상승중인 수치를 보며,
원인도 명확한 치료책도 모호한 사안에 대해,
우리는 이렇게 애쓰고 있음에도,
누구의 잘못도 아닌 선천적으로 가지고 태어남을
꼭 숨기며 살아야 할까 하는 의문이 생겼습니다.

헌법에는 누구나 자유롭게 지낼 권리가 적시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타인의 시선에 사로잡혀,

우리 아이들을 제한해야 하는 것일까요.

헌법이 제게 건네준 묵직함에 엄숙해집니다.


저는 이젠, 숨지 않으려 합니다.

타인에게 불편함을 주지 않는다는 전제하에, 아이를 제지하지 않으려 합니다.

헌법상 규정된 자유권을 보장해주려 합니다.




지난여름 비가 억수같이 쏟아지던 날,

아랫집 아주머니와 마주했습니다.

결국 누수였죠.

서로의 긴장한 얼굴은 심각성을 보여줬습니다.

우린 얼굴을 붉혔을까요?


등원을 마친 4시간의 수다로 아주 끈끈한 사이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오픈했습니다.

아이의 편안함을 위해서요.

더불어 저도 편안해지고 싶었습니다.


최근 두 번째 찾아온 코로나로 두 녀석이 심하게 뜁니다. 제지를 해도 그 순간뿐이죠.

'안녕하세요. 요즘 아이들이 너무 뛰어서 죄송해요 . 격리 끝나고 커피 한잔해요.'

그리고 바로 메시지가 옵니다.

애들이 뛰어도 시후가 건강해진다고 생각해서 그런지~ 잘 뛴다라고 생각해요.
신경 쓰지 마시고 몸 잘 챙기세요.

가슴속 한편에 뭉클함이 올라옵니다.

저 인복 많은 거 맞죠?




뜨겁게, 시후 이야기를 매거진으로 묶었습니다.

애쓰고 있는 아이의 삶을 현실적으로 기재함으로,

사회구성원의 일부로 살기 위해

30개월부터 시작된,

아이의 치열한 삶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혼자 알기엔, 그 노고가 너무 눈물겹거든요.


지난번 진료 때, 의사 선생님께서 그러시더라고요.

시후가 이렇게 까지 큰 건, 치료 덕이 아닙니다. 이 아이가 갖고 있는 내면의 힘입니다.


지난 시간 되돌아 생각하니,

그 내면의 힘을 길러준 것은

주변에서 시후에게 준 ‘사랑’ 덕분이었습니다.

주신 사랑,

배로 키워 앞으로 제가 베풀며 살겠습니다.

우리 아이가 사회구성원의 일원으로 조화롭게 섞여 살도록 지금처럼 애쓰겠습니다.


당신의 따뜻한 시선 하나로,

아이는 미소 짓습니다.


다름을 틀림이 아닌,

‘이해’라는 시선으로 바라봐주길 간청합니다.



너를 통해 엄마라는 말을 건네받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던 시간을 보상이라도 하듯

나를 뒤에서 포근히 안으며 나지막이 사랑한다 속삭이는 너와의 지금이 소중해.

바람소리 쓸쓸한 날에도,
햇살이 따스히 내리던 날에도
너로 인해 행복했어.

저 넓은 밤하늘에 반짝이는 널 닮은 별 하나,
그리고 손 닿을 거리에 있을 나.
네가 가는 길, 함께 할게.
장꾸 사랑한다.


※ 이번 매거진을 통해 못다 한 이야기

한 달 사교육비 100만 원(치료)

주말마다 떠나는 배움의 연속(여행)

성장에 따라 옮겨가는 덕후의 삶(관심사)


매거진 [특별한 일기] 속에,

아이 일기와 함께 녹여 기록하려 합니다.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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