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 보이는 것들의 비밀, 컬러
몇 달 전 Book Funding에 참여해서 받은 책이다. 컬러라는 주제의 책에 관심이 간다. 대부분 컬러, 색상에 관한 책들은 사진, 그림과 같이 도도하고, 알기 어렵고 그럴 때가 있다. 컬러는 일상의 주변에 늘 있지만 막상 색칠을 해보면 칙칙한 망작이 나오니 누굴 탓할 수도 없다. 물감 다 섞으면 검정이라고 하니, 손대면 검정으로 수렴하는 경향이 또렷한 내 모습은 누굴 탓할 수 없다.
책에서는 빛의 삼원색, 색의 삼원색과 주변색, 보색의 원리를 설명한다. 흰색과 검은색의 조합이 만들어내는 밝기와 선명도인 명도, 채도를 다양한 그림, 패션, 사진을 통해서 설명해주고 있다. 정답은 없다. 아침에 해님이 방긋 웃고, 선산 너머로 넘어갈 때까지 빛의 양은 변하고, 빛을 통해서 반사되는 색상도 가까이 보면 조금 다르게 보이기도 한다. 인간의 말은 이런 그러데이션을 다 일일이 설명하기 어렵다. 빨갛지만 빨간 정도를 세세하게 설명하는 것은 느끼는 것과 전혀 다른 일이다. 마치 빛과 색의 조화처럼 그렇다.
그럼 점에서 책 표지의 제목이 빤짝이처럼 보이고, 빛의 굴절에 따라 다르게 보이는 것은 나름 세심하게 고려한 것 같다. 생각이 많으면 좋은 점은 실수가 적어질 가능성이 올라간다는 말이고, 기회가 다가올 때 재빠르게 낚아채는 것이 느릴 확률이 많다는 말이기도 하다. 고점이 높을 것인가, 저점이 높을 것인가는 내가 어떤 사고와 행동으로 살아가고 있는지를 대변하기도 한다. 마치 색의 변화처럼.
그래서 PPT를 하다 보면 테마색이라고 불리는 팔레트가 생긴 것은 참 고마운 일이다. 표준색을 쓰면 여기저기 찔러보며 난해해지고, 사용자지정(이거 알아서 하라고 하는 거임)으로 가면 '어쩌라는 거야?'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 수준이니. 장표질을 하다 예전 patone 올해의 컬러를 찾아서 색을 좀 따서 쓰기도 했던 기억이 난다.
책을 읽으며 컬러보다 조금 엉뚱한 생각을 많이 하게 된다. 빛은 해님이 쏴주고, 우리는 물체에 반사 된 가시광선을 통해서 형태와 색상을 인식한다. 그럼 우리에게 보이지 않는 색은 뭐지? 인간이 볼 수 있는 범위가 고정되어 있음으로 알 수 없는데 갑자기 이게 왜 궁금할까? 그것이 어떤 본질, 더 근원적 무엇이 아닐까 하는 상상 때문이다. 카메라로 보면 원래 사물이 위아래가 거꾸로 보이게 된다. 이것을 바로 세우면 좌우가 바뀐다. 그런데 인간은 이걸 뛰어난 기능으로 제대로 보고 있으니 참 재미있는 일이다. 이걸 해결한다면 대박이 아닐까?
빛은 프리즘을 통해서 무지개색으로 파장에 따라 나눠지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런데 이렇게 반사되어 나타나는 빛이 색상과 달리 인간이 만든 물감을 다 섞으면 짙은 회색(옛날엔 검정색으로 배웠는데)에 가까워진다. 아니 빛은 모이면 백옥 같은 하얀색으로 빛나는데, 색은 왜 섞으면 백조에 누가 먹물 찌끄린 것처럼 칙칙해지지? 자연과 인간의 장벽이라고 해야 할까? 갑자기 색즉시공, 공즉시색에 대해 누가 물어보고, 잘 알지도 못하는 것을 이렇게 저렇게 생각해 보던 3년 전이 기억날라고 한다. 이런 생각을 하다 보면 쓸데없이 영화 '외계인'처럼 외계인을 인간의 몸에 가둬서 본질을 못 보고, 띵작을 만들려고 하는데 자꾸 망작이 나오는 이유가 이런 건가? 이러며 시간이 흐르는 속도를 조절하는 것 같다.
그래서 가운데 밝은 빛의 구 모양에 빛이 삼원색을 공에 3개의 균형 잡힌 점을 만들면 빛의 그러데이션을 볼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들기도 한다. 안이 밝을 것인지 밖이 밝을 것인지, 이 밝고 어두운 지점들이 계속 변하는 것이 내가 마주하는 환경이 아닐까? 그런데 색으로 이렇게 만들면 가운데가 거무튀튀할 것 같다. 거봐.. 원본과 차이가 있다니까. 요런 차이가 인생에서 두통거리를 전달해 주고, 터닝포인트.. 그게 극락행인지 나락행인지 알기 어렵게 한다니까. 안전빵이 바르게 살자지.
빛은 그림자가 없다. 빨강, 파랑, 녹색의 빛이면 하얀색 빛을 만들 수 있다. 그런데 빨강, 노랑, 파랑의 색으로 만들면 비슷하게 나오는데 다 섞으면 거무튀튀해진다. 하얀색과 검정색으로 아예 히끄무리하게 해야 할지 더 까맣게 할지 자기 하기 나름이다. 그만 쓸데없는 생각을 해야겠다. 답도 없는 걸 계속하면 답답하기만 하지.
책을 보고 나면 일상의 색, 패션, 디자인, 그림, 사진을 바라보고 도전하는데 도움이 될 것 같다. 이런 자연 속의 아날로그를 여러 가지 수단으로 베껴보는 일을 사람이 많이 한다. 그때 느꼈던 점을 문, 사, 철, 시, 서, 예, 화를 통해서 전달하려고 발광하는 결과물이 예술이다. 색은 특히 예술과 그림, 요즘은 디자인이라고 할 수 있는 것들과 버무려진다. 빛과 같은 점이 이어서 선이 되고, 선이 이어져 면이 되고, 면을 이어서 공간이 된다. 인간은 점이 되자마자 온갖 색을 찍어보고, 선과 명에도 색을 입혀 보려고 한다. 실제던 가상이던. 사진 책을 봤는데, 불교경전, 양자역학 이런 잘 알지 못하는 것들이 조금 떠오르기도 하는데, 인간이 원래 그렇게 움직이는 것 같다. 비고 그치고 해님이 짠하고 나타났는데 시원하다. 아침부터 재즈와 옛날 노래를 들으며 책을 봤으니 오후에는 영화나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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