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khori Mar 04. 2023

보물찾기는 아닌데 찾았다

출장준비

 지인 등살에 라스베가스를 가게 됐다. 2020년 2월 일본에 다녀오자마자 코로나가 심해져 락다운 상태가 됐다. 모두들 힘들게 보낸 시기가 끝나가지만, 경제 상황을 보면 끝난게 끝난 것이 아니다. 개인적으로도 변화가 많고, 어찌어찌 고생스럽게 만든 일들이 잘 되어가고 있다. 그렇지만 최근 경제상황을 보면 수도꼭지에서 온수가 나오는지 냉수가 나오는지 모르고 샤워를 해야하는 상황이다. 머리감다 갑자기 나온 뜨거운 물에 혼비백산하는 일이 없길 바랄 뿐이다. 


 그래서 안전운전이 불가피 하다. 안전운전이란 걱정을 품고 미리 준비하는 것과 희망을 품고 미리 준비하는 것, 이 두 가지를 위해서 점검하고 확인하는 일의 연속이라 피곤하다. 하나는 마음을 갉아먹고, 하나는 마음에 버블을 키우고, 쉬운게 하나도 없다.


 먼지가 오른 출장 가방을 찾는데 잘 안보인다. 버렸나? 아닌것 같은데? 세면용 파우치도 보이지 않는다. 마나님이 칠칠맞게 바라보며 손수 찾아주시겠다더니 없단다. 나만 나이가 드는게 아니지. 그럼. 책상을 보다 새록새록 기억이 난다. 찾았도다. 찾았다고 자랑하다 잔소리만 먹었다. 췟. 손이 많이 가는 나이가 되고, 그 나이가 되면 또 타인을 보면 손이 많이 간다. 이런게 꼰대화 현상이라고 해야할까? 어쩔 수 없는 부분도 많다. 조금씩 늙어보며 경험 데이터를 누적중이다. ㅎㅎ 



 7일 일정이다. 베가스 날씨가 18도 정도는 될테니 봄바람처럼 따뜻할 것 같다. 중요한 미팅도 해야하지만 예전과 달리 여유롭다. 오랜 만에 미국 회사에 같이 있던 동료이자 동생들도 볼 생각이다. 지인들도 보자고 하고 무엇을 도와달라는 분도 있지만 글쎄 잘 모르겠다. 마음이 예전같지는 않다. 약간의 거리감이랄까? 25년  가까이 한 일인데 낯설다. 지금 하는 일이 다르지 않지만 또 다른 구석이 있기 때문일까? 마나님도 이런 고환율 시대는 모르겠고, 콧바람이나 쐬고 오라던데. 어째든.


 몇 몇 지인들도 나와 비슷한 기분일까? 어떤 분은 할 만큼 했다. 이젠 나 학교에서 선생님 할란다하고 하시는 분도 있고, 이제 그만해야지 하며 쉬지 않고 하시는 분들도 있다. 더 높은 곳을 향해 달리는 사람도 있고, 어려운 시기를 보내며 힘들게 보내는 분들도 있다. 나는 그럭저럭 큰 탈없이 잘 보내고 있다. 몇몇 안부를 전하며 감사한 일은 언제든지 자기 나라오면 맥주라도 한 잔 하자는 소리다. 백만마일 타면 비행기 방사능 많이 맞고, 골병든다고 혼잣말을 했는데. 그렇게 타고 싶은 생각도 없는데 조금 더 가까워 가고 있다. 몇 해 더 지나 마나님하고 놀러가며 채우면 몰라도. 


 남는 시간에 무엇을 할까? 유라시아처럼 박물관, 미술관이 많은 것도 아니고. 마블 전시장을 한 번 볼까? 오쇼나 한 번 볼까? 대부분 전시회, 카지노와 리조트로 구성된 도시는 화려한 불빛의 그림자만큼 썰렁하고 스산한 도시다. 관광으로 가 본 적이 없으니 그렇다. 언젠가 전시회 마치고 짬을 내서 그랜드캐년을 갔었는데 차에서 엄청 잠만 잤다. 카지노도 정신산만하다. 한 번은 룰렛 미니멈 베팅이 맞아 기분도 좋았지만, 그 해 한해 내내 문제와 사고가 끊이질 않았다. 쉽게 생긴 돈으로 밥 사주고, 맥주 사주고 인심 베풀었는데도 그 모양인데, 그냥 인생 공짜 없다는 생각을 갖고 살아가는 것이 건강한 일이다. 



  미팅 일정을 정리하고 여권, 항공권, 비자등을 챙기다 여행용 파우치에 봉투가 있다. 뭔가 하고 봤더니 벨라루스 루불과 러시아 루불이 있다. 여행 다니며 남는 동전과 소액 지폐를 넣어두는 곳에 넣지 않았었나? 얼마전 책상에 2유로짜리 동전과 루불 동전도 굴러다니던데. 그런데 2달러 지폐가 들은 봉투가 있다. 9장이있던데, 기억해 보니 선물로 주려고 구해두었다 남은 돈이다. 호텔 카지노 칩도 몇개 있다. 이번에 있을 호텔 카지노 칩이 5개나 있다. 희한하네. 후배가 사준 라이터도 있고. 잡동사니가 많이 들었다. 환율도 꼭대기인데 조신하니 보고, 미팅하고, 마나님이 필요하시다니 비타민이랑 루테인도 좀 사야겠지.


 3월은 기분좋게 시작했으니 베가스로 잘 마무리 해야겠다. 세상에 항상 감사하며. 가족 나들이도 가기로 했고, 중순엔 브라더가 약속을 따른데 잡으면 안된다고 했으니 뭔 일이지 봐야한다. 지방에도 한 번 다녀와야하고, 제사도 있고, 출장도 가야하고, 에구에구. 


#3월 #어쩌다출장 #라스베가스 #봄 #사는이야기 #khori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