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의 상상을 현실에 꺼내주는 사람들을 위해서
[대문 Image출처: http://seokjun.kr/author/seokjun-kim/ ]
업무상 개발자, 연구원 즉 수석, 책임, 선임, 주임이란 직책을 갖은 사람들과 대화할 때가 많다. 개발자들이 영업에게 업무특성을 빚대서 가장 많이 하는 말이 "사기꾼"이다. A급 무엇인가를 만들었는데 영업은 이것을 A마이너스로 형편없이 시장에 내돌려 마음을 상하게 하거나, A++로 침소봉대로 영업하는 환경을 보면 논리적인 구조체와 회로를 만드는 사람에게는 그렇게 보이나보다. 업무가 어려워 질수록 R&D 가족은 영업이라는 그때 그때 다른 변죽쟁이들이 실적도 없으면서 고급 인력을 부려먹는 다는 피해의식도 갖는다. 이쁜짓은 가뭄에 콩나듯 하고, 오키나와 옆쯤에 있을 법한 욕이나와에 귀양을 보내고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하나보다. 영업은 자주 노닥거리거나 잠시 키보드 워리어 활동을 하고, 저녁에 술마시고 노는 활동이 전부처럼 보이기도 한다. 우리 회사가 엔터테인먼트 회사가 아닌데 영업 선수들은 하여튼 뭔가 나에게 나쁜 기분을 주기도 한다. 쉽게 재들은 너무 논다는 생각을 하는 것이다.
반면 영업이 개발자들을 볼 때에는 자기 하는 것 하나 빼고는 주변 돌아가는 상황 파악이 잘 안되고 눈치는 참 야박할 정도로 없다는 생각도 한다. 삐치면 어찌나 사람 속을 썪이는지 별거 아닌걸로 고집들도 쎄다. 게다가 무엇인가 잘 안될때는 설명하는 방식이 참 급변한다. 온간 해당 영역전문 용어를 사용해서 '너님과의 대화는 외계어로'라는 실행을 시전한다. 얼굴에 '못 알아듣지'라는 만면의 미소를 날리기도 하고, 서투른 표정관리가 '내 실수를 말할 생각이 없지만 양심상 엄청나게 회피기동중이다'를 알려주기도 한다. 그러면서 '영업은 다 하는거 아니에요?'라는 멘트까지 양념으로 곁들여 준다면 사태는 점입가경이 된다. 영업이 바라보는 시장과 고객의 이야기를 전달하다보면 개발자들은 포장은 장인정신으로 하고 실제로는 '난 네말을 들은 생각이 애초부터 없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영업도 하나 잘하는 것도 없는 사람들이 일정도 품질도 안 맞춘다고 타박 일색이 된다. 생긴것은 남자답게 생겨갖고 안에는 변덕스러운 처자, 아줌마, 할머니가 세 명씩은 안에 계신듯 해보인다. 여기도 쉽게 말해 재들은 너무 논다는 생각을 하는 것이다.
서로 상대방이 논다고 생각하는데 회사가 돌아가는 것은 어째던 각자의 영역에서 무엇인가를 하고 있는 것이다. 단지 그 사람이 무엇을 하는지 가까이 들여다보고 그들의 노고를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멀리서 보면서 '재들은 참 편하게 산다"라는 자기도 잘 모르는 소리를 하고 있다. 어째던 내가 영업이니 영업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기로 한다.
a) 심각한 문제로 고객님의 호출이 떨어졌을 때
사태는 모두가 잘 알고 있다. 대화의 수준은 문제 해결이 우선이냐 책임이란 공으로 탁구대회를 개최하느냐가 결정한다. 솔직한 것이 주도권을 내주고 닥달을 당한다고 생각하면 망한 것이고, 고객님의 요구사항을 정확하게 전달하고, 이를 해결하는 방식과 시간을 결정해서 다시 대책을 수립하는 것이 사는 길이다. 대개 이런 대화의 시작에서 "누구냐? (또는 어떤 놈이냐?)"라는 포문은 망한 대화를 시작하는 아주 간단한 방법이다. "무엇인 문제인가?"가 중요한 사항이고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가 핵심 사항이다. 감정의 절제가 필요한 이유는 그것이 시간을 크게 단축하고 업무 지체를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b) 무엇인가를 시작할 때
내가 기획한 내용이 특허 완료까지 해 본 경험으로는 사전 준비단계가 대단히 중요하다. 무턱대고 사전 워밍업도 없이 '내일까지 이거 해주세요'라는 말이 빠듯한 개발 일정을 진행하는 연구원들에게는 봉걸레를 잡고 싶은 충동을 준다. 연구원에게는 분야가 있고, 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이 존재한다. 그들은 슈퍼히어로가 아니다. 그들이 그래야 한다고 생각한다면 영업은 불량품도 명품으로 팔 능력을 보여줘야 한다. 서로 피곤하게 물고 늘어지면 개싸움만 발생한다. 비록 업무관계이지만 무엇을 부탁할때에는 연인의 손을 처음 잡을 때처럼 공손한 척, 설레는 척이라고 해야하는데 영업들의 문제는 안에서 하는 갑질이 문제다. 밖에서는 갑질을 당하고, 을질의 기회는 없다고 집에와서 하늘같은 마나님 심기를 매일 불편하게 한다면, 입고 나갈 옷이 모두 건조대에 있어도 할 말이 없는 것이다. 누울자리를 좀 만들어야지 그걸 못하면 영업의 기초자질이 부족한 것이다. 쫒겨나면 홈리스, 안에 있을 때 잘해야 한다. 집이던 회사던...
