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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이 녹아 흐른다

달러 이후의 질서 ( Our Dollar, Your Problem)

by khori

오래전부터 US Dollar를 갑자기 Cola로 바꾸는 날이 오지 않을까? 그럼 상상을 하곤 했다. 스스로 경제학적인 권위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지만 미래는 너도 모르고, 나도 모른다. 내 카톡에 써 놓은 '역사가 반복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반복하는 것이다'라는 말에 더 타당성을 둔다. 갑자기 돈을 갖고 튀던가, 대포를 날리며 돈 못 갚는다고 하는 일은 여기저기 드문 일이 아니다. 왜 누군가는 예외라고 생각하지? 금 안 바꿔줄 때를 기억하면 전적이 있다고.


책을 읽으며 왜 화폐를 믿는가에 대한 근원적인 생각을 해본다. 이 종이 떼기를 누군가 물건이나 다른 것으로 대체 지급할 보장이 있다고 믿는 것이다. 이 근원적 생각에 눈에 보이지 않는 신용이 있다. 종말적 금융위기에 가까우면 신용이 아니라 종교에나 타당한 믿음이 되기도 하고, 불신과 저주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화폐를 국가가 발행하는 것은 최종 대부자라는 신뢰를 구축하기 위함이다. 오래전 정부나 왕(권리장전을 찾아보시라)도 믿을 수 없어서 절대 화폐인 금 또는 은과 연계(페그)해 둔 것이 아닌가? 사람은 보기보다 똘똘하고, 보기보다 한심하고 사악하기 그지없다.


20세기 말과 21세기를 살아가는 나는 왜 달러, 남의 나라 돈에 근심, 관심을 갖고 되는 것일까? 50년간 다자주의 글로벌 확장에 따른 국제화된 의식이라는 사치 때문일까? 아니다. 오랫동안 해외영업을 하며 달러기반의 숫자를 보면서 매출, 수익이 아니라 이 변동이 우리의 실생활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이 아주 크게 발생한다는 사실을 조금씩 알아가기 때문이다. 동시에 세상은 교과서대로 돌아가지도 않는다. 그런데 교과서 수준도 이해를 못 하면 이게 아주 더 골 때린 상황을 마주한다는 것이다. 세상엔 나쁜 쪽으로 머리가 튄 사람들이 다방면으로 참 많다.


IMF때 슈퍼노트 100달러 지폐의 위력을 환전하며 체감했다. 취업하고 갑자기 1800원까지 올라가며 수출대금의 수익률이 고작 xx%에서 1xx%로 앞에 1이 추가되었다. 지금 수직이 오르는 주식보다 더 빠르게 올라갔다고 생각한다. 반면 실존하는 주변의 대부분은 피폐해지고, 이때 수출기업들 상당수가 땅사고, 공장 짓고 했다는 사실은 아이러니하다. 농담으로 현재 재벌의 수준이 이때 수출대금으로 부동산 투자인지 투기를 한 비율과 비례한다는 농담이 농담이라고만 할 수 있을까? 그 후로 금융위기로 전 세계가 쪼그라들 때 다시 더 긴 시간에 걸쳐 벌어지긴 했지만 IMF때와 비슷한 현상(800원 --> 1400원)이 발생하고, 엔화 대출받고 집 날리고 선산 날린 기업가, KIKO로 어마어마한 피해를 본 사람들도 봤다. 대표적 외환인 달러가 우리 사회에 준 영향이다. 추가로 역병 코로나가 돌고, 세상이 변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달러가 춤을 추는 것이 소싯적보다 훨씬 더 미친 듯 해 보이는 지금이다. '재 왜 저런 거야?' 이런 의심이 싹트기 시작한 시대라고 할까?


개인적으로 세계 공용화폐와 같은 이상적인 것을 믿거나 기대하지 않는다. 인간은 틈만 나면 뒤통수를 휘갈기고, 등 떠밀어 불구덩이에 밀어 넣으며 자신들의 이익을 취하는 부류가 존재하고, 인간의 마음속 욕망에 이런 부작용이 모두에게 존재하기 때문이다. 나심 탈레브의 블랙스완, 행운을 믿지 마라 이런 책을 한 번 읽어보시라.


