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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hori Sep 29. 2018

Destination

어두운 기운과 극심한 피로가 몰려온다

 뒤셀도르프 공항에 도착해서 이번 출장을 돌아보고 있다. 보딩패스를 받아야 안심이 될 것 같다. 아니 한국에 발을 딛고 짐을 찾기까지는 안심할 수 없다. 알 수 없는 어두운 기운이 계속 나를 쫒아오고 있다. 이 불길한 기운은 뭐지?


 출발 당일 갑자기 입원한 동료는 식중독 같다. 새벽에 병원에 가서 링겔을 맞으며, 출장을 갈 수 없다는 연락이 왔다. 통제할 수 없는 일에 너무 힘을 쏟는 것은 무모하다. 차라리 해야할 일에 집중할 때라고 생각했다.


 터미널을 확인하려고 단독방에 메세지를 띄웠다. 공항 도착 시간을 말해줬다. 


“비행기가 취소됐다는데요!”

“힘든 출장이 될꺼 같아”

“여행사 전화 안갔어요” 


 이런 황당한 일이.. 그리고 비행기 표를 구하느라 난리가 났다. 아랍에미레이트 항공을 타고 두바이를 거쳐서 뒤셀도르프까지 가거나, 하루 늦춰진 일정으로 아시아나와 루프트한자를 탈 수 있다. 후자를 선택했다. 항공시간과 대기시간이 짧기 때문이다.


 공항에 도착하니 아시아나 사무장도 이런 일은 드물단다. 그래도 보딩패스를 받았다. 맥주를 한 잔 마셨다. 비행기에 자리를 잡고, 잠들고 일어났는데 비행기가 아직도 땅에 있다. 한 시간을 지체했으니 갈아탈 비행기를 위한 예비시간이 한 시간밖에 되지 않는다. 비행기가 이륙하자 기장이 사과방송을 한다. 


 “중국 하늘의 교통체증으로 도착 시간이 3-40분 더 늦어질 예정입니다” 


 연결편 비행기는 구경도 못하게됬다. 점입가경이다. 사무장에게 좀 따졌다. 이 양반도 이런 경험은 처음이라 도착해봐야 알 수 있단다. 공항에 도착해서 연결편 비행기 표를 받는 것을 아시아나 사무장이 일일이 챙겨줬다. A380 2층짜리 비행기였는데, 훌륭한 동료들은 표를 받지 않고 왔다. 잰 걸음으로 게이트에 도착해서 표를 받고 한 시간 늦춰진 비행편에 몸을 싣었다  


 12시간이면 호텔에 도착할 곳을 24시간에 걸쳐 도착했다. 처음 계획은 아침에 도착해서 좀 쉬고 설치하고, 전시회를 준비할 계획이었다. 멀쩡한 제품이 남의 집에가면 문제를 일으킨다. 다시 갖고와서 우리집에 놓으면 멀쩡하다. 이처럼 환장할 노릇도 없다. 이런 이유로 전시회 설치하는 날부터 새벽출근을 했다. 설치를 하고나니 하루가 길고  피곤하다. 이 때까지만 해도 그러려니 했었다. 살다보면 알 수 없는 이벤트가 삶에 침입하곤 한다.


 전시회를 마치는 날에는 어느 때보다 철거작업이 빨리 끝났다. 문제는 창고로 보내진 wooden box가 창고 제일 깊은 곳에 있단다. 이로 인해 멍떼리며 두 시간을 기다렸다 퇴근했다. 저녁을 먹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다음날 체코를 경유해서 마드리드로 가는 녀석과 기차로  푸랑크푸르트로 떠나는 동료들에게 인사를 했다. 일본은 짜미인지 태풍이 와서 긴장하고, 인도네시아에는 지진이 났다. 집을 비우면 세상은 언제나 혼란하다. 그러고 보니 야생의 느낌이 물씬 풍기는 미팅도 있었다. 감각적으로 사람과 대화를 하는데 야생의 느낌이 난다. 마치 야수와 같은 눈빛.. 그런 사람을 금년에 두 번째 본다. 


 떠나는 날 새벽부터 전화기가 바쁘다. 한국은 토요일이고 고객님도 쉬는 토요일에 누구지? 짧게 일어났다고 대꾸하고 다시 잠들었다. 누군가 급하게 방문을 두드린다. 체코가는 비행기가 결항되었단다. 동료의 애타는 보이스톡 목소리도 들린다. ‘이번 출장 참 다채롭구나’. 


 항공사에 전화를 하니 체코는 늦게 끊어주고 마드리드는 다음날 보내준단다. 일정은 다  틀어져서 한국 오는 일정도 문제가 된다. 급할 수록 물러서서 봐야한다. 전부 일정취소시키고 한국으로 먼저 보내기로 했다. 한국 여행사에 표를 물어보니 항공료만큼 비용이 나온단다. 항공사는 체코까지만 환불해주겠단다. 전화 받는 인도 녀석이 전화기 줄을 당기면 내 앞까지 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동료가 CM(complaint manager), CS(complaining specialist)라고 한 농담이 일상생활이 되어가고 있다. 걱정은 되지만 한국가는 비행기는 다음날로 하고 나머지는 취소와 환불을 받았다.


