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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hori Nov 29. 2018

사업의 格, 숫자와 목표

사무실에서 멍 때리며, 제목은 그럴싸하게

 최근의 기술동향을 보면 사업의 방식에 대한 깊이가 더 해진 것 같다. 과거와 다른 방식으로 탈피한다고 생각하지만 예전에도 성공적인 사업은 현장으로부터 시작한다. 사업이 현장에서 시작한다는 말은 최근의 동향을 봐도 영원한 사실일 수 밖에 없다. 한 가지 최근의 추세는 사업모델, 개발모델, 사후관리가 개별적인 구조가 동일하게 움직인다는 것이다. 영업도 개발도 제조도 하나의 프로세스가 마치 시장구조의 시스템과 유사한 구조로 발달한다. 제품도 제품을 만드는 부서도 동일한 구조로 닮은 꼴이되어 가는 듯 하다.


 산업 발전 단계에 따라 다르지만 한국 전자산업이 발전하는 과정을 20년 쯤 바라본 입장에서는 그 변화는 이렇게 요약된다. 20년 전에는 일부 대기업을 제외하고 이 기업이 존재해야 하는 이유에 대한 자기 확신과 설명보다는 어떤 분야가 발전하고 수익이 되는지, 그 현상에 집중했다고 생각한다. 돈이 된다고 생각되는 사업에는 너도나도 달려들어 우후죽순 기업들이 설립되고 도태된다. 그 과정에서 깨달음의 차이도 다르지만, 경쟁이 소수의 발전을 지향한다. 자원 낭비가 큰 방식이지만, 단기적으로 뛰어난 성과를 도출하는 효과도 있었다.


 그럼에도 원천기술, 진입장벽을 기술적으로 또는 사업적으로 구축하는데 또 다른 어려움이 존재했다. 그 벽을 넘은 산업이 많지 않다. 새로운 기술이 집약된 칩셋 또는 원천 기술이 출시되면, 빠르게 적용하는 것이 시장을 장악하는 형태였다. 제품의 가격, 용도별 종류에 가리지 않고 이런 형태의 경쟁은 다양한 산업에 존재해왔다. 그렇기 때문에 일본처럼 엄청난 프로세스 효율을 구축해서 원가를 감당하는 시스템이 유행한 것은 아닐까 생각하게 된다. 토요타 시스템등이 아직도 효과적이지만 이 시스템이 유행하던 시대를 생각해 보면 그렇다. 하지만 줄이는 것에는 한계가 존재하고 부가가치를 창의적으로 확장하는 한계는 상대적으로 높고 넓다. 이론에 마이너스가 존재하지만 현실에서는 마이너스는 존재하지 않는다. 경쟁의 규칙이 바뀌고 사고 수준과 분석력, 기획이 요구되는 시점이 된지 오래다. 아직도 이 수준을 원활하게 하지 못한다. Rule Changer는 언감생심이다.


 2010년을 지나며 중국이란 거대한 국가가 세계경제 시스템을 활용하면서 본격적인 시장 진입을 했다. 중국의 시장 진입은 내 생각에는 엄청난 의미를 갖는다. 조악하고 저렴한 제품을 출시하면 가장 싸구려 제품을 의미하지는 않았다. 조금 간과한 부분이 있다. 중국의 경제활동인구를 고려하면 다양한 산업에 엄청난 노동력의 공급이 투입된 것이다. 결과적으로 노동시장의 가격은 하락할 수 밖에 없다. 그들이 질적으로 성장할 수록 경쟁의 범위가 확장된셈이다. 결과적으로 현재에는 더 많은 업무를 처리하는 현실이, 동일부가가치를 시장에서 창출하기 위해서 불가피한 상태가 되었다. 전 세계 시민들의 소득이 두 배로 증가하지 않았다면 수요공급상 노동력의 가치는 줄었고, 상대적으로 아주 고급인력의 가치는 경쟁을 위해서 더 많이 상승한 셈이다. 더 많은 노력이 꼭 더 좋은 성과를 이루지 못한다. 부모세대의 '열심히'가 아니라 지금 세대에게는 '제대로' 해야하는 시대가 된 것이다. 중장기적인 투자결과의 차이로 중국이 전 분야에서 급격하게 성장하고 있다. 중요한 것은 그들의 방식이 새로운 기술이기 때문이 아니라 새로운 기술을 효과적으로 활용한다는 운영 능력이다. 이러한 운영은 사람의 몫이다.


 경쟁구조에서 빨리 만드는 분야에서 중국이 앞서기 시작했다. 속도가 느리면 더 많은 부가가치를 담아 대응해야 하는데 갈수록 그 일이 쉽지 않다. 싸게 만드는 부분은 중국과 애초부터 경쟁이 되지 않는다. 한국전쟁당시 일사후퇴, 병자호란때 남한산성 대피와 같이 중국의 경제전쟁은 빠르게 진행되었다. 


 남들이 못 만드는 것을 만든 방식에서 한국은 전반적인 산업을 돌아보면 부족하다. 미래 환경에서 그 분야가 갈수록 어려움에 봉착하는 원인이다. 교육이 중요하다, 기초과학이 중요하다, 인문학의 시대다, 인공지능의 시대라고 현상과 트렌드를 외치지만 차분하게 그런 사회적 문화를 만들어가는 것은 소득수준대비 더디다. 사고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컨버전스라는 이종교배는 지식을 디지털화한 데이터를 통해서 이루어진다. 산업환경에서 초연결 사회란 각각의 고유 산업이 갖고 있던 고유한 기술, 노하우가 데이터로 전환되어, 다른 산업과 협력을 통하여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방식이다. 이런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방식은 아직도 초기 단계라고 생각한다. 현재는 이것을 연결하는 인프라가 구축되는 상황이다. 플랫폼, 생태계라는 말이 이것의 다른 표현에 불과하다. 그렇다고 과거에 없었던 것은 아니다. 과거에는 열망에 따라서 개별적인 노력을 통한 시도들이 산발적으로 이루어졌을 뿐이다. 다만 경쟁에 익숙한 세대는 자기 중심적 사고로 협력하는 법을 잘 모른다. 그렇게 좋은 지식을 확장하지 못하고 소멸할 수 있다. 좋으면 뭐하나 쓸수가 없는 데. 동시에 자극이 없으면 썩기 마련이다. 새롭게 충원된 인력이 익숙한 환경에서 나태해진 구성원에게 상어처럼 자극을 줄 수 있어야 한다. 만선의 물고기가 팔팔하게 살아서 항구로 들어오는 방식과 같다.


