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khori Jul 14. 2019

수출 1세대, 한국이란 브랜드 유통

1세대 수출역군의 이야기

 저자와 같은 시대를 살지 않았지만 무역이란 단어가 친숙한 해외영업을 20년째 해오고 있다. 1세대 산업역군이라 불리는 세대의 고생은 이루 말할 수 없다. 내가 체험한 것은 아니지만, 그 시대적 배경이 제시하는 산업화 과정은 넉넉하지 않은 환경 속에서 일궈낸 소중한 결과다. 그 기틀 위에 한국의 다양한 산업이 현재 존재하고, 연장선을 확장하고 있다.


 이 시대를 살아낸 은퇴 세대를 접하면 지금의 해외영업과는 조금 다른 기운이 있다. 시대의 소명에 부응한 것이지만 이병철의 '사업보국'이란 개념을 실천했다는 자부심이 존재한다. 그래서 '왕년에'라는 말을 자주 하신다. 이런저런 합리적 논리가 아니라 어려운 시절을 성공이란 목표를 위해서 자신의 삶을 이끌어 온 만큼 자신이 걸어온 길에 대한 투철한 의식이 있다.


 나도 어려서 수출역군, 산업역군과 같은 수출, 무역에 대한 필요성을 교육받으며 살아온 세대지만, 환경적 토대가 다르다. 1세대들이 어려운 여건이라는 상황의 극복이 제 1과제였다면, 현재 3세대, 4세대를 치닫고 있는 환경은 산업고도화, 기술고도화에 따른 부분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일반적인 소비재도 네트워크를 통해서 가격이 어느 정도 파악되어 있다. 당장 내가 종사하는 전자업종에서도 어떤 핵심부품을 사용하면 어느 정도의 제품이 나오는지 파악되어 있다. 소프트웨어의 시대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지금 청춘들이 조국의 현상을 헬조선이라 부르는 부분에 대한 아픔을 갖고 있다. 1세대들은 조국, 한국이란 이름만으로 감동과 전율을 갖던 세대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 입장에서 이를 과대 해석하는 것은 본질에 벗어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분명 자신이 걸어온 길의 발자취만큼 인생은 누적된다. 노력을 노오오력이라고 폄하하는 것은 그것을 통해서 배움이 없는 것이 아니다. 그 노력에 대한 대가(돈, 지식, 경력, 경험), 1세대처럼 무엇이든 해볼 수 있는 경쟁여건의 수준이 많이 다르기 때문이다.


 해외영업을 지향하는 대학생들 강의를 통해서 내가 체험한 것은 지금 젊은 사람들은 다양한 가능성을 확보하려고 한다. 과거와 같이 반드시 이 일을 하겠다는 신념을 갖은 사람은 적다. 왜냐하면 미래의 불확실성이 커졌기 때문이고, 사회적으로 실패를 통해서 배우고 성장하는 지원이 대단히 미약하기 때문이다. 90년대에 무역학을 전공하고, 그 분야에 종사하겠다는 생각을 갖은 나와 2020년대를 살아가는 젊은 사람들과의 환경, 성장 배경이 다르다. 쉽게 오래된 과거, 내가 살아온 과거, 현재를 살아가는 동업자들을 폄하하는 것은 아니다. 1세대가 열심히만 하면, 생산력을 투입하면 성장이 보장되는 시대에 사업 기틀을 만들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그런 여건은 아니다. 경기장의 규칙이 바뀌고 훨씬 까다롭다. 쉽게 과거의 국가대표 투혼이 멋지지만, 현재의 축구 국가대표와 경기를 한다면 나는 압도적으로 현대 축구가 우세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스피스, 기술, 체력, 체격이 다르다. 지금 산업 여건도 그러하다.


 과거 저자와 같은 offer상, 수출입 유통을 시작하기에는 과거보다 힘들다. 내 주위에서도 뜬금없이 건초를 수입하는 사람도 있고, 프라이팬, 가방을 취급하는 분들도 있다. 하지만 산업의 발전단계에 따라서 시장이 주도권이 고객에게 가는 부분과 더욱더 제조회사의 기술력이 주도권을 갖는 사업이 직접 무역, 수출입 업무를 해결한다. 


 기업은 만들어서 파는 것이 핵심이다. 그 외는 대부분의 과정은 본질을 위한 보조 업무다. 유통이 시장을 커버하며 시장을 장악하던 시대도 어느 정도 저물었다. 이젠 정말 기술, 아이디어, 디자인, 브랜드를 중심으로 가치를 만드는 제조 시대다. 4차 산업도 궁극적으로 무엇을 완벽하게 만드는 과정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그런데 지금은 made-in-korea를 판매하기 위한 제조기반, 제조업이 성장성, 제조분야의 다양성과 혁신성이 많이 떨어진 것이 가장 큰 문제다. 이 부분에 정부, 기업, 개인들의 노력이 과거만 못한 것은 사실이다.


 1세대의 이야기를 통해서 과거와 현재의 차이를 논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중요한 것은 무엇을 배우려는 것인가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사업을 하는 기준, 자신의 업을 대하는 태도와 열정, 商人이 갖추어야 할 덕목은 시대가 변해도 변하지 않는 본질이다. 이 본질이 made in korea를 해외로 나르는 사람들의 정체성을 결정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돌아보면 나도 참 에피소드가 많다. 일 년 동안 가장 많이 수출해본 것은 3천 만불이 조금 안된다. 내가 해외영업을 시작하고 7년 정도 지날즈음 1억 불 정도 수출면장을 끊은 것 같다. 그렇다고 내가 돈을 번 것은 아니다. 타인이 부유해지는 것에 더 많은 결과가 있는 것 같다.  


 내가 하고 있는 직종에서 무역인으로 갖는 자부심은 조금 다르다. 이렇게 물자를 세상에 원활하게 공급함으로 필요한 사람들의 문제를 지속적으로 해결한다는 공헌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 더 나은 공헌을 위해서 치열하게 경쟁을 한다. 경쟁의 과정에서 위에서 언급한 브랜드, 가성비, 품질, 서비스, 디자인과 같은 다양한 부분을 합쳐 결과를 만든 것과 돈이 목적이 아니다. 인간의 만족이다. 그 만족의 보상으로 그에 상응하는 금전적 대가가 지불된다.


 사람이 중요한 이유는 그 과정의 모든 결정을 사람이 하기 때문이다. 지금 나를 돌아보면 돈을 많이 벌겠다는 욕심은 없다. 농담처럼 '이번 생에 재벌 되긴 글렀다'는 표현이 실력의 위치라는 표현도 맞다. 그렇지만 내가 맡은 일을 수행하고, 결과가 거시적인 성장을 유지하는 것은 나의 역할이다. 삶도 마찬가지다. 


 2012년부터 블로그에 해외영업에 대한 이야기를 써오고 있다. 내 경험과 기록이 동업자들에게 도움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 때문이다. 반대의 경우가 안 생기길 바라는 마음도 있다. 하지만 최근 미중 전쟁 이전에 제조기반 산업들이 위축되고 중국 제조산업의 성장(개인적으로 전자업종 병신년 호란이고 부르고 있음, 기해년 왜란도 성가심)이란 파도 속에서 과거에 비해 부족한 결과를 절치부심 중이다. 책을 읽고 나도 좀 더 나이가 들어 이런 과정을 추억의 소절로 쓸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


메이드 인 코리아국내도서저자 : 이영현출판 : 성안당 2019.07.10상세보기


#메이든인코리아 #made_in_Korea #성안당 #해외영업 #khori





매거진의 이전글 역사를 통해 인간이 걸어갈 길을 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