종교란 믿음의 수단이 필요한 이유일까? 게다가 최종 대부자가 없고, 아직 화폐라고 하기에 말하기 애매모호한 코인과 같은 전자화폐도 화폐로써의 신뢰는 없다.(투자의 대상이 아니라는 말은 아니다) 인간이 만든 모든 것은 해체되거나 재조합될 수 있다. 암호화에 대응해서 해킹이 존재하고, 인간이 묶은 모든 매듭은 시간이 좀 걸리는 차이는 존재해도 모두 풀린다. 신화와 영화 속 신과 같은 영험한 능력은 없기 때문이다. 아날로그 종이 화폐가 아직은 조금 더 믿음의 탈을 쓰고 있다고나 할까? 상폐되는 코인보다, 전기와 통신만 끊어져도 코인이나 전자 화폐가 재구실을 할 수 있겠나? 그런 일을 상상하지 않기 때문이지.


화폐의 시장점유율로 보는 관점이 아주 신선하다. 그 생각을 이어가면 나름 상상을 하게 된다. 원화대신 소주라고 하고, 달러 대신 위스키라고 생각해 보자. 희석식 소주 10잔을 주면, 위스키 한 잔을 주는 것을 원칙으로 정하면 이게 고정 환율제도다. 인간의 욕망과 행동으로 널을 뛰는 게 당연한데, 고정된 것이 있다는 생각 자체가 망상 아닌가? 그럴 수 있다는 것은 희망과 믿음에 가깝다. 위스키의 수요가 늘어나면서 소주 10잔과 바꾸기 짜증이 난다. 그래서 수요와 공급에 따라 오늘은 9잔, 내일은 11잔 변하는 것이 변동환율제도다. 이렇게 서로 인정하고 안정적인 평온이 온다. 요즘은 공포 분위기 조성하며, 20잔 안 주면 인정사정 봐주지 않겠어라고 하니 위스키 끊어야 하나 그런 생각이 들 때도 있다. 저 형님이 내가 그동안 알던 형님이 아닌듯하기도 하고, 망한 건가?


그런데 위스키를 만드는 나라에서 화폐를 많이 발생하거나, 경기가 침체되거나, 전쟁이 나거나, 부채가 과도하게 증가하면 제조비용이 더 들거나 그것도 못 버티면 떼려 치기도 하고 있다. 인플레이션과 디플레이션이 발생할 수 있다. 그런데 교환비율에 따라 우리가 교환해서 마신 위스키만큼 인플레이션이나 디플레이션을 대신 마시는 느낌이 드는 것은 무슨 이유일까?


미국제품이 1달러에서 2달러가 되면 우리의 지출이 더 늘어난다. 이와 별도로 환율이란 교환비율에 따라 우리는 똑같은(?) 1달러를 더 높게 때론 더 낮게 구입한다. 많은 수입 원자재가 다양한 제품에 녹아있고, 수입제품의 가격에 이런 사실이 녹아있다. 마치 마약과 같이 더 많이 사용하게 할수록 편익도 제공하지만, 중독성처럼 종속될 수밖에 없다. 이것이 일종의 화폐 헤게모니, 기축통화의 위력이다. 이런 위력이 무기가 되면 어느 나라에 금융위기를 만들 수도 있다. 그리고 실제로 그런 일을 한다. 미국이 20세기 총질로 응징하다, 군사행동보단 금융제재를 전쟁위협의 수준으로 사용하는 것은 하나는 돈이 없기 때문이고, 이것이 돈 안 들이고 효과적이기 때문이며, 이 분야에서 자신들이 발군의 역량을 발휘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런데 미국은 금융위기에 화폐를 엄청 더 발행하고, 코로나 때엔 이 보다 곱절은 더 발행했다. 내가 미국은 윤전기 경제라고 생각하는 이유다. 일단 윤전기가 돌아가면 은행들은 대출이란 이름으로 추가적인 신용창출(없는 돈을 만듦. 실제 돈은 아니라 통장에 숫자를 그려주는 M2)을 한다. 미국은행은 한국은행에 빌려주고, 우리는 그것이 달러인지 원화인지 모르지만 또 그 돈을 대출받고 그렇다. 본인은 헤징을 하지만 개인들은 주는 대로 돈과 더불어 빌려온 곳의 인플레이션이나 디플레이션이나 다른 알 수 없는(파생상품) 위험도 꿀떡꿀떡 먹게 된다. 이런 일이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을 확보할 수 있다고 믿지 않는 이유고, 주기설처럼 일정 기간마다 보이지도 않는 버블이 터졌다는 사건사고가 대변해 준다.


