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khori Nov 18. 2019

복잡한 여인은 참으로 고단하다

잠중록 (簪中錄) 2

 화려한 궁중의 여인들은 두렵다. 가면 뒤 진실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화장한 여인은 의심하고 두려운 존재로 보아야 하고, 화장 안 한 여인은 강하다고 느낀다. 주인공 황재하는 생존을 위해서 강해지려고 노력한다. 그러나 자신이 마주한 고난을 탈출하기 위한 노력, 그 결과를 얻기 위해서 기왕부에 얹혀살며 지내는 사건과 해결을 바라보면 팔자 참 세다. 천재적이고 강한 투지를 갖고 있음에도 항상 마음이 가게 그려진다. 현혹되면 안 되는데.


 결초보은의 과정에서 황재하는 공주부(공주님은 참 싸가지가 읎다)의 이야기와 얽히게 된다. 공주부는 또 매만지라는 황후와 숙비 사이의 암투로 연결된다. 이 전작과 이어지는 이야기의 연결을 보면 장편 중국 드라마의 틀을 잘 갖추고 있다. 너무 얽히고설키면 과하다는 생각이 들지만 잠중록의 설정은 과하지 않다. 


 그 배경 속에서 하나뿐인 자식을 사랑하는 사람의 이야기가 들어있다. 그런 인간의 기본 본성을 추리 소설의 구성에 담아내는 전형적인 동양 스타일이다. 그런데 참 잘 만들었다. 내가 궁금한 것은 온전치 못한 정신에 그린 황제의 그림과 이야기, 그 이야기를 추론한 사건의 구성이다. 이런 소재를 만들어 내는 작가의 능력은 이성적 틀로만 할 수가 없다. 마음속의 열정과 상상력을 논리적 구성으로 전개한다. 그런 천재적인 구성은 참 부럽다. 


 중국 드라마가 그렇듯 복잡하게 다양한 이야기가 전개된다. 남녀 간의 이야기만큼 재미있는 이야기는 없다. B형 못된 남자 같은 기왕 이서백은 볼수록 좀 덜떨어진 것 같다. 레인맨의 더스틴 호프만처럼 완벽한 기억력, 추가로 엄청난 분석 판단력, 리더십을 갖고 있다. 당분간 황재하를 지배하는 남자다. 그런데 마음에 하자가 있어 보인다. 결벽증도 있고. 황재하의 남자일 뻔했던 왕온은 불행의 사나이다. 고지식하게 언제까지 기다린다는 결연한 각오, 그것이 사랑인지 자존심인지 알 수 없다. 황재하가 내 것으로 만들고 싶었던 우선은 또 다른 불행인지 행복인지 알 수가 없다. 궁극적으로 제삼자의 입장에서는 황재하가 제일 나쁘다고 생각하지만, 극의 전개를 위해서는 기왕이 낙점되지 않을까?


 3부는 더 재미있다는데 책은 사무실에 도착했으니 천천히...



잠중록 2국내도서저자 : 처처칭한 / 서미영역출판 : 아르테(arte) 2019.04.03상세보기




잠중록 (簪中錄) 1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