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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가라 2025! 또 새로운 하루하루를 쌓아가는 여정

뭘 해도 시간은 굴러간다고

by khori

일요일 아저씨가 하는 일이라곤 특별한 것이 없다. 어제까지 읽던 이윤기의 그리스로마신화를 곰곰이 보니, 예전 5권짜리 사두었던 것이 합본이란 사실을 깨닫게 된다. 10여 년이 지나서 읽어도 레테의 강을 다녀온 듯 까먹는 능력이 다시 재미를 더 해준다. 어찌 보면 우스꽝스럽고,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신화를 보며 하늘을 날아다니는 상상력 수준을 갖고 있지 못하다. 단지 내가 살아왔던 환경이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 나름대로 생각해 본다. 화려해 보이지만 현실 속의 발전을 보면 신화의 상상력만 못하다. 그런 생각은 아주 오래전부터 존재해 왔고, 물질문병의 현란함 눈속임이 즐거움과 허무함으로 난무하기 때문이다.


오감 중 시각적 부분은 현미경, 천제망원경, 텔레비전, 스마트폰을 통해 확장되고, 그 콘텐츠는 넷플릭스와 유튜브가 대세를 이루고 있다. 미래에는 다양한 영상이 과거를 AR/VR로 재현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한다. 영상을 이어 붙이고, 물리적 거리와 각도를 계산하는 어려움은 있겠지만 불가능할 것도 없다. 이런 일이 가능하면 정말 알리타, 레디 플레이어 원이 가능한 세상이 되지 않을까? 경제적으로 생산성이 있을까는 심히 우려되긴 한다. 동시에 이런 일이 가능하면 또 폭력적인 수단으로 쓸 방법 또한 무궁무진할 테니.


청각적인 부분은 글쎄라는 의문이 있다. 인간이 받아들이는 소리의 정보입력 범위는 제한적이다. 심각한 오디오 광들은 들을 수 없는 소리가 들린다는 주장을 하고, 그런 것 같은 현상이 인간을 통해 이루어지기도 하나 난 알 수가 없다. 후각과 관련해서도 그렇다. 홈쇼핑의 음식 냄새를 맡게 집안에서 느낄 수 있다면? 이게 좋은 일인가? 잠시 만족스러울 수도 있지만 집안의 음식냄새도 문제고, 빈부의 격차 속에 결핍의 문제가 증폭되지 않을까? 이 부분의 확장은 아직 잠재적이란 생각을 한다. 세상이 시각적인 현란함을 추구하는 것은 과학적으로 정보가 많이 내포되었다고 볼 수 있고, 이를 통해 인간이 자극을 받고 반응하기 때문이다. 현실적 대세임을 부정하기 어렵다. 미각은 더 말할 의미가 없다. 다이어트 빼면 배부르지도 않고, 먹지도 못하고 맛만 느끼는 점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인간은 소비적인 본능과 생산성을 위해서 움직이는 동물이기 때문이다.


촉각도 많은 기술적 노력을 요구한다. 의료분야에서 일부 활용될 수도 있지만 이 감각의 확장은 글쎄다? 농담 삼아 AR/VR이 나왔을 때 포르노 산업과 카지노 산업이 가장 먼저 도전하는 것처럼 촉각의 분야에서 뭘 확장할지 모르겠지만 상상력의 한계가 존재한다. 아님 하던 짓을 계속하는 것이고.