 사업은 현장에 있다. 고객이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를 이해하고 원하는 방식으로 해결하기 위해서 다양한 산업, 기술이 연합할 수 있는 환경이 구축되고 있다. 그 핵심에 네트워크와 통신을 이용한 인프라가 구축되고 있지만, 사용할 컨텐츠는 미정이다. 이 미정의 컨텐츠가 컨버전스 산업이고 새로운 성장의 영역이다. 


 기존의 전통적 사업이 통신과 네트워크를 활용하는 부분으로 혁신되어야 하는 이유는 새로운 시장의 창출을 위한 가능성을 지식(데이터)이 활용에 기반하기 때문이다. 쉽게 다양한 분야를 잘 아는 척척박사를 함께 만들어가는 것이다. 그렇지만 어떤 분야의 척척박사를 만들지는 아직 막연하다. 조금 쉽게 생각해 보면, 나와 연결된 시장참여자를 바라보는 것이다. 파이프 라인상의 모든 참여자가 수익을 통해서 업을 영위하고 삶을 영위하는 것에 초점을 맞춘다. 근본적으로 파이프 라인의 참여자가 어떤 문제가 이 분야의 도전과제인가를 정의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그 문제를 정의하는 것이 사업의 구체적인 목표가 된다. 해결하고자 하는 욕구를 분석해서 나 혼자 할 것인가, 내가 종사하지 않는 분야와 기술을 사용해서 문제를 효과적으로 해결할 것인가를 직접 확인해야 한다. 그 다음은 익숙하게 그 과정을 실행하고 피르백해서 지속적으로 혁신을 통한 시장정착을 도모한다. 그 역할의 핵심에 영업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 역할이 판매에 따른 실적으로 평가받는 역량 이상의 가치를 만들기 때문이다.


 UX가 Web/Mobile분야에서 사용자의 행동을 분석해서 효과적인 접근성을 제시하는 디자인적 가치창출에서 많이 사용된다. 하지만 UX는 더 포괄적이다. 물리적 디자인, 사업 디자인(모델링), 프로세스 디자인등 세상의 모든 것은 디자인 또는 모델링의 범주에 있다. 그 결과 예측을 위해서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은 agile process를 활용하기도 한다. 내 생각에 agile process는 일정 수준을 요구한다. 특정회사에 갈 실력이 되는 것도 중요하지만, 특정회사의 수준에서 요구되는 조직운영 시스템을 내가 스스로 감당할 수 있는가도 중요하다. 나는 퇴사가 가장 많이 발생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생각한다. 이 범위와 관점이 사업영역에도 동일하게 확장되고 적용된다.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논리적인 접근에서는 바람직한 방향이다. 내 시장의 문제를 인식하고 문제를 해결함으로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내가 종사하는 업종의 윤곽, 부가가치 창출구조를 자연스럽게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직도 많은 기업은 숫자중심의 경영이 중요하다. 기업의 결과는 숫자로 측정된다. 문제는 숫자가 인격이라는 저속한 표현처럼 해석의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내 업에서 부가가치를 창출하기 위해서는 업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수학시험 보는데 영어공부만 한다면 좋은 성적을 기대할 수 없다. 해석상의 오류가 시작되는 이유는 결과인 100점이다. 100점을 맞는 것만 중요한 결과중심주의는 다른 문제를 야기한다. 


 무엇을 하던 과정은 의미를 갖는다. 결과가 과정하고 부합하면 더 큰 의미를 갖는다. 좋은 과정과 나쁜 결과는 지식을 축적하지만 자원의 낭비로 위험하다. 대충한 과정이 운으로 좋은 결과를 갖고 오는 것이 가장 위험하다. 반복해서 결과를 갖고 오기 힘들다. 과정과 결과를 통해서 지식을 축적하고, 실력을 향상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즉, 숫자가 목표가 되면 사업의 정체성이 희석될 수 있다. 그런데 결과가 좋으면 단기적으로 좋아 보인다. 그렇게 오래 가는 일이 없지만 이를 선호하는 사람들이 있다. 대체로 숫자만 보고, 숫자가 만들어지는 현장을 외면하는 사람이 그렇다. 선무당이 될 가능성이 가장 높은 부류다. 결과적으로 많은 것을 망치게 된다.


 이런 장황한 이야기를 하는 것은 목표를 설정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숫자는 그 목표의 결과다. 그 둘을 떼어낼 수 없지만 숫자에 목숨을 건 사람과 목표에 목숨을 건 사람은 반드시 격(格)이 다르다. 그것이 실력이고 수준이다. 내년 사업에 대해서 머리를 굴리다 보니 하나마나 한 소리를 쓴것 같다. 다시 내가 하는 일, 고객이 소리를 잘 들어봐야 겠다. 할 일이 태산과 같이 우뚝 솓고, 하기 싫은 일이 지천에 널리니 역시나 사람은 멍때리게 된다. 아이고 내 팔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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