가장 중요한 것은 고객, 시장, 요청자가 하고자 하는 것을 합리적이고 논리적으로 명확하게 글과 말로 설명하는 것이다. 개발자들은 논리구조를 이탈하는 순간 "뭐라는겨?"라는 질문을 끊임없이 내놓는다. 머리로 이해되지 않으면 만들수가 없거나 내가 원하던 것도 네가 원하던 것도 아닌 것에 약간의 논리가 덧붙어 엉망진창으로 뒤섞인 요물이 튀어나온다. 그러면 다시 영업은 "이게 뭐야?!!"를 외치게 된다. 영업은 "탁하면 척하고 나오는 거 아시죠?"라는 말을 하고, 개발자는 "어쭈 탁하면 억소리가 나오게 해주겠다"는 말을 하는 것과 진배없다.
세부적인 사항은 개발자의 영역이지만 큰 블로단위의 프로세스는 모두가 사용하는 방법임으로 나는 이를 활용하는 편이다. 이런 과정에서 개발자는 현재까지 진행된 과정상 구조변경이 갖고 오는 리스크 회피, 시간단축등을 감안하여 더 좋은 세부적인 아이디어를 counter offer하기도 한다. 즉, 사전 단계에서는 가능성을 타진하는 것이고 가능성이 확보되어 추진하면 연구소와의 대화는 6하원칙, 블록다이어그램(순서도)을 사용하여 대화를 하는 것이 좋다. 못한다는 사람에게 계속 하라고 난리를 치는 것은 학대라고 생각한다. 서로에게 피곤한 일이다. 그럼에도 어차피 대개는 안한다. 안하면 하고 싶은 사람에겐 큰 손해만 남는다. 동시에 내 생각과 고객의 생각이 다 맞는 것도 아니다.
c) 모르면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배워라 (네가지가 없으면 가르치지 마라)
개발자들이 영업부서에 와서 영업을 가르쳐 달라는 말은 절대로 하지 않는다. 한 번도 본적이 없다. 그들은 아예 종이 다른 사람들로 보는 것 같다. 하지만 개발하다가 영업을 하시는 분들은 많다. 영업하다가 개발하시는 분은 더 적지만 존재한다.
이런 차이를 전재로 연구소에 가면, 멋지게 생긴 젊은 청춘이나 무뚝뚝한 아저씨나 뭘 잘 가르치는 재주가 있는 연구, 개발인력을 보기란 참 쉽지 않다. 한 번도 가르쳐준적도 없으면 "넌 그걸 모르냐, 회사다닌지 몇년이야?"라는 소리를 듣기 일쑤다. 언어를 사용해서 똑같은 의미를 전달하는 기술이 참 신묘할 뿐이다. '이거 이해가 잘 안되니?'라는 친근한 말과 '바보냐?'라는 외침의 의미 도출은 유사하지만 결과는 전혀 다르다. 영업은 상대방이 지위에 상관없이 나를 일깨워 줄 때에는 선생이라고 생각해야 한다. 여기서 갑질을 하면 젊은 것이나 어른이나 가르치는 내내 역갑질을 당하게 된다. 배울땐 잘 참아야 한다. 참을 인자를 서로 10개씩은 준비해야 한다. 어차피 같은 조선말이나 사용기술이 전혀 다르기 때문에 활화산처럼 솟아오르는 분노와 깊은 빡침이 생길 가능성이 존재한다. 실제로 더럽거나 깨끗한 것과 상관은 없지만 '더러워서 못 해 먹겠네'라는 말을 많이들 하는 이유가 이런거 아닐까요?
이때 가장 좋은 방법은 내 경험상 드러눕기다. "음..내가 엔지니어가 아니니까 초등학생이다 생각하고, 그 수준에서 알아 들을 수 있는 말로 설명을 부탁해"라고 아주 공손하게 가르침을 구하는 것이다. 젊은 친구들은 엄청 좋아한다. 갑질기회라는 표정도 보인다. 이렇게 원천적으로 기술용어 시전기술을 차단하면 온갖 비유를 붙여서라도 내가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쉽게 생각하고 달려든 연구원이 사실 고생을 한다. 자신이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을 왜 당연한지 생각해 본적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본인도 배울 때가 있는 것도 같다.
자신의 온갖 지식을 다 써야지 앞에 눈만 멀뚱멀뚱 껌벅거리는 소같은 아저씨가 고개를 끄떡끄덕하기 때문이다. 동시에 직급이 낮은 연구원은 자신보다 직급이 높은 직원을 가르치는 재미와 즐거움을 갖기도 하는 것 같다. 이렇게 실무에서 개발자들의 일을 어깨넘어도 이해하게 되고, 서적들을 통해서 개념을 이해한다면 충분이 협력적 대화, 동기부여가 서로에게 가능하다. 결과적으로 함께한 시간만큼 친해진다는 것이다.
요즘도 종종 사무실을 굼벵이마냥 어슬렁거리다가 청춘 디자이너에게 가서 "너도 잘 알다시피 이 아저씨가 미적 감각이 전혀 없잖아!"라는 말을 던지자마자 담당 디자이너는 "아휴..알았어요..뭘 고치고 싶은 거에요?"라는 잔소리와 미소를 던진다. 좋은 학습은 좋은 결과를 예측하게 한다. 인간의 학습이란 요즘 기계에게 공부하는 방법을 가르키는 딥러닝, 데이터 사이언스와 다른 것이 아니다. 그 이전에 서로의 역할을 존중하는 것이다. 일과 업무를 논할때엔 그 중심으로 논의하며 내가 원하는 역할을 해주는 상대방의 배려가 중요하다.
특히 영업들에게 연구 개발 조직은 자신이 지향하거나 상상하는 것을 현실에 갖다주는 수고로움을 하는 사람들이다. 이런 소중한 사람에게 감사한 마음을 갖는다면 연구소와의 외계어 대화는 사라질 것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