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빙
달봉이로부터 다음 편 무빙을 수요일 같이 정주행 하자는 제안을 받았다. 수요일 어떻게든 시간을 내봐야겠다. 분위기가 80-90이라 그러지 궁금한걸 자꾸 물어본다. 시간이 흘러 이젠 내가 "그땐 그랬지"를 설명해야 하는 거네.
본인은 다 보고, 나는 밀린 편을 보고 있는데 자꾸 얼쩡거리며 10/11편이 재미있다, 어쩌고 저쩌고 떠들어 댄다. 마나님이 "야! 그만 스포해라"라고 핀잔을 준다. 역시!! 그런 생각을 하는데 한 마디 더 붙는다. "어쩜 둘이 그리 똑같냐" (아니 이게 무슨 소리야??)라는 메아리가.. 10/11편을 보고 나니, 달봉이가 청춘이 돼 가나 보다. 오묘한 러브스토리가 와닿나 보니. 80-90은 이런 아련한 러브스토리와 헐벗은 영화의 향연 아니었나? 액션은 홍콩, 미국이고. 강력재생 구룡포를 보며 공통의 관심사는 "죽기는 하는 거냐?"로 일치하니 이게 묘하게 뉴트로네.
그 와중에 김일성 사망장면이 나오는데 또 쫑알쫑알 이야기를 한다. 안기부가 뭐냐고 물어본다. 이걸 뭐라고 이야기해야 하나? "응.. 그게 말이다. 한국 CIA라고 보면 되겠다"라고 알려줬다. 그랬더니 또 "민차장 정도면 얼마나 높은 거예요?" 물어본다. 내가 그걸 어떻게 알아?? 어떻게 보면 어벤저스 정부 담당 팀장인데 이걸 뭐라고 해야 하나?? 질문을 받다 보면 '그땐 그랬지'로 안 끝난다. 아이고.. DC로 보면 살짝 부족한 슈퍼맨, 소머즈, 강력해진 6백만 불의 사나이 등등 많은 만화가 연상되기도 한다.
과거 김일성이 죽은 날, 그날엔 카투사랑 고속버스 터미널에서 당구치다 "이야 진짜 죽었다보다. 부대 복귀 안 하냐?", "응 난 정시에 퇴근했다", "오늘 말년 휴가 나온다는 000도 나오나?"이런 이야기를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물론 한국부대 말년 휴가 나온다던 녀석 어머님은 오던 중에 바로 복귀했는데, 전쟁이 나면 어떡하냐고 걱정이 많으셨다. 제대하고 이런저런 이유로 휴가를 계속 못 가게 하더니 막판까지 도움이 안 된다고 어찌나 욕을 하던지..
아이가 재미있다는 편이 왜 그럴까?라는 생각과 이야기 스토리를 따라가며 보게 된다. 부담 없이 보는 이유는 시대적 배경지식이 현재의 부모세대에 맞닿아 있다. 판타지, SF성의 초능력자들의 모습이 한국적 드라마의 재구성을 통해 요란하지 않다. 아이들에게도 정서적인 거리감이 적은가 보다. 집 밖에서 보는 현상과 집안에서 보는 아저씨 아줌마의 콜라보를 보는 건가? 80-90의 시대에 익숙한 청소년, 청춘들의 사랑 이야기가 함께 굴러가며 묘하게 세대 공감을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