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워킹맘이다

여유라는 사치

by 오돌뼈

창밖을 뚫고 들어오는 햇살이 이렇게 좋았던가.
출근길, 잠깐 시간이 나서 사이렌오더로 아메리카노를 살 수 있었던 날.
화장실에 갔는데, 내가 좋아하는 칸이 딱 남아 있던 날.
퇴근이 늦어 촉박하게 나오는데 길이 덜 막히고, 양보 운전을 여러 번 받은 날.

한동안 그런 ‘여유’라는 사치를 누리지 못했다.
눈을 뜨면 회사와 집을 오가며, 가끔 가던 운동조차 빼먹는 날이 많았다.

‘나’라는 사람을 참 다양한 이름으로 불러야 하는 삶.
어디서 가장 빛나는지, 무엇을 잘하는지 알 수 없지만 하루를 꾹꾹 눌러 담아 살아왔다.

지금 여덟 살 아이에게 나는 ‘우주 같은 존재’일 것이다.
남편에게는 함께 가정을 꾸리고 경제를 책임지는 동반자일 테고.
SNS를 스치듯 보면, 나보다 잘난 사람들만 가득하지만
결국 누구나 크고 작은 걱정 주머니 하나쯤은 들고 사는 게 아닐까 싶다.

아이를 키우느라 오랫동안 나를 미뤘다.

여유와 참음이 나를 대신해 살아주었다.
하지만 아이가 조금 크자, 나를 위한 시간이 생겼고 그 틈으로 욕심이 스며들었다.
‘과연 이 자리를 욕심 내도 되는 걸까?
이 시간을 나를 위해 써도 괜찮은 걸까?’
스스로에게 수없이 물으며 흔들렸다.

다시 글을 쓰고 싶다는 욕심을 키워준 건 딸의 한마디였다.
“엄마는 어렸을 때 꿈이 뭐였어?”
어릴 땐 글을 잘 쓰는 내가 꿈을 반드시 이룰 거라 믿었다.
하지만 현실과 이상의 거리는 쉽게 좁혀지지 않았다.
이제는 아이 숙제하는 20분 동안 나도 글을 쓰는 ‘여유의 사치’를 누린다.

훗날 돌아보면, 지금 이 시기가 분명 그리울 것이다.
나는 이 시간을 낭비라 생각하지 않는다.
미래의 나를 단단하게 만들어 줄 투자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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