 공항에 잔류한 직원을 찾으러 먼저 출발했다. 호텔에 있는 직원들에게는 시간 맞춰 공항에 오라고 했다. 쓰나미처럼 다가오는 어둠의 기운이 느껴진다. 단톡방에 오늘 마음에 새길 단어는 “조신”이라고 적었다.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서 노력하고, 통제할 수 없는 일은 받아들이며 살아야 한다. 통제할 수 없는 일을 극복하면 영웅이 되겠지만 대부분 통제할 수 없는 상황의 희생양이 될 때가 많다. 인생은 끊임없는 선택이지만, 그 선택전에 판단이 있다.


 공항에 도착해서 직원을 만났다. 호텔을 예약하고 우리가 도착하는 곳을 몰라 터미너을 끝에서 끝까지 왕복했단다. 어려울수록 긍정적인 생각을 갖으라고 했다. 아침부터 두 세시간 힘을 썼더니 배가 고프다. 만만한 맥도널드에 가서 햄버거를 먹기로 했다. Kiosk에서 전자주문을 했다. “card please”란 글자를 보며 기계가 말이 짧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이 녀석 주문표를 내놓지 않는다. '아하!" 앞 사람이  투덜거리며 간 이유가 이것이었나보다.  ‘자식 고장났다고 말이라도 해주고 가던가!’ 직원을 찾아서 떨어진 영수증 종이를 채웠다. 그냥 가버린 앞사람과 우리 주문표가 나왔다. 받아온 음식은 3인분인데 빨대는 하나밖에 없다. 


 어이가 없어서 서로 얼굴을 보며 긍정의 마인드를 회복하려 노력했다. 서로에게 격려와 농담을 주고 받았다. 데스트네아션처럼 쫒아오는 악의 기운은 의식할수록 더 자주 마주친다. 한 녀석이 머리를 숙이고 졸기 시작한다. 나는 이러한 에피소드를 이렇게 기록하고 있다. 괜히 "이번 출장 영화 Desitnation같지 않아?"라고 내뱄었나보다. 여기까지 쓰고 있는 와중이었다.


 “띠로리로리~~” 카카오톡 벨이 울린다. 출장의 에피소드를 기록하며 키득거렸다. 졸던 녀석이 일어나면 여행상의 보이스톡 상대방을 인식했다. “불길한데”라는 말을 했다. 블라블라 “또 결항이라고요? 실장님 제가 스피커폰을 켤께요”  극심한 피로가 몰려온다  비행기 이름도 KL18xx이더니....  할 말이 없다. 


 다행이 하프밀리언 카드가 도움이 되었다. Priority로 갔다. 요즘 자주 결항되냐고 물어보니 ‘0nce in a week’란다. 이 아저씨도 일반석 대기줄을 꽉 채운 사람들을 보며 하루가 피곤한가보다. 옆 자리 아주머니는 "내 잘못이 아니잖아요!"라면 고객불만에 대응한다. 여기에 널부러진 누구의 잘못도 아니다.


 ‘we are twice a week’라고 했더니 이 아저씨도 자기 잘못은 아니란다. 맞는 말이다. 동행중 한 명은 이스탄불을 경유해서 서울로 가고 나머지는 프랑크푸르트다. 하필 한국어만 익숙한 사람이 떨어졌다. 더구나 이스탄불까지는 확정이고, 이스탄불에서 인천가는 것은 하루가 될지 이틀이 될지 모르겠단다. 아저씨가 사무실에 한참을 전화해서 내일 비행기로 전부 변경했다. 


 Airport hotel과 저녁 바우처, 아침을 제공해준다. 바우처를 달라니 흔쾌히 준다. KLM을 타면 선물을 살 수 있다. 10유로어치 음식을 먹거나, 마일리지를 쌓아준다. 세 가지 선택 다 맘에 안든다. 호텔에 왔더니 18시 체크인은 명단이 안와서 20시라고 한다. 마나님에게 경과보고를 하고 멍떼리고 있다. 다시한번 극심한 피로와 어둠의 기운이 느껴진다. 에라모르겠다. 읍내에 나가서 김치찌게에 소주나 마셔야겠다.


 아니 마늘이라고 진창 먹어야하나. 보상프로그램을 이야기하며 동료가 “급전필요하면 KLM을 타면 될꺼같아요”라고 농담을 한다. 떼릴뻔했다.  긍정적으로...... 그 와중에 여행사 사장에게 문자를 보낸다는걸 실장에게 보내고 열심히 사과 문자를 보내는 녀석도 있고 ㅎㅎㅎ 내일은 어떻게는 집에 가겠지. 극심한 피로는 좀 꺼져


 [추가편]

 뒤셀도르프 시내에 나갔다. 오랜 만에 들러본 도시가 많이 바뀌었다. 강가로 갈 수록 운치가 있다. 독일 하늘도 참 파랗다. 저녁 노을이 진 하늘이 참 아름답다. 하늘은 한 번도 같은 적이 없기에 아름답다. 그 순간을 전화기 사진에 남겨서 우리는 기억한다. 


