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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인재 Apr 26. 2017

[스포츠와 인권]
야구 응원가와 '인격 저작권'

김태우

[제62호] 인사동칼럼

[스포츠와 인권] 이 응원가가 아닌데....? 

야구 응원가와 '인격 저작권'

김태우


  메이저리그, 마이너리그 출신 외국인 야구선수들의 경우 한국 프로야구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점들로 ‘팬들의 응원’을 꼽는다. 메이저리그에서는 관중들이 선수들의 플레이를 응원이라기보다는 관람하는 느낌이 강하며 응원을 한다 하더라도 특유의 응원가 없이 간단한 챈트(Chant), 박수, 휘슬, 호응 등이 전부이다. 이에 반해 한국 야구의 경우 선수 별, 상황 별로 전부 다른 종류 종류의 응원가를 부르고 경기 시작부터 끝까지 모든 관중들이 열정적으로 참여하며 열정적인 모습을 보이며 선수들의 기운을 북돋는다. 실제로 몇몇 외국인 선수들은 구단이 보여준 팬들의 ‘응원문화’에 끌려 한국 행 비행기에 몸을 싣기도 하였다. 한국 프로야구는 단순히 야구 그 경기 관람 문화를 뛰어넘어 ‘응원문화’라는 새로운 영역을 개척했다 하더라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2000년대 후반 롯데 자이언츠에서 활동했던 카림 가르시아 선수의 경우 헨델의 ‘오라토리오 메사아’ 중 ‘할렐루야’에가르시아 이름을 넣은 곡을 응원가로 사용했는데, 이는 롯데 자이언츠 팬들 뿐만이 아니라 야구팬들 모두에게 사랑받기도 했다. 실제 가르시아 선수가 롯데 자이언츠에서 퇴단한 후 한화 이글스에 입단했을 때 이글스가 자이언츠 측에 해당 응원가를 계속해서 사용해도 되는지 문의하기도 했을 정도의 인기였다. [1]


   하지만 2017년 초, 몇몇 선수들의 응원가가 저작권 관련 위반으로 바뀔 수 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팬들은 ‘지금까지 한국야구위원회(이하 KBO)에서 저작권 관련해 법적으로 문제가 없도록 잘 해결해왔을 텐데 설마 그런 일이 있겠느냐 ‘며 미심쩍은 반응을 보였지만, 시범경기가 시작되었을 때 그 소식이 진실이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본인들이 부르던, 익숙했던 응원가 대신 전혀 들어보지도 못하고 아예 새로운 응원가들이 사용되고 있었던 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단순한 저작권이 아닌 ‘저작인격권’이라는 권리에 의해 일어났다. 기존 응원가와 관련해서는 10개 프로야구 구단이 KBO의 자회사 KBOP를 통해 응원가에 사용되는 음원의 저작권료를 지불해오고 있었다. 이 저작권료는 응원가, 치어리더 공연 시 나오는 대중가요 등 경기장에서 사용되는 음원 전부에 대한 비용이었다. 모두들 이 자체만으로도 저작권 관련한 문제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응원가를 편곡하는 과정에서 예상치 못했던 법적 쟁점이 발생했다. ‘저작 인격권’이었다. 응원가를 만들기 위해 원곡의 가사를 바꾸고, 템포를 조정하고 박자를 빠르게 하는 작업이 저작인격권을 침해한다는 논란이 제기되었다. 결국 KBOP는 저작인격권에 관해서는 야구협회가 아닌, 각 프로야구 구단 별로 알아서, 자체적으로 해결할 수 있도록 전권을 일임했다. [2] 분명 KBO는 경기장에서 사용되는 모든 음원들에 대한 저작권료를 지불했는데 왜 이런 일이 발생한 걸까? 저작권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joins


   저작권은 크게 두 가지, ‘저작재산권’과 ‘저작인격권’으로 나눠진다. 흔히들 우리가 생각하는 저작권은 전자인 저작재산권이다. 저작재산권은 저작물을 일정한 방식으로 이용하여 경제적인 이익을 얻을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저작권자가 그 저작물을 복제할 권리인 ‘복제권’(저작권법 제16조), 저작물을 공연할 권리인 ‘공연권’(동법 제17조), 저작물을 공중 송신할 권리인 ‘공중송신권’(동법 제18조), 저작물 원본이나 그 복제물을 전시할 권리인 ‘전시권’(동법 제19조), 저작물의 원본이나 그 복제물을 배포할 권리인 ‘베포권’(동법 제20조), 판매용 저작물을 영리를 목적으로 대여할 권리인 ‘대여권’(동법 21조), 그리고 그 저작물을 원저작물로 하는 2차적 저작물을 작성하여 이용할 권리인’ 2차적 저작물 작성권’(동법 제22조)가 그것이다.


