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씨년스러운 뒷모습과 함께 시작하더니..
조조할인으로 보고 싶었던 영화를 골랐다. 정신없이 극장을 향해 가며 김밥을 한 줄을 샀다. 포스터의 모습이 첫 장면부터 묘하게 시선을 끈다. 그리고 시작된 살인.. 아니 도살에 가깝다. 최민식의 망치씬만큼은 아니지만 액션캠처럼 도살의 대상을 보게 하는 시각적인 효과가 현실감보다는 잔인함을 돋보이게 한다.
영화에 담겨있는 이야기가 한 맺히고, 가슴 아픈 사연을 풀어가는 스토리라고 봐야 할지 의문스럽다. 분명 슬픈 이야기가 담겨있지만, 복수는 사람의 감정을 메마르게 한다. 통쾌한 감정이 없으니 삶과 자아가 붕괴된 인간의 잔혹성이 더욱 자세히 보인다.
관점을 달리해서 요약하자면, '불구대천 원수가 나를 기망하여 결국 처단하였다' 정도다. 그 속에서 잠시 사랑이 여기저기에 머물며 슬픈 흔적도 남겼다. 과거로 회귀하며 서로의 이야기과 관점이 움직인다. 각자의 과거를 전체의 구성에 맞게 움직이는 구조는 매우 짜임새가 있다. 퍼즐을 맞추듯 영화의 전체 그림을 보게 한다.
흥행으로 보면, 여성의 격렬한 액션과 남성을 제압하는 모습이 균형 잡히지 않은 세상에 대해서 뭔가 말하는 듯도 하지만 크게 부각하기 어렵다. 여자가 한이 서리면 무섭다는 말이 훨씬 다가온다.
마지막 마을버스 앞에 선 숙희를 보자니 얼마 전에 읽은 논어의 불혹에서 혹이 미혹함을 말하는 것이라는 글귀가 생각났다. 사랑했었지만 그 추억과 설계된 추억과 삶의 진실을 보고 복잡해진다. 그를 내리치는 숙희의 행동과 그 의미를 생각해 봤다. 사랑했기에 너를 제거해야 한다는 이율배반적인 사고는 미혹된 것이다. 그 대가를 치르게 하는 것이니 말이다. 그렇다고 결단을 내리고 내리친 것이 불혹 했다고 해야 하는지 참 알 수 없는 일이다. 왜냐하면 도덕적으로도 법적으로도 용서받지 못할 행위이기 때문이다.
이래저래 아침나절에 보기에는 조금 곤란한 청소년 불가 영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