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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hori Jun 17. 2019

역사를 통해 인간이 걸어갈 길을 보다

좌전(左傳)


 30대 초반에 처음 논어를 읽기 시작했다. 불혹을 맞이할 시점에 논어를 다시 보며 맹자, 중용, 도덕경을 읽기 시작했다. 내가 삶에 즉시 사용할 것은 아니라고 생각했지만 끌렸다. 읽은 내용을 다 기억하지 못한다. 그 깊은 뜻을 다 깨우쳤다고도 생각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책장 한 켠을 차지한 동양고전 책을 보면 왠지 뿌듯함은 있다. 잘 모르며, 쌓여있는 책을 보고 흐뭇한 나를 보면 바보 같아 보이지만 기분이 좋은 것은 사실이다. 사기, 열국지, 순자, 주역, 손자병법, 한비자, 장자, 귀곡자의 책이 있다는 사실의 즐거움은 우스꽝스러울 수 있다. 하지만 내 몸 어딘가에 조금씩 그 글귀들의 흔적이 남아 있으면 좋겠다는 바램이 있다. 이 책을 읽고 느낀 좋은 점은 기원전의 이야기인데 세상을 바라보면 현재에 똑같은 일들이 벌어진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나는 사기, 열국지, 이번에 읽은 좌전을 통해서 그 사실이 더 재미있는 일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달았다.


 좌전(左傳)은 꽤 많은 양으로 알고 있다. 공자의 춘추에 주석을 단 책이다. 왜 우전(右傳)은 없을까를 생각하는 내가 뜬금없다. 이 책도 좌빨인가? 고서들이 왼쪽 방향으로 읽다 보니, 주석을 그렇게 달아서일까? 왜 주석을 달아서 미주알고주알 생각을 후대에게 전하려고 했을까? 그런 노력도 대단하지만, 좌전을 보면서 세대를 넘은 집단지성의 노력이 아닐까 생각했다. 


 '왜 좌전(左傳)은 사람들 생각의 흐름을 유도하는 이런 방식으로 기록한 것일까?' 이 질문이 인상적이었다. 글을 쓴 사람의 의도를 안다면 책은 생각을 읽고 확장하는 기회가 된다. 원문인 공자의 편년체 역사서 춘추는 사실과 사실에 대한 공자의 기록이다. 좌구명이 기술했던 시대를 살아간 이름 모를 사람이 첨삭을 했던 좌전은 그 주석을 통해서 공자의 기록에 의견을 낸 것이다. 더 잘 이해할 수 있도록 했을 것이다. 동양사상이 공자의 주석 놀이라는 측면이 있지만 역사에 대한 역사의 의견이 시대와 함께 흐른다는 것은 재미있는 일이다. 동시에 인간이 세상에 그리는 무늬인 인문의 세계에서 인간에게 강조되는 것이 변함없이 전해지는 것 또한 대단한 일이다.


 이 책에서는 예(禮)에 대한 말, 덕(德)에 대한 말이 많다. 예는 예절의 의미보다 인간이 갖추어야 할 절차, 기준, 프로세스의 의미가 더 적합하다. 예(禮)를 구성하는 덕(德)을 나는 사람의 근본(人本), 사람이 사람에 대해서 갖는 마음자세와 태도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 어린아이의 순수함에 빗대는 많은 동양고전의 사상이 왜 그런지 알 것 같다. 이해관계가 아니라 사람을 사람으로 순수하게 대하기 때문이다. 태도와 관련하여 사람이 행해야 하는 바른 방향을 잃지 않는다. 100개의 경구가 읽으면 참 당연한 말이다. 당연한 말인데 왜 기록으로 남겼을까? 당연히 사람들이 당연히 해야 할 일에 게으르고 벗어나기 때문이다. 누군가 모든 사람에게 지극히 평범하다는 소리를 들을 수 있다면 그가 곧 성인군자라고 생각한다.


 하루를 살면서 몇 시간 이성적이지 않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나는 또 하루에 사람이 갖추어야 할 당연한 태도, 행동, 생각, 마음가짐을 갖고 있을까? '이번 하계의 여정은 망한 것 같다. 다음엔 선계나 천상계에 계속 머무를 방법을 찾아봐야 하나?' 그런 생각이 들었다. 하계에서 살아가는 삶의 입장에서는 늦지 않았음을, 남은 시간만큼 당연히 해야 할 것을 하면서 살아가야겠다.


 유가와 노자의 생각은 대립된다. 나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서 해야 할 일과 역할은 다르다고 생각한다. 시간이 흐름에 따라서 보완적으로도 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유가처럼 나를 채우고 극기복례를 통해서 실력과 품성을 가꾸어 나가면 입신양명을 할 수 있다. 그러나 삶은 또 더불어 살아가는 순리에서 벗어나지 않는다는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자연과 같이 한치의 오차 없이 돌아가는 구조적인 틀에서 자유롭지 않다. 그런 생각을 갖고 있는 나에게 좌전은 훨씬 복합적인 생각을 갖게 한다. 예(禮)와 덕(德)을 품고 성실하게 걸아가는 길이 또 道라고 불리는 삶의 성취라고 생각한다. 소박할지라도. 


 좌전 100구 상당 부분이 인간의 근본을 세우라는 말이다. 그것이 참 쉬운 일이 아니지만 포기하지 말아야 할 길이라고 생각한다. 한자를 공부하는 사람은 원문을, 나처럼 까막눈에게는 번역자의 은혜를 받는 것으로..

  


 도덕경 수첩을 받았는데... 도가도 비상도... 나는 비상... 찾아온 손님에게 선물로 얼른 떠넘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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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전 명문장 100구국내도서저자 : 문심워크숍 / 신원철역출판 : 눌민 2015.11.02상세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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