더 쉽게 말해서, 소주는 18도고, 위스키는 통상 40도다. 애들이 신제품이라면 물을 좀 타서 38도가 입맛에 좋은 것 같다며 광고를 한다. 신제품 가공기술 비용으로 기존 소주 10잔에 위스키 1잔의 교환비율을 무시하고 소주 12잔을 달라고 한다. 최근에 와서는 건강이란 관점을 고려해서 물을 한참 더 탄 위스키를 갖고 와서 14잔~15잔 정도에 바꾸자고 한다. 새로움은 없고, 단지 물이 풍성해진 기분이랄까? 이런 상황이 실제 발생한다면 대부분 "이게 무슨 개소리야?'라고 화를 낼 것 같다. 하지만 걱정을 안 하는 사람이 대부분이고, 감지력이 뛰어난 엄마나 부인은 "아니 뭐 했다고 물가가 이렇게 오르냐고?"라는 의문에 빠지게 된다.


우월한 지위를 갖은 달러 때문에 우리가 잘해도 원화가 녹아내리고, 달러가 녹아내려도 원화가 녹아내린다는 생각을 한다. 진실은 달러가 더 빨리 잘 녹아내리니는 현재 상황 아닌가? 그럼 우월적 지위는 무엇일까? 단순하게 힘이 세다는 것이다. 때리기도 그럴 수도 있다는 점도 있다. 그 보다 너무 많은 나라들이 그 달러를 엄청나게 갖고 있다는 점이 아닐까? 내가 달러 자산을 엄청나게 갖고 있는데, 어느 날 금이 된다면 몰라도, 콜라가 된다면 누가 좋아할까? 아니 이런 잠재적 재앙을 무엇으로 대체할까? 그러니 주식과 금이 고공행진을 한다. 그럼에도 돈은 윤전기를 돌린 만큼 녹아내리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타당한 것 아닐까? 김우중의 빚도 재산이다라는 말이 통하면 경영학을 다시 써야 한다고 했었다. 그런데 달러를 보면 국가경영에는 빚을 통해서 시간을 벌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세상의 빚을 거의 다 짊어지고, 나 절벽에서 뛰어내린다고 하면 이게 골치 아픈 일이긴 하다. 게다가 말릴 수 없을 정도로 힘도 세니.. 점입가경이로다.


불과 10년 전 김밥이 1000원에서 1500원이 되었을 때 '인간적으로 너무 올린 거 아니냐? 50% 인상이라니'라고 했었는데, 요즘 기본 김밥 한 줄에 3800원~4000원이 되었어도 군말 없이 사고 있다. 계산해 보면 3배가 올랐는데, 김밥 주인 부자되었다는 소문보다, 폐업하는 가계가 속출한다. 돈이 녹아 흐른다는 표현이 틀린 말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20세기 24도 소주가 1천~1500원에 팔다가, 18도 수주가 되어 5천원에 파는 지금을 보면 물라가 올랐는지 돈이 녹아 흐르는지 잘 봐야할 때가 아닐까?


우리의 역량과 별개로 달러와 연결된 만큼 미국의 문제도 우리가 매일 먹으며 같이 녹아 흐른다는 생각이다. 제목처럼 Our Dollar, Your Problem을 말한 놈을 보면 그럼에도 솔직하긴 하다. 미국에 달러로 강제 투자도 해주고, 수출을 통해서 달러를 벌기 위해 노력 중이다. 어려울 때 안정적이고 심지어 오른다는 과거의 경험은 계속 우리를 발목 잡고 있다. 마땅한 대체재를 생각하기엔 쌓아 둔 달러도, 필요한 달러도 많다. 하루아침에 끊을 수없지만 뭔가 대책이 필요하다. 포트폴리오를 통해서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지 않으려는 각 나라의 노력도 존재한다. 내가 불안한 둠스데이처럼 미래를 보는 이유는 빚 많고, 무지막지하게 힘세고, 생활력도 없는 애가 윤전기를 갖고 있다는 점이다. 매일 잉크 바른 종이를 만드는데 이게 안전한 자산이라고 해야 할지, 신뢰해야 할지, 화수분을 같은 존재로 숭상하며 신으로 믿어야 하는지.. 참 어이없지? 안 그래?


요즘 두 번 윤전기 돌려도 별 탈 없는데, 한 번 더 돌리도 괜찮겠지라는 생각이 나온다는 것은 사실 공포영화에 가깝다. 책의 다양한 과거와 현재 이야기를 듣다보니 이런 생각이 자꾸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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