짝브릭의 세상

그래도 키덜트 브릭 세상

by khori

출장을 다니다 장난감 가게를 들르면 기분이 좋아진다. 그런 상상과 호기심을 갖게 되는 것은 동화책을 보며 아이의 순수한 마음이 나의 한구석에 남아 있는 것을 느끼듯 즐거움이 된다. 방의 한구석이 레고와 책으로 쌓여가는 것이 다르지만 또 다르지 않다. 키덜트란 각자 다르지만 그런 호기심을 좀 오래 갖고 있는 것에 지나지 않다. 조금 불만족스러운 일들이 있을 때,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위안이 되고, 스스로에 몰입하면 차분해진다.


출장 중 장난감 백화점에 바라본 디즈니를 보면서 한참을 바라보았다. 러시아에서도 디즈니는 인기가 좋은가 보다. 그런 순수함에는 국경이 없다.


해외영업이란 직업은 다사다난하다. 하루 종일 아무 일이 없으면 무료할 정도다. 그럼에도 실적 마감의 시간에 쫓기는 긴장을 즐기기도 하고 또 스트레스도 받는다. 영업직군이 가장 싫어하는 게임이 369게임이다. 월 마감, 분기 마감, 상반기 마감, 년 마감이 성과의 잔치이지만 과정의 고난이 항상 즐거운 것은 아니다.


그럴 때 레고를 만지작 거리다 또 손을 놓는다. 몇일씩 뚝딱거리거나 책상 한구석이 요란해지고 마나님의 표정관리도 봐야 한다. 잔뜩 쌓아둔 아키텍처 모델을 보면 흐뭇하지만 정작 몇 모델을 만들어 보지는 않았다. 집에 있는 브릭으로 박스를 고이 모셔두고 만들기도 하지만 부품함을 뒤적이는 것도 시간이다.


요즘 다사다난하고 시원한 바람이 아침저녁으로 보니 양의 존재는 음의 기운을 받아 싱숭생숭하다. 그래서 짝브릭을 사보기로 했다. 배스킨라빈스, 극장에서 파는 모델 등 얻거나 사기도 하고, 옥스포드 성도 한두 번 사봤지만 짝브릭은 항상 꺼린다. 레고를 그대로 베낀 지적재산의 강탈이기 때문이다. 중국 업체가 최근에 손해배상을 쥐꼬리만큼 한 판정이 있다고 해도, 영업을 하는 입장에서 카피 제품은 심리적인 거리감이 있다.


그럼에도 한 번사봤다. 아직 가보고 싶은 곳도 있고, 보고 싶은 것도 있고 가본 곳도 있다. 그래서 architecture는 모듈라로 실제 사는 곳의 모형만큼 재미있는 모델이다. 백악관도 가본 적이 없고, 브란덴부르크, UN건물 등 안 가본 곳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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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을 기다려서 받아본 브릭은 조금 이상하다. 레고보다 작다. 똑같이 복사하던 수준에서 90퍼센트 크기로 아기자기하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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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들어 놓고 보니 마이크로 브릭과 레고의 중간 정도 되는 것 같다. 손가락에 레고보다는 힘이 더 많이 들어간다. 그래도 브릭의 품질은 거의 유사한 수준 같다. 손이 그렇게 느낀다. 남는 부품도 꽤 많다. 대체재라는 마음 한구석 꺼림칙한 마음도 있지만 넓게 브릭의 세계라는 측면에서는 나쁘지는 않다. 사실 브릭링크 등에서 보던 창작품들도 제품으로 만들어 파는 중국이 조금 과하다는 생각도 있지만 사실 '아~ 저거 한 번 갖고 싶다"하는 모델도 있다. 버즈두바이, 성당, 101 빌딩, 쌍둥이 타워 이런 모델들이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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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드는 시간이 후딱 지나갔다. 브릭이 작아서 훨씬 손이 많이 가지만 지나간 시간을 느끼지 못한 것 같다. 그런 집중하는 시간 동안 또 받았던 스트레스를 차분히 내려놓게 된다. 이런 맛에 브릭을 만지작거리지..


#키덜트 #아키텍처 #레고 #짝브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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