 다들 허기진 배를 한식으로 채웠다. 얼굴이 한결 좋아졌다. 스페인을 가지 못하는 직원에게 노을을 보라고 했다. 사진을 한 장 찍어주고 "저기 어두운 기운을 바라보는 소녀"라고 했더니 "$%%^&%$!# 블라블라!!!" 라는 소리에 한 참 웃었다.


 Alt beer를 다같이 모여서 한 잔 마셨다. 호텔이 달라져서 소녀는 트램을 태워보내고, 우리는 S-Bahn을 타고 다시 공항방향으로 이동했다. 다시 단톡방에 메세지가 올라온다. '기차 거꾸로 탔어요!' 웃음밖에 안나온다. 메세지로 잘 도착했는지를 확인하고 호텔에 들어와서 체크인을 했다. 때는 찬스라고 전부 각방을 쓰기로 했다. 방도 좋다. 1인당 25유로 바우처라고 했는데 24유로, 24.99유로등 다양하게 바우처가 나왔다. 


 밥도 먹었겠다 맥주나 한 잔씩 하기로 했다. 96유로면 작은 돈이 아니다. 네 명이 맥주정도는 배터지게 먹어도 부족하지 않다. 한 명이 계산을 정리하겠다고 전화기를 꺼내서 계산기가 아니라 손으로 산수를 한다. 대충 계산해도 충분하겠다고 생각했다. 더 이상 배불러서 먹을 수도 없다. "금액 채우겠다고 ugly korean되지 맘시다!"라는 말도 나와서 계산서를 달라고 했다. "voucher or cash?". 이게 무슨 소리인가? 당연히 바우처지. 금액이 초과했단다. ㅎㅎㅎㅎ 


 "어떤 놈이 계산했니?"라고 하자마자 계산한 자 왈 "누가 금액을 잘 못 부른거야?"라며 옥식각신 한다. 조금 초과된 금액을 내가 계산했다. 그런데 계속 코메디도 아니고 서로의 탓이라고 우긴다. 영수증을 쭈욱 펴보니 하나는 금액을 잘 못보고 주문을 하고, 마지막 맥주는 '큰 거(500ml)'는 얼마인지 모르고 주문한 차이다. 그러더니 KLM을 누가 골랐냐고 어둠의 기운은 누구부터냐, 이거 자꾸 셔틀을 하는 것 같다며 한참을 웃었다. 조금씩 상황이 좋아져간다. 동료 맥주사준다고 난리나는 것은 아니다. 서로 정확하려고 노력한다. 단지 결과가 조금씩 다를 뿐이다.


 아침도 잘 먹고 공항에 도착했다. 우리보다 늦게 출발하는 직원이 배웅을 오기로 했다. 하도 안와서 어디냐고 물어보니 "슈퍼요?". 빨리 오라고 하고 얼른 "bye bye~"를 했다. 조금 불안하지만 잘 오겠지. 보딩패스를 받으러 갔는데 "one-by-one, no group!"하며 아주머니가 짜증을 낸다. priority칸이 한가한지 나에게 손짓을 한다. 여권을 스캔하더니 직원이 "음.. 이런 경우는 처음인데 여기있는 전화번호로 한국에 전화를 하라는데요? 여권번호가 입력되지 않아서 발궈니 안되요" 이렇게 말했다. 장난하는 줄 알았다. 자기들 끼리 "여기에 여러번 왔었네, 스파인가?" 뭐 이런 소리를 한다. 동료들이 다가와서 destination의 주연배우 눈빛을 날린다. 새로운 발급받은 여권이 이전 출입국 기록과 달라져서 확인한 것이다. 참나 가지가지 한다.


 비행기 타기전에 게이트가 바로 옆 게이트로 바뀌고, 비행기가 푸랑크푸르트에 도착하니 갈아탈 시간이 40분도 남지 않았다. 다행기 비행기가 연착되어 갈아타는 시간이 1시간 40분이 되었다. 점점 어둠의 기운이 꼬리를 감추며 사라지는 듯 하다. 일찍 게이트 앞에가서 기다렸다. 드디어 비행기에 탑승했다. 4자리의 좌석에 우리 네명이 쪼르르 앉았다. 앞에 모니터가 3개다. 맨 오른쪽은 간이용 모니터가 있다. 문제는 모니터가 내 정면에 있지 않다. 모두 고개를 오른쪽으로 조금씩 돌리게 된다. 그렇게 10시간 정도를 타고 겨우 한국에 도착했다. 


 모두에게 밥을 먹이고 얼른 버스를 타고 집으로 돌아왔다. 당분간 출장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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