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khori Dec 10. 2018

브뤡쉬트

Brexit, I don't have a word

 재작년 런던 전시회 3일째 되는 날 모두들 브렉시트는 말이 안된다고 이구동성이었다. 아침에 일어나니 "Prime minister is about to resign"과 같은 드립질이 새벽부터 breaking news로 나왔다. 어이가 없어서 참.. 

 드디어 내년 3월 29일까지 탈퇴(이혼)를 하겠단다. 요즘에는 뉴스를 보면 '칼을 뽑았으면 끝장을 보자', '어중간하게 잔머리 굴리려면 떼려쳐라', '이거 우리 다시 생각해봐야 하는거 아닌가?' 이런 잡다한 뉴스들이 끊이질 않는다. 끝장보려다 의회의결이 잘못되면 총리만 끝장을 볼 판이고, 찬성파와 반대파가 동시에 총리안에 불만이 많은가보다. 오래전 우리나라 친탁운동과 반탁운동이 있던 시절과 비슷한 것 같다. 현재의 예측은 3가지다. 합의이혼 / 4주 뒤에 봅시다(현재 총리안은 준비 좀 하고 나갈께) / 모르겠고! 난 집 나간다. 


 내일 영국에 간다. 요즘같이 뒤숭숭한 시절에 하필 거길 간다. 고객님께 '브렉시트 정말 하면 어떻게 될꺼 같아?'라고 물어봤더니 대꾸도 없다. 괜히 승질을 건드렸나 모르겠다. 오래 전 각 유럽국가들이 각자 통화를 쓰던 시절, 화폐와 관세 공동체가 되기전으로 돌아간다고 생각하면 된다. 해외수주, 선적방식, 서류가 크게 바뀌는 것도 아니다. 매달 복잡한 계산을 통해서 원산지 판정을 관리하지 않아도 된다. 고객은 수입관세 낼꺼 내면 된다. 별일 아니다.


  교역량의 감소, 시장의 축소가 된다면 이건 내가 당면한 문제다. 시장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공급자의 입장에서 시장의 장벽이 높아지는 것은 불이익이다. 하필 금년에 영국은 기가막히게 장사를 잘 해서 못살게 구나. 금년 어마어마한 성장율이 되려 문제다. 속도 모르고 내년에 더 성장하겠죠라는 소리를 들으면 조용히 필살기로 한 때 떼려주고 싶은 생각이 든다. 아우 내 팔자야.


 대체 시장안에 사는 사람들은 무슨 이익을 얻는지 궁금하다. 행복한 집은 다들 비스무리하고, 불행한 집에는 각자 나름의 정신승리법이 난투극을 벌이고 있음에 틀림없다. 큰 섬나라(호주)는 조용한 편인데, 애매한 사이즈의 섬나라인 영국과 일본은 참 요란하다. 전범국인 일본과 독일은 또 비슷하게 얍삽하다. 내가 돌아보면 우리나라 기업은 좀 얍삽하기는 마찬가지다. 일본과 독일은 그 상황에서 어떻게든 일원이라도 더 얻어가려고 노력한다면 우리는 좀 다른 타입이다. 룰을 바꾸거나 경기장을 바꾼다. 좋게 말하면 상황판단력이고 나쁘게 말하면 고무신을 잘 뒤집어 신기도 한다. 재빠르지만 깊이가 아직 부족하다. 이런 조합이 합쳐서 만들어낼 미래가 참 복잡하다. 알 수 없는 미래를 어떻게든 내 생각에 꿰맞추다보면 덩달아 오류가 생긴다. 각자 본업을 충실하게 준비하고, 닥치는 미래는 벌어진 일을 보고 내정하게 판단해야 한다. 이럴 때 기본이 가장 중요하다. 기본....이거 힘든건데..냉정하기도 힘든판에 기본까지


 제 3자의 입장에서 애매한 사이즈의 두 나라는 자존심이 쎄다. 영국은 '복수는 철저하고 처절하게'라고 할 정도로 심사가 꼬이면 아주 꼬장이 심하다. 할복도 불사하던 일본도 자존심이 세다고 볼 수 있지만 방식은 다르다. 좀 소심하다고 할까? 자존심이 너무 쎄면 고집과 자신의 생각이 경직된다. 사회적으로는 우경화되고, 우경화가 심해지면 꼭 옆동네랑 사소한 일로 쌈박질을 해온 것이 인간의 역사다. 요즘 읽고 있는 열국지, 춘추전국시대의 이야기, 근현대사가 예가 그렇다. 사람도 쓸데없는 자존심이 강하면 꼴통짓을 하던지 자기만족을 우선하다 사달이 난다. 그런데 이 두 나라를 보면 기력이 떨어지니 예전 생각이 더 많이 나서 그런지 아주 볼만하다. 편향된 길은 오래가기 힘들다. 잘 해야 기운 산비탈을 아래도 내달리겠지만 나의 문제는 아래로 달리는 애들과 뭘 해야하는 것이 내 일이라는 것이다. 가깝한 현실이다. 


 난 아무짓도 하지 않았는데, 시장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법과 제도가 바뀌면 시장의 문화와 관습이 변화한다. 교역국가의 사회적 약속이 변화하여 나에게로 변화가 전가된다. 준비를 한다고 해도 기본(힘든데..이거 자꾸)외에는 앞선 대응을 하기 어렵다. 그 나라 사람들도 자중지란이다. 공자님이 화를 남에게 전가하면 나쁜 놈이라고 했는데 요즘 세상이 그렇다. 나빠나빠...


#brexit #해외영업 #khori



매거진의 이전글 사업의 格, 숫자와 목표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