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녀평등하게
입찰건이라는 고객사 요청을 잘 정리해서 전달했다. 시간이 걸리는 준비하는 일이 많지만 마무리하고 나면 기분이 좋다. 최선을 다했다고 결과가 꼭 좋은 것은 아니다. 우리보다 더 최선을 다한 업체도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선정이 된다면 좋은 사례를 발전시키기 위해서 집중하고, 선정이 안된다면 부족했던 점을 잘 파악해서 다음 기회를 위해 보완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정리를 하고 난 뒤에 업체에서 전화가 왔다. 업체가 다른 업체를 확인하는 경우는 많다. 경쟁사 정보를 위해, 인력 정보를 파악하기 위해, 잠재적 협력을 위해.. 그 많은 이유를 다 알 수가 없다. 하지만 전화를 받고 목소리에서 피어오르는 감성적 느낌, 들리는 언어 선택에 따른 판단, 설명하는 상황을 보면 대략적인 정보를 파악할 수 있다. 경청이 말하기보다 중요한 이유다. 사람들을 보면 누굴 칭찬하려고 여기저기 전화 돌리는 사람보다 여기저기 흉보려고 전화 돌리는 사람이 많다는 점도 그렇다. 억울해서 그런가?
하여튼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 보면 말하는 사람들의 품격을 알게 된다. '확고한 자기 스타일이 있는 것 같아요'라는 말이 좋은 장점을 말하는 것인지, 듣는 귀가 없고 자기 맘대로 뭘 한다는 말인지 해석하기 나름이다. 억울해서 흉을 봐도 품격이 다르다는 말이다. 칭찬도 마찬가지다. 최상급, 절대급의 언어를 넣어 과도하게 하는 칭찬이 오래가는 것을 보기 드물기 때문이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듣고, 또 이 말을 옮겨서 조언을 하는 것도 의미가 없다는 생각을 했다. 세상은 자신의 안목으로 바라볼 수밖에 없고, 경청을 잘하면 타인의 안목을 더해 더 넓게 세상을 볼 수 있다. 배려가 더불어지면 타인의 협력이 합쳐져 그 보다 더 넓은 세상을 경험할 수 있다. 이야기를 듣다 보니 요단강 나루터에서 얼쩡거린 정도가 아니라 끈 풀린 나룻배를 돛대도 없이 엄청 많이 나간 거 같다. 공무도하가를 부를 사이도 아니니, 자신의 뜻대로 되면 좋은 일이고, 자신의 뜻대로 되지 않으면 자신이 벌인 일은 자신이 정리하는 것이 이치일 뿐이란 생각을 했다.
그 사이에 후배가 전화 와서 이런저런 말을 들었지만 말을 더하고 싶지 않다. 오랫동안 영을 해오고 있지만 문득 장사와 사업을 생각해 보게 된다. 장사 입장에서 사업을 보면 융통성이 없고, 사업에서 장사를 보면 경박할 수도 있다. 그렇다고 장사와 사업이 순조롭게 연결되지 못하는 것도 아니다.
Business라고 하면 장사인가? 사업인가? Google Translation이라고 하면 장사는 sales로 나오고 사업은 business라고 나온다. 가끔 한글보다 영어로 볼 때 의미가 더 다가올 때가 많다. 어떤 면에서 sales man은 inter-industry가 되지 못하고, business man은 inter-industry가 될 수준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30대 즈음, 현장 영업인 나는 다른 업종에 가는 제약이 많은데, 경영자는 전혀 다른 업종으로 가는 것을 보며 "대체 어떻게 가능한가?"를 많이 생각했었다. Sales가 Business가 되지 못하는 사고의 차이를 돌아보면 참 할 말이 많다.
1. 바쁘다는 핑계로 투명하게 자금을 사용하지 않는 사람은 장사에서도 사업에서도 리스크다.
2. 거래처와 협상을 위해 직급을 올려주고, 의사결정권을 주면 더 높은 성과를 내겠다는 사람치고 그런 사람 드물다.
3. 장사던 사업이던 하고 양적 성과(매출), 질적 성과(영업이익)를 알지 못하는 사람은 어디에도 적합하지 않다. 내가 팔고 얼마 남는지를 모르는 사람에게 이 일을 맡기는 것은 망하는 길이다. 앞으로 남고, 뒤고 손해 나는 일이 왜 생기겠나?
4. 매일 늦는 사람은 언젠가 대형 사고를 친다. 어떤 일이지는 알 수가 없다.
5. 우기기 잘하는 놈치고 일 잘하는 사람 보기 힘들다. (합리적인 소신과 원칙과는 다르다)
그 외에도 이런 글을 쓰라면 수도 없이 쓸 수 있다. 위에 쓸 말을 의미의 이해를 위해 토를 다는 것도 어렵지 않다. 아무리 말해도 스스로 깨닫지 못하면 가르칠 의미가 없을 때가 있다. 스스로 잘하는 사람에겐 오지랖 넓게 이것 해라 저거 해라 할 필요가 없다. 가끔 지위, 때, 장소, 상황에 맞게 요구하면 말해줄 때가 있을 뿐이란 생각이 든다.
회사에서 영업하며 갖고 있는 가장 중요한 원칙은 "내 돈이라면 이 일을 할까?"와 "이런 일을 내 자식이라면 시킬까?" 이 두 가지인 것 같다. 그래야 할 것인가 말 것인가를 결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기로 했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에만 집중하고, 안 하기로 했다면 신경을 빨린 끄는 게 상책이다. 특별하게 다시 돌아봐야 할 이유가 생길 때까지. 이런 고지식한 판단이 융통성이 없거나 완고하다(아주 점잖게 표현해서 ㅎㅎ)는 비난을 받는다. 대신 이런 원칙을 갖고 생활하며 좋은 점은 큰 과오가 없다는 점이다. 그 정도면 not bad라고 생각한다. 원칙은 스스로에게 요구하고 지켜나가는 것이다. 스스로 깨는 순간 원칙이 아니다. 아무거나 원칙으로 만들지 말아야 하고, 동시에 깰 원칙을 만들고 자꾸 바꾸는 경박함을 멀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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