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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hori May 18. 2019

강원국의 글쓰기

그냥 열심히 쓰기 시작해!

 책장에 글쓰기 관련 책이 몇 권 있는지 찾아봤다. 고종석의 문장,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 대통령의 글쓰기, 이오덕의 글쓰기 그리고 지금 막 끝낸 강원국의 글쓰기까지 총 5권이다. 읽었다고 다 내 것이 되지 않는다. 반복하고, 반복 속에서 과거와 현재의 차이를 인식하며, 좋은 방향으로 움직이려는 노력만큼 내 것이 된다. 얻은 것이 적은 것은 내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책을 읽고 감동받고, 배워야 할 점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좋은 일이다. 잠깐의 좋은 일로 끝나지 않으려면, 실천을 통해서 스스로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 나에게 맞도록 끊임없이 반복하며 고쳐야 발전이 있다. 블로그를 통해 나의 생각을 확인할 목적으로 쓰기 시작했다. 스스로 답답한 현실의 답을 찾아 독서를 택한 이유도 간단하다. 과거에 나랑 비슷한 놈들이 분명 있으리라는 확신이었다. 글을 쓰는 것이 목적이 아니다 보니  글쓰기가 더딘 것은 사실이다. 


 1~3장을 읽으면 '우리가 무엇을 어떻게 배우고 발전하는가?'에 관한 내용이 많다. 분야가 글쓰기에 국한되었을 뿐이다. 이 본질적 사고와 접근법은 어느 분야에 적용해도 유효하다. 재미있는 사실은 이렇게 배우는 과정이 딥러닝, 인공지능 구현 방식과 같다. 인공지능도 인간의 머리에서 나온 창작품이다. 인간의 창작은 인간의 사고방식에 따른다. 글쓰기에 관한 책이지만 결국 인간이 무엇을 만드는 과정에 생각의 축적은 필수다. 다양한 생각은 나의 활동이라고 불리는 경험, 학습의 반복과 누적에 따라 달라진다. 데이터가 커질수록 압도적인 힘을 내는 빅데이터 처리 방식과 인간이 지식을 축적하고 지혜를 구현하는 방식은 똑같다. 글쓰기도 같다. 더 많은 데이터를 추구하듯, 더 많은 글쓰기가 글쓰기를 발전시키는 가장 기초적인 방법이다.


 글쓰기를 잘하는 법은 반복적으로 쓰는 것이다. 진실은 아주 심플하다. 쓰기 시작한 후에 더 잘 쓰는 방법에 관한 깨달음과 기술적 방식을 습득할 수 있다. 나는 글을 쓰는 목적이 기록에 가깝고, 책을 쓰거나 작가가 되려는 것이 목적은 아니다. 그런 점에서 내가 기록하는 블로그는 글쓰기를 발전시키는 방향과 어긋나 있었다고 생각한다. 이 책을 통해서 스스로 잘 기록한 글쓰기가 나의 생각을 더 잘 정리하는 것이라는 것을 배웠다. 이것이 가장 큰 소득이다.


 책에서 언급되는 생각의 탄생도 재미있지만, 나는 '통찰모형 스핑클', '마인드맵'과 같은 책에서 인간의 사고법에 대해서 쉽게 알게 됐다. 그는 글쓰기를 통해서 같은 이야기를 한다. 무엇을 하던 인간의 본질적인 사고방식이 유사하다는 것은 재미있는 일이다. 남과 다른 글은, 내가 지향하는 방향과 그 방향을 위한 나의 선택이 따라 결정된다. 반복의 과정에서 전과 다른 작은 차이를 깨닫고, 이 깨달음을 반복할 수 있다면, 창의성을 하나 찾아낸 것과 같다. 다른 분야라면 전문성을 획득한 것이다. 인공지능은 많은 데이터 속에서 내가 처리하고자 하는 목적에 부합하는 내용을 추출한다. 그 결과를 통해서 전혀 다른 것들 사이에서 내가 찾고자 하는 데이터 사이의 패턴을 찾는다. 이 내용이 책에서 말하는 직관, '딱 보면 압니다'와 같은 의미라고 생각한다. 이런 창의성에 대해서도 선천적 우위는 있지만 모든 사람이 획득할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성취를 위한 옛사람의 접근법을 보면 마음에 다가오는 것이 있다. 석농 화원의 글귀와 이를 멋지게 이 시대에 맞게 다시 창작한 유홍준의 글이 그렇다. 인간이 무엇에 과하여 갖는 생각과 태도는 글감과 스토리텔링을 만든다. 그 속에 진실과 솔직함이 더해지면 좋은 글이 된다. 좋은 선택은 몰입을 넘어 깊이를 만든다고 생각한다. 


知則爲眞愛 愛則爲眞看 看則畜之而非徒畜也

알면 곧 참으로 사랑하게 되고, 사랑하면 참으로 보게 되고, 볼 줄 알게 되면 모으게 되니 그것은 한갓 모으는 것은 아니다 - 석농 화원 

사랑하면 알게 되고, 알면 보이나니, 그때 보이는 것은 전과 같지 않으리라 - 유홍준


 뒷부분에 이어지는 문법과 표현방식에 대한 작가의 조언은 귀담아 볼 필요가 있다. 금년부터 블로그에서 '오타박멸'을 추구하고 있지만 성과가 시원찮다. 아직도 형편없다. 그나마 수년 전보다는 복문, 내용을 알 수 없는 글쓰기는 줄었다. 순전히 나의 잘못인 것은 책에서 언급된 '퇴고'의 과정이 부실하기 때문이다. 이 사실을 다시 두 번째로 배운 점이다. 목적이 글쓰기가 아니라는 이유는 비겁한 진실이다.


 고종석의 문장을 읽고 기록한 글에 댓글이 달렸었다. 지금도 가끔 찾아본다. 띄어쓰기, 맞춤법은 이해가 잘 되지만 70군데를 찾았다는 사실이 더 놀랍다. 읽는 분의 정성에 감사했다. 노력해도 20군데 이상 찾지를 못했다. 5년이 지나도 나아지지 않으니 할 말이 없다.


  



 지금도 기록을 한다. '강원국의 글쓰기'에서 말하는 기초적인 노력은 유지하고 있다. 하고 싶은 말보다 누가 들어줬으면 하는 생각과 이야기가 있다. 나의 업을 통해서 살아가는 이야기가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과 삶의 과정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생각 때문이다.


 나는 말과 글이 터무니없이 부족한 수단이라는 것을 알았다. 기쁨의 정도도 말과 글은 정확하게 표현하지 못한다. 얼굴의 표정만큼도 정확하게 표현하지 못한다. 문제는 인간은 자신의 이야기, 답답함을 누가 들어주길 바래서 쓰고, 말하고, 그리게 된다는 사실이다. 작가가 말하는 '관종'이란 표현은 지극히 사실이다. 그러나 관종보다 나는 내 삶에 대한 기록, 내게 떠오르고 스쳐간 생각, 내가 경험하고 시도한 결과를 더 많이 기록할 것 같다. 


 다 쓰고 나서 읽어보니, '시간이 없어서 길게 쓴다'다는 처칠의 말처럼 산만하네요. ㅎㅎ 아직 시차 적응 중이라고 구차하게 변명을 한 번 더 하게 되네요


#메디치 #강원국 #글쓰기 #독서 #성장판서평단1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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