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걱정이 늙게 하는지, 나이 먹으면 걱정이 느는지

by khori

시간은 영락없이 흐른다. 느껴지는 시간의 흐름은 사실 그때그때 다르다. 그런 점에서 상대성원리는 당연한 건가? 이런 내 범주를 벗어나는 쓸데없는 생각은 시간을 아주 빠르게 흐르게 한다. 오늘처럼 막둥이는 연차 내고 독도에 가보겠다고 나가고, 한 놈은 심사 때문에 뱅기 타고 출장 가서 극락인지 개고생인지 풀코스를 달리고, 다른 한 놈은 겨울처럼 얼어붙은 국내시장 때문에 또 밖을 싸돌아 다니느라 정신이 없다.


혼자 사무실에서 노냐고? 아침부터 25년 마무리와 26년 계획을 세워보자고 난리다. 이거 지난주에 얼추, 대강 철저하게 정리를 했구먼 꼭 한 번씩 지적질도 없고, 변경 요청도 없이 또 해보자니 할 수 없지. 이런 일은 참 안 바뀐다. 그럼에도 이태리 고객이 하자 프로젝트 완료를 했고, 국내업체에도 꽤 좋은 레퍼런스가 될만한 프로젝트에 우리 제품을 단독으로 제안했다니 좋은 소식을 기다려봐야겠다. 연단가 대량 구매건도 검토를 하려나 오늘은 왜 이러지? 속 섞이는 문제는 본사가 아침부터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고 있고. '열린 뚜껑 사회 구현'도 아니고.


정리를 할 때마다.. 원자바오의 말처럼 '어제를 돌아보고, 오늘을 반성해서, 내일을 준비하자'라는 꽤 성숙한 느낌으로 시작하지만 하다 보면 이런저런 생각과 걱정이 많아진다. 읽어 본 적은 없지만 '떨어지는 것은 날개가 있다'는 소설과 이것과는 정반대로 '모든 떨어지는 것은 결국 바닥을 만나게 된다'는 말도 생각난다. 꿈을 꾸지 않는데 꿈에 아버지가 나타나 뜬금없이 오만 원을 주시던데 시작과 달리 사무실에서 정리를 하다 보니 이런저런 생각이 많아진다. 뜬금없이 어머니는 아들 용돈을 주신다고.. 아이고.


언제가 저녁 늦게 한숨을 내쉬며 퇴근도 안 하는 이사한테 '걱정은 해결책이 아니죠'라고 말한 적이 있다. 그 후로 시간이 흘러 그 양반의 자리도 앉아보고, 그 위의 자리들도 앉아봤지만 그 생각이 지금까지 변하지 않는다. 그런데 오늘은 나도 걱정을 한다는 생각이 든다. 그 걱정이 머리에 흰머리를 증가시키며 늙게 하는지, 나이가 들어 걱정이 많은 것인지 알 수가 없다. 그렇다고 내일이 쫄리거나 그렇진 않다. 바닥을 높이기 위해서 조금이라도 노력을 한 셈인가?


걱정은 결국 각 구성원이 만든 결과와 과정의 태도에 대한 내 생각일 뿐이다. 정작 당사자들의 생각은 전혀 다를 것이라고 생각한다. 누군가는 열심히 한다고 하지만, 제대로와는 거리가 멀 때가 있다. 안타깝지만 logic이 들어간 부분에서 열심히 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컴퓨터가 열심히 열을 내며 가동하지만 계산을 못하면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다. 본인도 속상하겠지만 이 와중에 사람들은 다양한 반응을 할 수 있다. 방법을 찾는 사람, 전원 뽑는 사람, 될 때까지 냅두는 사람등 천차만별이다. 그 와중에 컴퓨터 팔아먹는 놈도 나올 수 있다. 더 신기방기한 생각은 항상 생각의 범위를 뛰어넘는다. 하지만 행동을 통해서 사람의 성품을 간접적으로 파악해 볼 수 있다. 이 조합이 상당히 골치 아프다.


