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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hori Aug 01. 2020

당신은 준비가 되었나요?

강철비2(★★★★★)

 두통거리가 있을 땐 잠시 물러나 쉬는 것이 필요하다. 유머 짤을 보기도 하고, 음악도 듣기도 한다. 이것도 만족스럽지 않으면 유튜브도 본다. 스포츠, '낄낄상회'같은 B급 개그를 볼 때도 있다. 아주 골치가 아프면 영화를 본다. 잠시 현실과의 거리를 두는 방법이다. 물론 책이 눈에 잘 안 들어올 때다. 리뷰를 써보려고 찾던 중 '머리 아픈 놈, 고민하는 놈, 심통 난 놈'처럼 보이는 스틸컷이 그래서 재미있고 맘에 든다. 


 음악은 가수로 표현되지만 원본의 가치는 작곡이다. 영화에서 역할을 소화하는 배우와 영상에 집중하지만 원본의 가치는 스토리에 따라 결정된다. 전작 강철비도 북한의 붕괴, 주석의 테러와 사망에 관한 이야기였다. 기억이 좀 가물가물해서 다시 찾아보고, 웹툰 스틸레인의 이야기도 보게 된다.


 보통 시리즈의 성공은 장담할 수 없다. 많은 시리즈가 전작의 흥행에 기대다 망작의 길을 많이 걷는다. 관객의 더 커진 기대에 대한 부담과 무리수 때문은 아닐까? 


 그럼 점에서 강철비2는 괜찮은 점이 여러 가지 있다. 이번엔 정우성이 행정관료 수반으로, 곽도원이 군인으로 나온다. 재미있는 배역 교체다. 그렇지만 북한의 붕괴라는 스토리 소재는 변하지 않았다. 같은 주제를 색다르게 바꿀 수 있다는 것은 능력이다. 같은 그림과 차트로 몇 가지 스토리를 전개할 수 있는 가는 대단한 유연성이며 사고의 힘이다. 스토리 구성의 관점을 아주 다양하게 바라보는 시각이 감독에게 있다. 2017년 첫 시작 이후 2020년 3년이란 시간 속에 벌어진 세상의 변화도 고스란히 남겼다. 변변한 액션 장면이 없지만 이야기로 사람들의 시선을 끌고 가는 강점이 아주 매력적이다.


 최근의 한미일 방위체제, 미일 상호방위조약의 의미와 한미 상호방위조약, 미중 무역전쟁으로 표출되는 미중 패권전쟁의 본질, 미국이 동북아시아에서 벌인 역사적 복기, 점점 망삘이 일신우일신하고 있는 일본의 야욕이 잘 그려졌다. 그런 점에서 곽도원의 최종 조치는 무리수지만 사람들에게 감정적 쾌감을 준다.


 예의와 어젠다로 불리는 협상 그러나 국가 간의 협력도 궁극적으로 실력에 좌지우지된다는 현실, 펜과 혀로 다투는 조폭 싸움의 현장이 외교라는 의미로 해석된다. 적나라한 현실의 모습이 남겨져있다. 특히 통킹만과 카케무샤의 연결, 북한의 동맹에 대한 신의와 이이제이 그리고 벼랑 끝 전술, 누가 가장 호구國의 정상에 있는지를 잘 그려놨다. 이런 이야기가 감정적 해소보다는 시대의 흐름에 맞게 잘 안배되어 있다. 잠수함 함장실에서 미국, 한국, 북한의 수반들이 벌이는 우스꽝스러움속에 힘의 논리, 지성의 논리와 지향점 모두 남아있다. 이건 정말 블랙코메디다. 


 또 한 가지 강철비2는 한국 영화 최초의 잠수함 전을 그린 영화가 아닐까? 최초의 잠수함 영화라는 '유령'에도 정우성이 나온다는 점이 재미있군요. 근래에 본 영화로 '헌터킬러'가 아주 재미있었는데, 스토리도 꽤 유사성이 있어 보인다. 강철비2가 재미있다면 권장해 본다.


 이 영화를 보면서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엔딩이다. 엔딩 크레디트가 올라가고 불이 들어오자 사람들이 서서히 일어나기 시작한다. 앞자리의 사람들이 나가고 맨 뒷자리에서 앞자리쯤 왔을 때 시작되는 소리에 귀 기울이게 된다. 걸을 멈추고 듣다 관객들을 뒤돌아봤다. 모두들 시선을 고정하고 듣고 있다. 빈자리 하나 차지하고 앉았다. 영화의 스릴과 이야기가 주는 재미보다 그 마지막 대사 속에 현재를 살아가는 삶 속에서 인식해야 할 중요한 질문이 있다. 


 나는 준비가 되어있는가? 우리는 준비가 되어 있는가? 한민족은 준비가 되어 있는가?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이 마지막 엔딩 크레디트가 피상적인 상상과 현실의 차이를 말해준다. 감독의 구성과 문제제기에 다시 한번 박수를 보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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