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발매 티저북
발매전 책을 볼 수 있는 기회는 사람을 즐겁게 한다. 타인보다 먼저 본 다는 신선한 느낌이다. 그런데 티저라는 말이 광고의 의미에서는 조금씩 또는 부분을 보여주며 소구 대상의 관심을 끌어내는 과정이다. 호기심을 유발하는 시간이 너무 길면 불만이되고 너무 짧으면 효과가 반감된다. 반복적으로도 기억에 각인하기 위해서 적절한 노출도 필요하다. 그런데 이 광고의 접근 방식은 책이라는 상품에는 대단히 부적절한 기법이라고 생각했다. 책은 부분을 보여주면 이해가 안되고, 너무 많이 보여주면 상품 판매에 지장을 준다. 나는 먼저 읽은 리뷰어의 서평이나 전문가의 섬세한 리뷰로 이루어진 책이 아닐까했다.
받아든 얄쌍한 책이 200여 페이지에 목차도 있다. 읽던 십이국기를 놓고 읽기 시작했다. 그러다 티저라는 말에 충분히 공감할 수 있게됬다. 치밀한 구성과 긴장감, 지속적인 ‘뭐지, 어떻게 될까?’하는 호기심을 꾸준히 갖게 한다는 것으로 티저는 충분히 유효하다.
우연과 현실의 사고가 교묘정치하게 움직여야 스릴러물은 이기를 끈다. 논리와 신박함도 결국에 독자의 호기심을 물고 늘어져야하는데 그런 점에서는 꽤 높은 점수를 줄만하다.
알 수 없는 묻지마 살인사건에 연루된 다양한 사람들 중 이 사건을 쫒는 사람들은 모두 소외된 사람들이다. 그런 소외된 자들의 시각이 어쩌면 잘못된 것이 아니라 우리가 미처 바라보지 못한 관찰력일 수 있다. 주인공 슈지의 기가막힌 인지력은 대단하다.
사실 인간의 기억력은 목적의식이 있을 때 빛을 바란다. 해외에서 경찰에 신고하고 몽타즈 검사를 해보고 목적없이 바라보고 스쳐가는 인간의 기억이 얼마나 하찬은가를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스스로 좋은 기억력을 자랑하곤 한다. 추리, 스릴러는 이 사이를 아주 교묘하게 줄타기한다. 어떤 면에서 요지를 전달하는 책과 달리 사람의 생각과 상상력을 얼마나 그럴싸하게 이야기를 통해서 디자인하는 것은 아닐까 생각해본다.
묻지마 살인은 발생하고 소마란 경찰은 스키마스크라고 불리는 초현실적 킬러를 쫒고, 이유를 알 수 없지만 아렌이란 여성도 등장한다. 이야기가 조금 무르익을 때 티저북이 끝난다. 이런 제길이다.... 티저북에 펼쳐진 목차를 멍하니 바라보며 상상도 해본다. 게다가 아직 미발매라는 것을 깨닫고 티저라는 색다른 방식의 접근이 꽤 큰 자신감의 표현이라고 생각된다.
#범죄자 #오타아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