이 생각 주머니의 크기가 내 수준이다. 세상을 곰곰이 보면서 '인간은 천성이 게으르다'라는 명제를 입증하기 위해 '인간은 꽂히면 꽤 부지런함과 미친 도전을 한다'는 명제가 혼재되었다는 생각을 한다. 요즘 휘발유 1리터가 1700원을 넘는다. 편의점 500ml 물 한 병이 1천 원 수준이다. 물이 더 비싼 시대가 아닐까? 예전엔 식당에서 배달을 알아서 해주기도 하고, 더 오래전엔 지게꾼이나 물장수가 물을 돈 받고 날라줬다. 한국전쟁에서 지게꾼들의 활약도 역사에 남아 있지만, 형태가 바뀌긴 했지만 최근의 배달 플랫폼이 크게 성장한 것을 보면서 많은 사람들이 이 분야에 종사한다. 사업이 아니라 인간의 입장에서 이것이 좋은 현상인지 가늠하기 어렵다. 드론시장은 처음엔 구조와 안전, 스마트 팜, 산불방지, 엔터테인먼트 분야의 도전이 존재하지만 최근 급성장은 사람 죽이는 군사용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상당한 아이러니가 존재한다. 열심히 만들어 살상용으로 쓴다는 것이 바람직한 발전이라고 주장하긴 좀 그렇지? 좀 긍정적인 부분은 자율주행과 UAM, 사람을 베끼는 중인 휴머노이드 로봇 분야가 아닐까 한다. 이것들도 나중에 하늘을 나르는 불벼락이 될지, 터미네이터가 될지 알 수 없지만 초심은 유토피아를 꿈꾸기 마련이다. 이런 걸 한다고 소재, 부품의 첨단 개발과 인간보다 정밀하고 쉬지 않고 일하는 자동화 분야가 함께 바닥을 다지는 중이다. 로봇이 손을 완벽하게 구현하고, 인공지능이 발전한다면 정말 지적 분야와 문화를 제외하고 인간이 강점을 가질 부분이 무엇일지 모르겠다. 김구 선생의 문화강국은 시대를 넘은 사유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참 옳은 말이다.


이런 현상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세상이 지향하는 관점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조금 뒤집어서 보면 왜 저러는지 조금 더 이해가 되지 않을까 이렇게 저렇게 보고 있다. 뒷감당은 항상 인간이 하게 되지만.


사람은 물리적 이동을 위해서는 일종의 노동이 필요하다. 생산적인 결과물을 만들기 위해서는 더욱 그렇다. 장을 보던 시대에서 배달료를 내고 그 노동을 사는 시대다. 2천 원도 안 하는 커피 한 잔을 배달료를 지불하고 주문하는 사치의 즐거움에는 생산성이 아니라 부림의 즐거움, 만족감, 기회비용과 같은 다양한 자기만족이 존재한다. 모두 좋은 기업을 선호하고 좋은 복지와 급여를 선호하는 욕망을 충족하기 위해서 노력한다. 누군가는 생존을 위해서 인내하기도 한다. 이 부림이란 권력의 경계는 또 애매모호하다. 가끔 열심히 공부해서 취업하는 과정이 머슴 특급이 되는 과정처럼 보일 때도 있다. 머슴 특급이 되었더니 장교 클래스가 있고, 계속 머슴생활 속에 안주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는 것은 아닐까? 다른 생각은 이런 과정에서 자기 분야를 실현해서 성취하고 새로운 필요를 이끄는 가치를 창조한다. 이 과정을 통해서 부림 받던 위치가 부리는 위치가 되기도 한다. 그 물리적 이동을 어떻게 설계하는가? 물리적 이동을 수행하고 있는 수준에 따라 갈린다는 생각을 한다. 이 부분이 요즘 시대의 핫이슈가 아닌가 한다. AI? 왜 인공지능을 만들고 이를 통해서 자동화를 구현하는가? 그 명제는 인간이 게으르다는 것을 입증하는 증거가 아닐까? 사업도 마찬가지다. 나 혼자 해도 문제가 없고 돈 잘 버는데 사람을 채용해서 쓸 일이 없다. 내가 못하고, 어렵고, 힘들고 한 부분을 남에게 맡기는 것 아닌가? 이 과정에서 필요한 사람임을 입증하는 수준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다. 어느 분야나 마찬가지다.


