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종여일(始終如一)에 관한 기록
정관정요(貞觀政要)
12월에 현무문의 난에 관한 영화를 봤다. 영화의 구성은 초라했지만 끝까지 본 이유는 당태종 이세민이 왕위를 얻는 결정적 사건에 관한 이야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땅에서 재미있는 비유 중 "당나라 부대"라는 말을 생각하면 한국 사람들의 콧대는 하늘 높은 줄 모른다. 당나라 부대의 황제에 관한 이야기를 또 열심히 읽는 것 또한 재미있다.
책을 속엔 태종과 위징, 방현령과의 대화가 많다. 은나라를 폐하고 주나라를 세운 것은 중국을 이해하는 큰 테마다. 고대 시대에 대한 동경이 마치 무릉도원을 갈구하는 것 같다. 노자로 지칭되는 철학과 공자, 맹자, 순자로 이어지는 유학의 변증법적 혁신을 대화 속에서 많이 느낄 수 있다. 내가 접해 본 유학과 도가는 항상 대립적인 구조로 설명된다. 후대의 것이 과거의 것을 부정하고 새로움을 더하기 때문일지 모른다. 하지만 삶의 과정을 보면 내 생각은 조금 다르다. 충분히 보완적으로 서로를 채우는 방식으로도 사고할 수 있다. 그것은 운영자가 상황을 잘 이해하고 타인을 경청해서 해야하는 것으로 정관정요에 잘 나타난다. 현대의 사람들이 구분하고 분류하며 너무 벽을 친 것은 아닐까?
모든 인간은 무의에서 나와, 유의에 힘쓰다 다시 무의의 길로 회귀한다
나는 노자와 같이 인간이 부정할 수 없는 인간 세상의 대원칙을 인정하고, 인간이 인간을 위해 인간의 속성이 좋을 길로 유도되도록 하는 노력의 조화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위징이 원칙과 섭리를 말하고, 태종은 배움의 과정에서 위징의 말을 선별해서 받아들인다. 가는 방향이 같다면 가는 방식의 차이는 틀린 것이 아니라 조화롭게 운영할 수 있는가의 문제다. 그 문제는 운영자의 안목과 지식 또는 지혜에 따라 결정된다. 중요한 것은 어디로 가는가가 어떻게 가는가보다 중요하다. 사람의 일에서 순서가 중요한 것을 우린 자주 잊는다. 상황이 바뀌면 판단이 바뀐다는 말을 아주 얄팍하고 경박하게 사용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 말이 내가 모시던 황제의 목을 들고 적진에 뛰어드는 방식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인의(人義)가 중요한 이유다.
태종이 위징 때문에 왕 노릇을 못하겠다는 불평에 관한 이야기가 있다. 위징이 신하에 대해서 다섯 가지로 분류한 이야기도 나온다. 충신은 나라의 복이나 왕과 황제에겐 통치자의 무능력하다는 절대적 증거다. 왕도 좋고, 신하도 좋은 양신에 대한 이야기는 현대 사회에도 그 가치가 매우 높다. 누군가의 말처럼 과거의 봉건제도는 국가가 아니라 기업에 가장 많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특히 위징이 신하의 역할에 대해서 말하고, 왕의 역할에 대해서 요구하는 것에 대해 태종은 왕이 해야할 일과 생각을 수용하고, 신하의 역할에 대한 요구과 신하의 의견을 상황에 맞게 절충하는 모습은 신의를 바탕으로 한다. 나는 카리스마보다 신의가 훨씬 높은 가치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모두들 폼이 안난다고 생각한다. 그것도 욕망 때문이다.
신하를 대변하는 위징을 위시한 많은 신하들의 다양한 입장, 견해, 의견을 볼 수 있다. 황제의 말 한마디에 목숨이 떨어지는 시대에 그런 말을 한다는 것은 일견 대단해 보인다. 현대 사회에서 사장 아니 상사에게도 올바른 의견을 내는 것도 괜히 미움을 살까 조심스러워하는 우리를 보면 대단히 용기 있어 보인다.
책을 읽을수록 위징의 위대함은 당 태종의 관용적 태도, 학습 정신, 스스로 틀릴 수 있다는 열린 사고에 기인한다고 생각한다. 무대를 만들어 낸 사람, 절제를 통해서 항상 무엇인가를 얻는 것과 무엇인가를 지키는 그 사이에서 고민하는 노력의 결과라고 생각한다. 생각이 품는 양쪽의 고리를 붙자고 이 두 힘으로 나아가는 것이 중용의 정신 아닐까? 그런 균형으로 당태종은 높은 치적을 세웠다고 볼 수 있다. 수나라 시대를 거쳐 왕이 되는 삶의 과정이 창업자이자 창업 2세의 길을 동시에 걸었기 때문에 고난과 성과가 동시에 존재한다. 젊은 나이에 천자라는 성취에 멈추지 않고, 또 다른 수성의 길에 있어서 매우 소중하고, 정성을 들인 자세가 결정적이다. 태자의 신하인 위징을 취하고 그를 통해서 배우는 자세만으로도 그가 보다 가치 있는 것을 분별하는 역량이 뛰어나다고 할 수밖에 없다.
통치라 불리는 조직 운영, 인재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 다양한 의견 수렴, 관리의 선발에 대한 내용은 조직으로 대변할 수 있는 현재 사회의 모든 것에 적용할 부분이 많다. 조직의 성패란 물이 무엇을 띄우기만 한다고 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쓰레기도 넓은 바다로 나갔다 어딘가의 해변에 떠오른다. 물이 어떤 배를 띄우고자 하는 것을 아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리더가 되고자 한다면 스스로 어떤 모습으로 떠오를지 상상할 줄 알아야 한다. 세상엔 일단 뜨고 보자는 사람도 많다. 하지만 쓰레기는 어차피 쓰레기로 떠오를 뿐이다. 배움을 통해 스스로의 가치를 더하는 것과 세상의 진실은 소멸되지 않는다는 대원칙을 함께 보면 생각하며 무엇을 해야 좋은 리더로 떠오를 것인가? 어떻게 나를 갈고 닦아야 할 것인가? 이런 문제에 대한 스스로의 답은 조금씩 찾아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내일이 오늘보다 어떻게 나을지는 오늘은 어떻게 살아내는가에 따라 달린 일이다.
도덕, 법규, 예법, 변방의 정책의 조직 문화를 정비하는 관점에서 검토 할 수 있는 내용이다. 무엇보단 신종의 구절이 중요하다. 몰라서 못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은 외면하며 욕망을 채우는 문제와 지속적으로 갈등하기 때문이다. 이것은 왜 반복될까의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것이 인간이 갖고 있는 문제라고 볼 수 있고, 본성의 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달리 계속된 선택의 연속일까?
1천5백여 년 전의 이야기를 읽고, 현대 사회를 다시 보면, 인간의 잔머리와 교묘한 머리는 여전하다. 세상속의 많은 이야기와 책과 사실이 망할 만한 것은 망하고, 흥할만한 것은 흥한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흥하기 위해서 해야 할 것이 많은 것이 아닐 수 있다. 흥한다의 정의가 다를 수 있다. 욕망의 입장에서 보면 그 방법이 다양할 뿐이다. 그것을 선택할 것인가? 절제할 것인가의 문제 속에서 인간은 매일 고민한다. 별것 아닐 수 있는 것도 많지 않을까? 흥하는 것이 인간을 위한 일인가? 얼마나 많은 인간을 위한 부분인가? 그것이 중요한 일이 아닐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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