   저작인격권은 저작자가 자기의 저작물에 대하여 가지는 인격적인 이익의 보호를 목적으로 하는 권리이다. 저작권법 제14조 1항에서는 ‘저작인격권은 저작자 일신에 전속한다’라고 규정하며 그 권리를 성문화하고 있다. 저작인격권에는 그의 저작물(혹은 원저작자의 동의를 얻어 작성된 2차적 저작물 또는 편집저작물 포함)을 공표하거나 공표하지 않을 것을 결정할 권리인 ‘공표권’(저작권법 제11조), 저작물 의원 본이나 그 복제물 또는 저작물의 공표 매체에 그의 실명 또는 이명을 표시할 권리인 ‘성명 표시권’(동법 제12조), 그저 작물의 내용, 형식 및 제호의 동일성을 유지할 권리인 ‘동일성 유지권’(동법 제13조)이 있다.


   저작재산권과 저작인격권의 차이는 ‘권리의 양도’의 가능성 유무다. 저작재산권은 조건의 범위 내에서 권리 자체를 양도 혹은 상속할 수 있게 함으로써 저작권자가 해당 권리를 통해 경제적 이익을 도모할 수 있게 한다. 하지만 저작인격권은 저작재산권이 이전한다 하더라도 원 저작자에 귀속되며, 절대 양도, 상속되지 않는다. 혹 양도계약 저작자가 저작인격권 양도를 약속하는 계약서를 작성하는 경우가 있다 하더라도 이는 효력이 없이 무효화가 된다. 결국 KBO응원가 사태를 보자면 지금까지 지불한 저작권료는 전부 ‘저작재산권’에 대한 비용이었으며, 각 응원가의 음원의 본 저작자가 본인의 저작인격권이 침해되었다고 주장했기에 일어난 것이라는 분석이다. 특히 저작인격권 중 ‘동일성 유지권’이 문제가 되고 있다. 다시 말해 저작자는 자신이 창작한 결과물이 어떠한 형태로 이용이 되더라도 그 형식이나 내용이 유지될 수 있도록 하는 권리가 있는데, 프로야구 구단들이 응원가를 만들면서 해당 저작물들을 변형하였기에 문제가 됐다는 분석이다. 예를 들어 본 저작권자가 만든 음악은 애절하고, 느린 발라드 곡을 만들었는데, 이 곡을 응원가로 사용하기 위해 편곡과 개사를 통해 빠른 템포와 흥겨운 음으로 바꿨다면 동일성 유지권이 침해된 사례로 간주되어 문제가 생길 여지가 다분하다. [3]


ⓒgoogle image


   KBO에서 응원가의 저작인격권 문제를 각 구단에 위임했기 때문에 각 구단들은 본인들의 응원가를 사수하기 위해 여러 노력들을 진행했다. 개막에 임박해서야 저작인격권 문제가 대두되었던 이유로 개막 전, 각 팀들의 마케팅 팀과 응원단장들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동분서주할 수밖에 없었다. 대부분의 구단들은 지금까지 사용해온 응원가를 쓰기 위해 노력했다. 그 결과 일부는 저작권자와 협의 하에 현존하는 응원가를 쓸 수 있었다. 원저작권자와 협의를 하지 못한 경우 구단 자체에서 새로 작곡을 하거나, 시간이 많이 흘러 저작권자들의 저작인격권의 기한이 지난 곡들을 가지고 편곡을 해야 했다. 이와 관련된 구단들의 여러 활동 중에서도 한화 이글스의 ‘클린 응원가’ 캠페인은 저작인격권 수호를 위한 캠페인으로써 많은 야구인들과 음악 예술인들의 호평을 불러냈다. ‘정정당당한 야구 정신에 맞는 정정당당한 응원가!’를 슬로건으로 내건 캠페인은 다음과 같은 포인트를 전했다. [4]


    1.     팬 여러분의 오렌지 빛 함성으로 야구장을 물들이는 응원가 원작자들의 권리를 존중하고 음악산업과 스포츠산업의 상생 구조를 만들어 나가겠습니다.

    2.     기존 한화 이글스 응원가 22곡의 원작자 37명과 저작인격권 협의를 통해 팬 여러분의 귀에 익숙한 응원가들을 최대한 유지하고자 노력했습니다.