사무실에 세워 둔 "나를 위해 살지 않으면, 남을 위해 살게 된다"는 책을 볼 때마다 비웃음을 날리곤 한다. 나를 위해서만 산다면 좋은 결과가 나오나? 크리스마스에 귀신과 만나 험한 꼴을 보는 스쿠르지 영감탱이처럼 되기 쉽지 않을까? 내가 하고 있는 일들의 대부분은 사실 타인의 문제를 해결하고, 타인을 돕는 구조속에서 생산성이 창출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회사에서 월급 주고 싶어 안달이 나서 제조, 구매, 회계, 재무, 영업, 개발, 기획, 전략 부서를 만드나? 회사가 영리를 목적으로 하지만, 그 결과물이 세상 사람들의 삶을 윤택하게 돕지 못하면 건강하게 성장하지 못한다. 피해를 주면 대부분의 국가는 공문원과 심각하게 조우할 기회를 부여할 뿐이다. 그럼에도 주가조작, 사기, 횡령, 배임 같은 일을 벌이는 종자들이 나오는 것은 인간의 하자를 입증하는 사실일 뿐이다. 문득 든 생각은 인간이 게으른다는 점을 인식하고 무엇인가 이 게으름을 즐기게 해주는 디자인, 기획이 성공을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우스운 일은 그걸 성취하려면 보기보다 미친 짓을 부지런하게 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연말 다가오는 12월을 앞두고 이런 생각을 하다 대체 뭐 하는 건가? 이런 생각이 든다. 올 한 해도 익사이팅하게 오르락내리락하는 일이 많았다. 사지멀쩡하게 한 해를 보내는 중이니 다행이고 감사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인생의 9년마다 오는 삼재가 아니라 재난의 연속과 대응의 연속이란 생각을 한다. 작년 내란 때 GOP에 있던 녀석과 아이들이 살아갈 세상을 걱정하던 시절이 이젠 좀 바뀌어야 할 텐데.


내년을 위해서 올해 하 던 일을 다시 리셋하는 기분으로 정리 중이다. 2026년 다이어리에도 내년 작은 계획과 삶의 계획을 한 줄 정도 써 보았다. 국내사업 부분은 이를 담당하는 동생 녀석에게 갖고 자립을 해보라고 했다. 10억 매출은 넘을 사업을 대기업과 하고 있으니 스스로 잘하겠지라는 생각이 앞선다. 이걸 말아먹으면 멍석말이를 해야지. 이것저것 본인의 장점에 온갖 나름의 노하우는 전달해 주었다고 생각하지만 근심이 앞선다. 내 마음대로 세상이 되는 것도 아닌데, 타인을 보면 장점의 안심과 단점의 걱정이 혼재한다. 하지만 자립하고 독립할 수 있을 때 해 주어야 한다는 생각을 굳혔다. 당장 우리 회사 매출이 저 정도 빠지겠지만 아깝다는 생각보다 이 녀석이 잘 유지하고 발전시켜서 누군가에 공헌하고 세상을 잘 살아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요즘 유행하는 케데헌의 "Golden"처럼 세상을 항상 up, up, up만 할 수는 없지만 실력도 삶도 한 단계 올라가실 기대 해 본다.


줄어든 만큼 나도 준비할 것이 있다. 사무실에서 내년 살림을 시뮬레이션해 보면 매출 규모가 줄었다고 어려운 정도는 아닐 듯하다. 2년간 만들어 온 사업들 중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고객들은 본사에 이관했음에도 그 정도는 될 듯하다. 사람인지라 이관할 때 기분이 좋은 것은 아니었지만 조금 생각해 보면 오래가기 위해서는 그것이 또 타당한 일이다. 욕심이 안 나는 것은 아니지만 나 또한 구성원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이관하고 미팅 조율을 하며 조금 섭섭하기도 했지만 세상은 또 공평하다. 이관해 준 규모의 기업과 손색없는 기업과 미팅도 하고 이것이 더 큰 기업과 미팅하는 기회가 되어 내일부터 또 엄청 바쁠 듯하다. 당연히 시간이 걸리겠지만 조금 더 빠른 속도라 기대가 되기도 한다. 세상을 베풀고, 누군가를 돕고 그 과정에서 내 삶이 만들어져 간다. 인생이란 드라마는 그런 일을 구축하는 스토리가 아닐까? 하여튼 계산한 시뮬레이션에 근접하거나 넘어서거나 해야 나도 멍석말이가 없겠지 뭐.


비닐을 뜯었으니 올재의 손자병법이나 읽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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