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내일 한국에 온다고 연락한 녀석 때문에 사무실을 나섰다. 새벽에 도착한다고 해서 급하게 부산행 기차에 몸을 싣었다. 입석과 좌석이 병행된 표를 타고 가는데 여권이 미국 비자받느라 대사관에 있어서 못 온단다. 젊은 녀석이 정신이 없네. 아휴.
해운대 근처 숙소를 잡아서, 들어가기 전에 잠시 바닷바람을 멀리서 조금 느끼다 들어왔다. 영상 10도 정도라 입고 간 옷이 덥다고 느껴지는 날씨다. 어쩌단 한 번씩 들르면 보게 되는 거리를 보면 기분 좋은 점이 있다. 간판이다. 한글, 한자의 멋진 서체가 많이 눈에 들어온다. 우리야 익숙하지만 이런 풍류가 있는 나라가 있는가? 저녁이 혼자 먹기 마땅치 않아서 돼지국밥을 먹었다. 해운대에만 오면 여길 가게 된다. 아침도 열린 식당이 없어서 또 돼지국밥을 먹었다. 다음엔 전통시장 거리를 조금 다닐 시간을 내봐야겠다.
몇 년 전 친구 녀석이 전시회 한다고 오라고 했는데 안 갔다. BEXCO는 사실 처음 와 본 셈이다. 급하게 전시회에 오게 되니 난생처음 전시회 입장권을 구매하게 된다. 전시회를 하거나, 초청장, 사업등록이 대부분인데 2만 원을 결제하는 느낌이 아주 어색하다. 그렇지 않아도 드론 관련 신규 고객과 NDA를 하고 있어 마침 잘 됐다고 생각한다. 3년 전 싱가포르 전시회기간 드론 전시회가 같이 있어서 보긴 했지만 꽤 오랜만이다.
군사용 드론이 많다. 예전 프로젝트 할 때는 스마트시티, 산업안전, 산불관재, 해상구조등 사람의 안전을 위한 과제들과 도전이 많았었다. 지금은 우크라이나, 러시아 전쟁의 여파 때문인지 군사용 공격형 드론이 많이 눈에 띈다. 어차피 방산은 규격이나 인증이 아니라 성능 시장이다. 군인들도 많이 눈에 띈다.
한 가지 군사용 드론이 실제로 전투에 사용된다면 가전제품처럼 고객불만, AS 같은 일은 없을 것 같은 생각을 해봤다. 승인 나도 팔기만 하면 땡이네라는 이해타산적인 생각과 마음 한 구석이 매우 찜찜하다. 결국 사람 죽이는 장비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성능이라는 것도 사람을 정확하게 잘 죽인다와 별반 차이가 없어 보여서 불편한 것은 사실이다. 드론에 개인화기를 달아 둔 것도 있고, 이름도 흉하게 자폭드론도 있고.. 게임에서나 보던 일이 현실이 되어간다.
산업적으로 보면 아쉬운 점이 많다. DJI가 전시한 고층건물 청소하는 드론은 제품 콘셉트와 목표시장의 feasibility가 꽤 괜찮다. 반면에 군소 작은 업체들과 이야기를 해보면 기체는 중국에서 사고, 카메라는 협력사에 맡기는데 중국부품이고, 보기만 해도 구닥다리 느낌의 제품은 한 땀 한 땀 한국에서 만든 느낌이다. 그나마 대기업의 군사용 드론은 눈에 들어온다. 정부 국책사업이 아니면 경쟁력이 있나? 식당 서비스 로봇처럼 죄다 OEM으로 사다 자기 이름 붙여 팔기 바쁜 것은 아닌지 아쉽다. 더 아쉬운 것은 중국업체들이 전시회에 나와있는데 드론에 들어가는 배터리를 팔아볼 생각인 것 같다. 어쩌면 저게 더 현실적이란 생각을 해본다.
업체들을 보면 지자체들이 많이 나와있다. 공무원 하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다. 각 지자체에서 푼돈 주고, 기술개발 한답시고 노트 빽빽이 하며, 상용화가 어려운 수준 낮은 제품을 만드는 낭비적 연구개발이 아니라 지자체들이 자금을 모아 기관을 만들도 더 확실한 사업을 주도하는 게 낫다는 생각을 한다. 기관도 감사를 받고, 경쟁과 협력을 유도하고, 성과가 없으면 과감하게 그런 업체는 망하게 내버려두어야 한다. 중국에서 동체사고, 카메라 사 오고, 프로그램이냐고 AI 할 역량이 된다고 보이지 않으니 조금 한글화 하고 요구사항 맞춰서 만드나 그런 생각이 들 정도다. 그러니 해외업체가 몇 곳 전시를 하던데, 정작 해외 고객들이 많이 왔는지는 좀 의문스럽다. 가장 확실하게 웃음을 준 것은 부산어묵도 한 구석에 보여서 한참 웃었다.
라이다를 이용해 정밀 환경을 스캔하는 시도들이 많다. 다들 라이다가 달렸다고 보여주는데, 3년 전 싱가포르 전시회에서 실제 드론과 소프트웨어로 3D Map을 시현하던 업체들과 비교해 보면 기술력 차이가 있다. 소프트웨어 밀리고, 하드웨어까지 밀리면 그 산업을 잃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러다 젊은 친구들이 자기들은 정밀 지도를 개발하는 회사라며 대동여지도와 동국여지승람을 인쇄해서 나눠주고 있었다. 한국의 아이덴티티를 강조하는 마음을 보는 관점은 여러 가지나 기특하다는 생각을 했다. 정밀지도는 군사용에 가깝다. 자율주행에서도 정밀한 지도를 만들려고 지구를 스캔하는 무식한 방식들이 사용된다. 테슬라가 지도 없이 영상분석으로 끝낸다는 도전이 가시적 성과를 내기 시작하며 지도는 갈수록 매력이 떨어지고 축소된다. 저궤도 위성으로 스캔이 아니라 실시간으로 찍어대는 것이 가능하다는 걸 스타링크가 러우전쟁 중에 보여줬다. 지도는 도로공사, 자연재해, 날씨 등 변화가 발생하면 계속 바뀐다. 쓸모가 있다 없다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젊은 친구들의 도전이 더 좋은 시장의 필요를 창출하는 방식으로 잘 되었으면 한다.
3월 초에도 COEX에 다녀올 계획인데 올해는 국내 여러 전시회를 보게 될 듯하다. 그보단 신규고객들이 조금씩 늘어나고, 프로젝트가 여러 개가 진행되어 정신이 없을 것 같기는 하다. 전체적으로 스스로를 얼마나 잘 안정적으로 균형 있게 유지하는가가 올해 가장 필요할 듯하다.
한참을 걷고, 사업을 떠 안겨준 업체 대표를 잠시 만나서 인사하고 번갯불에 콩 구워 먹듯 집으로 향해서 돌아온 것 같다. 2월도 끝나가고 3월부터는 또 바쁘게 살아가고 살아낼 뿐이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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