실력 좋고 못된 놈, 실력 좋고 착한 놈, 실력 나쁘고, 못된 놈, 실력 나쁘고 착한 놈으로 단순화하면 될까? 사람의 관계로 보면 착한 놈이 우선이겠지만, 일로 보면 일이 우선순위라 실력이 우선이다. 이걸 조합할 때의 상황도 중요하다. 왕후장상의 씨가 어디 있냐고 외치다 골로 간 녀석이 있긴 하다. 하지만 때를 대부분 스스로 만들지 못한다. 본인 의지와 상관없이 세상에 출몰하게 된 과정에서 만나는 그때란 그저 주어질 뿐이다. 야속하지만 할 수 없다. 빠꾸도 없다. 문제는 그때에 따라 조합의 평가가 그때그때 달라질 수 있다.


더 큰 어려움은 잘 한걸 잘했다고 하고, 못한 걸 못했다고 할 때를 어떻게 판단할 것인가의 문제다. (누군가 오늘의 명언에 이렇게 말하는 것이 마가 낀 최악의 발언이라고 하던데) 최소한 밥벌이를 한 것을 잘했다고 해야 할까? 계획한 것을 달성해야 잘했다고 해야 할까? '잘'이란 기준도 고무줄처럼 왔다리 갔다리 하는 것은 사실이다. 대체 '잘'은 뭐야?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가지 기준을 갖고 자르면, 그리스 신화처럼 저 놈이 다리를 자른다, 목이 빠지라고 잡아당긴다고 난리다. 세상 일이란 해도 지랄, 안 해도 지랄, 하면 더 지랄인 경우가 허다하다.


경제적인 숫자 계산으로는 밥벌이 BEP(회계적으로 판매 관리비 포함)를 하면 밥값은 했다고 봐야 한다. 실질적인 영업이익을 내는 수준으로 보면 잘하기 시작한 수준이다. 이걸 자기 것만 생각하는 사람은 조직과 공동체 의식이 좀 낮다고 본다. 지원부서는 실적 추계 방식이 쉽지 않다. 실적이라고 하는 숫자가 나오는 부서들이 시끄럽지만, 실제로 생산성을 증폭 증강시키는 사람들이 이 부류다. 이 부분도 감안을 해야 한다. 자신들을 도와주는 분들에게 감사할 줄 모르는 사람들은 못된 놈에 가까워진다고 보면 된다.


그런데 다들 이런 평가를 잘 받아들이나? 그렇지 않다. 내가 보면 절반정도는 자기 잘 한 것을 과대포장해서 떠들기 바쁘다. 그렇다고 자기가 잘 한걸 수치적으로 입증하고, 일목요연하게 정리하는 일은 드물다. 팀원들 평가를 위해서 팀장으로 정리해서 팀원들 것을 제출한 적은 있지만, 그렇게 정리하는 자들을 거의 본 적이 없다.


그럼 잘못한 것을 정량적으로 정리는 하는가? 대부분 이런 건 잘 안 하지. 내 삶의 뺄셈이 될까 두려워 대부분 입 꾹 닫고, 신문지 덮어서 흙을 살살 뿌려놓고 그러다 사달이 난다. 이런 걸 잘 정리한다면 조금은 용기 있는 사람이고, 보다 큰 조직을 운영할 시야가 있다고도 생각한다. 물론 이런 걸 계산해서 누굴 족치는데 쓰는 사람이라면 실력 좋은 못된 놈에 가깝긴 하다. 그리고 이런 부류는 사실 이기기 쉽지 않지. 왜 엘리트 코스를 달려 권력을 잡고 고무신을 갑자기 거꾸로 신은 자들을 간신이라고 하는가?


이런 정리를 하다 보면 '나 잘났다', '배 째', '모르겠고', '그러게 말입니다'부터 소리 없이 겸손한 사람까지 다양하다. 작은 회사라도 다르지 않다. 나이가 들어간다고 좋아질 거란 근거없는 소리는 토끼 머리에 뿔 날 때까지 기다리라는 말이다. 흰머리도 가려서 나는데 말이야. 어려서 할머니가 철석같이 약속을 해서, 내가 근 한 달을 "할머니 재 언제 뿔나?"를 치맛자락 붙잡고 매일 물어봤던.. 어리숙한 시절이 있긴 했었지. 그러나 지금은 마이 다른가? 오늘은 머리를 그만 굴려야겠다. 대강 철저히를 두 번이나 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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