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상잡부] 시간은 참 많은 것을 이루어 낸다
후배 밥 먹자는 요청에 길을 나섰다. 어제 후배 녀석들 약속 이행을 어렵게 하고, 늦은 귀가를 했음에도 허락받고 싸돌아다니고 있다. 약속 장소로 이동하며 본 인스타그램에 낯익은 이름의 팔로워가 있다. 며칠 지났나 보다. 요즘은 잊혀진 이름을 다시 보는 것도 즐거움이다.
20년 전쯤 해외 현지 일등 고객을 거래선으로 만들고 방문 미팅을 하려던 참이었다. 이걸 알고 동유럽과 중동을 관리하던 지사장이 다된 밥에 숟가락을 얹고, 사업팀장이 승인을 해줘서 하여튼 위아래 안 가리고 대판 한 적이 있다. 지금도 그 부실한 사업팀장하고는 연락도 안 한다. 하시는 일이 오락가락한다고 하는데 멀리서 듣는 소문보단 건강하게 잘 지내시길 바랄 뿐이다.
실적이 문제가 아니라 일 년여 공들이고 요구사항을 다 정리한 시간과 정성이 부당하게 탈취당한다는 것은 사람은 분노하게 한다. 지금도 그 생각엔 변함이 없다. 그 지사장과는 한 달 정도 매일 욕을 하며 싸워대고, 밑에 직원이 연락 오면 전화하지도 말라고 욕을 했었다. 그러고 나면 전화가 끝나자마자 사업팀장 전화가 쉬지 않고 울리던 기억이 난다. 기존에 해왔던 자료를 달라는 것인데 사업팀장도 부당한 것을 아는지 자리값도 못하고 쫄보처럼 달라고 하지 못하고, 지시장은 승인을 받았으니, 빙빙 돌려서 권리를 주장하고 밑에 직원은 나한테 매일 욕먹던 시간이 한 달 정도였나? 잘 지내던 인연이 이 일로 틀어졌지만 그렇다고 계속 그런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인사만 하는 정도로 변한 것도 사실이지만 또 시간이 흘러 만나면 반갑게 인사를 하는 정도가 되었었다. 욕심은 많았어도, 마음까지 못되진 않았다고 기억한다. 나도 화끈한 성격만큼 할 만큼 해도 뒤끝이 있었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아닌가? 그건 내가 알 수 있는 것이 아니라 타인들이 기억하는 것이 또 진실이다.
그렇게 화려하게 산 것처럼 보여도, 이혼하고 재혼하고 또 안타까운 사고로 애지중지한던 딸을 잃고 슬퍼하던 모습이 기억난다. 모두들 충족함을 부러워한다. 부가 행복을 위한 기반은 되지만 보증하지는 않는다.
몇 년 전 지인으로부터 알츠하이머란 이야기를 들었다. 그래도 항상 딸을 기억하고 부인이 노심초사하면 회사도 운영하고 남편을 살핀다는 소리를 듣고 마음이 측은해졌다. 오래전 일을 기억할 일도 아니었으니까. 그런 시간이 있고 또 몇 년이 지났다.
그런데 오늘 팔로우를 하겠다는 그 사람의 이름을 보니 반갑다. 많이 좋아졌나 보네라는 생각과 또 무슨 일이 있을까 근심스러운 생각도 든다. 시간이 지나고 시간 속에 사건들이 녹아 사라진 뒤엔 사건을 추억이 된다. 현재로선 아무 일도 아니다. 영어로 “반갑게 오랜만입니다! 건강하게 잘 지내시죠?”라고 메시지를 남기고, 그의 건강을 기원하며 하트도 하나 날렸다. 먼 나라에 사는 모습 사진 몇 장이 반갑다. 발자국을 보니 내 사진 몇 장에도 좋아요를 남겼다. 그도 나와 같은 기억을 갖고 있을까? 갑자기 궁금해진다. 이렇게 그도 나도 나이가 들어가나 보다. 다들 건강하게 잘 지내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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