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사리 : 잊혀진 영웅들 (★★★★)
'포화속으로'라는 학도병 영화가 있었다. 잘 모르던 내용의 한국전쟁 이야기가 영화로 나왔다. 어려서 보던 국뽕 분위기의 '배달의 기수'를 지겹게 봤는데 아직도 우리는 한국전쟁을 회고한다. 대한민국을 지켜낸 위대한 이야기만 있는 것은 아니다. 민간인이 가장 많이 죽은 전쟁이며, 잔인한 학살도 많은 아픈 기억이다. 중국, 러시아에서 풀리는 비밀문서를 통해 아직도 한국전쟁의 풀리지 않은 이야기는 현재 진행형이다. 현재의 대한민국도 그 여파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그 전쟁에 참여한 세대가 생존해 있고, 물질문명의 발전과 혜택속에 살아온 세대간의 차이도 한국전쟁의 그늘아래 있다. 국방부에서 사라진 추악한 여성인권 유린의 기록도 카더라 통신인지 사실인지....
화려한 한국 전쟁 영화와 같은 기대를 하지 않았다. 잔잔하지만 사실적이라고 생각한다. 갓 군사훈련 몇일 받은 소년들과 한 소녀를 끌고 상륙작전과 진지탈환을 한다는 이야기부터 낯설다. 절박한 시대와 상황을 대변하고 있다. 그 소년들과 소녀의 순수한 마음이 애처롭다. 작게는 가족의 원수를 갚기 위해, 오빠를 대신해서 전장에 나온 소녀, 엄마의 사랑을 더 받고 싶은 마음이 있기 때문이다. 그들을 총알받이로 내 몬 한심한 지휘관을 보면, 예전 글항아리에서 나온 한국전쟁이란 책이 생각난다. 중공이 기록한 모습에서 국군은 어쩔 수 없이 한심하다. 그 기록이 사실과 부합할 때 분노가 생긴다.
그들과 함께한 정규군의 모습은 후방에 앉아서 인천상륙작전을 기뻐하는 사람들과 다르다. 전쟁은 인간에게 너무나 잔인한 일이다. 그 전장으로 내모는 사람들은 어떤 권한과 권리를 갖는가? 수 많은 사람을 죽인 살인자가 나라를 훔치는 것인가? 많은 피를 먹고 올라간 권력, 명예... 그 명분과 도덕성이 어여쁜 아이들의 것과 너무 다르다. 그 아이들은 기억되지도 안는 슬픔의 그림자다.
그나마 따뜻한 마음을 갖은 평범한 군인들도 존재한다. 명대장의 최후진술은 그래서 마음아프다. 이 마음아픈 이야기가 사실이라는 것, 그들을 기록하지 못했던 역사인식은 대한민국이 아직도 역사를 통해서 배움이 부족하다는 현실을 알려준다.
김명민은 전쟁영화와 조금거리감이 있다. 목소리가 울리다보니.. 김인권의 연기는 맛깔난다. 눈치없는 대장의 어리숙함이 그들의 수준을 알려준다. 최민호는 주변 배우들과 같은 씬에 들어오면 너무 튄다. 조화가 없다. 김성철 역의 기하륜은 지켜보고 싶은 배우다. 자연스럽다. 마지막 조치원호를 앞둔 아이들의 모습을 보면 세월호의 장면이 기억나서 울컥한다. 장사리 전투는 경험하지 못한 대한민국의 트라우마고, 세월호는 경험한 대한민국의 트라우마다. 그 속에 꽃다운 아이들이 있다는 것... 어른들이 깊이 생각해 볼 부분이다. 개봉시점이 더 좋았으면 괜찮았을텐데..세상이 너무 어수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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