    3.     육성응원, 리프트 응원, 유명 아티스트 콜라보 응원가, 테마송 ‘던져’ 등 ‘우리’만의 응원문화를 위한 고민과 노력은 앞으로도 계속됩니다.   


이 외에도 건강한 응원문화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것을 공개적으로 밝혔다는 점에서 한화 이글스의 본 캠페인은 저작인격권과 관련해 하나의 큰 전환점이 될 것이라 평가받고 있다.


    반면 복잡한 과정과 추가적으로 들어가는 비용에 의해 기존 응원가를 유지하기 위한 협상 대신, 응원가 전면 교체를 단행한 구단도 있었다. 서울 고척 돔구장을 홈으로 사용하고 있는 ‘넥센 히어로즈’가 바로그 팀이었다. 넥센은 28개의 곡을 개사한 응원가들을 사용해왔다. 하지만 원곡 개사에 대한 음원 사용료 지급이 의무화되자, 그 사용료를 지급할 필요가 없는 70년 이상 된 원곡들을 개사해 응원가를 새로 보급했다. 이택근 선수의 응원가를 제외한 모든 응원가가 전면 교체되었고 특히 팬들과의 의견 수렴 없이, 구단의 단독적 판단으로 진행됐다는 점에서 많은 팬들의 원성을 샀다. 넥센 팬들은 “3억 원도 안 되는 구단 운영비를 줄이기 위해 팬들의 애환과 재치가 묻어 있는 개사된 응원곡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일방적으로 금지한 것은 문제”라고 주장하며 “비용과 절차가 복잡하다는 이유로 아예 음원 로열티 기간이 끝난 민요나, 가요, 성가 등을 개사해 응원가로 다시 부르도록 했다는 것에 더 화가 난다”라고 전했다. 심지어 라이벌 LG와 같은 음원을 사용하는 응원가 ‘승리의 위한 함성’의 경우 LG는 여전히 사용하고 있는데 반해 넥센은 구단 측에 의해 교체된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실제 넥센 팬클럽 차원에서는 무관중 운동, 시즌권 환불 등의 대응을 검토하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5] 이에 넥센 히어로즈는 구단 홈페이지에 신규 응원가 관련 구단 입장을 설명하는 글을 올렸으나 여전히 넥센 팬들의 여론은 좋지 못한 상황이다.


ⓒ한화이글스


   팬들은 이번 사태를 통해 본인이 좋아하던 응원가를 더 이상 사용할 수 없어 아쉬울 수 있다. 선수들 중에도 본인의 응원가를 더 이상 사용하지 못하는 것을 안타깝게 생각하는 선수들도 존재한다. 각 팀의 응원단장들 또한 저작인격권 관련 협의와 더불어 새로운 응원가 제작을 위해 수많은 노력을 기울이느라고 생을 하고 있다. 혹자는 왜 이미 저작재산권을 통해 저작권료가 지불됐는데 귀찮게 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더 거쳐야 하는지 의구심을 품고, 불만을 가질 수 있다. 하지만 지금 이 과정은 한화 이글스 클린 응원가 캠페인에서 설명했듯, 지금까지 낮았던 ‘저작인격권’이라는 권리에 대한 인식을 음악 저작자의 권리 존중을 통 해건 전한 응원 문화를 선도하기 위한 첫걸음이라고 생각한다. ‘KBO 응원가와 인격 저작권’ 사태는 지금까지 사람들이 생각하지 못하고, 가볍게 넘어갔던 권리. 그 권리를 찾아가고 그렇게 찾은 권리를 존중해주는, 비정상화의 정상화의 과정으로 우리 사회가 더 나은 사회로 발전하는 계기되어줄 것이다.


      

[1] 권인하, 롯데 “한화, 가르시아송 써도 된다.”, 스포츠조선, 2011.06.03

[2] 송대성, KBO 리그 ‘저작인격권’… 구단 해법 찾기 ‘동분서주’, 노컷뉴스, 2017.04.04

[3] 신종범, 신종범 변호사의 법정 이야기(76)-응원가와 저작인격권, 법률저널, 2017.04.14

[4] 클린 응원가 캠페인, 한화 이글스 공식 홈페이지.

[5] 양준호. 프로야구 넥센 응원가 전면 교체에 골수팬들 “무관중 운동” 강력 반발, 서울경제, 2017.04.05


인권()을 생각()하고 동참()하는 사람들인사동 칼럼

_ 20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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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원고는 상기 필자 개인이 작성한 것으로서 한국 인권재단의 공식입장과 다를 수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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