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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지어함박눈 Jul 19. 2020

여행의 방식, 그리고 개인의 취향

그리스, 칼람바카

수많은 팔라펠과 기로스를 먹은 후 배가 든든해진 나는 아테네로부터 기차로 3시간 떨어진 도시, 칼람바카로 향했다.


예정대로라면 오후 2~3시쯤 내렸어야 했지만 어떤 역이든 사람을 태우기 시작하면 시동을 멈추고 움직일 힘이 없는 것처럼 멈춰버렸던 기차 탓에 예정 시간보다 3시간은 더 늦게 도착했다. 아마 혼자 하는 여행이었다면 분명 질릴 대로 질려버렸겠지만 운 좋게도 아테네에서 나와 동갑인 친구를 만났고 덕분에 우리는 시시콜콜한 이야기까지도 나눌 수 있었다. 또다시 기차는 시동을 멈출 준비를 하고 있었고, 이쯤 되면 도착하지 않았을까 싶어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바깥의 풍경을 바라봤다. 한 번도 가보지 않은 도시로 떠나는 길에는 반드시 구글맵을 손에 쥐고는 이곳이 맞나 항상 확인하곤 했는데 이 도시는 굳이 확인하지 않아도 도착했음을 직감할 수 있었다.

바깥 풍경은 메테오라, 그 자체였기 때문이다.
전 날에 비가 와서 더 웅장했던 수도원 :)

보통 그리스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산토리니의 청량한 파란색 지붕을 품고 있는 집들 또는 아크로폴리스나 제우스 신전처럼 거대한 조형물들을 떠올리곤 한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꽃보다 할배 시리즈 덕분인진 모르겠지만) *칼람바카 또는 *메테오라가 그리스 유명 여행지에 추가되었다. '너도 그리스의 유명 여행지를 찾아 칼람바카를 오게 되었니?'라고 묻는다면 '아니'라고 대답할 것이다. 그저 아테네에서 만난 동갑 친구가 칼람바카를 간다길래 나도 가도 되냐 물었고, 친구도 혼자 가기 심심했던 차에 잘됬다길래 같이 오게 된 것이다.

(*칼람바카 : 메테오라 지역에서 가장 가까운 도시이자 마을 / *메테오라 : 그리스에서 아토스 산 다음으로 정교회 큰 수도원이 많이 밀집한 지역.)

수도원 고양이와 외부 모습 :)

˚ 여행의 방식에 대해서

나는 사람이 많고 시끄러운 걸 좋아하는 편이 아니다 보니 자연스레 유명 여행지를 찾으러 다니지 않게 되었다. 물론 나에게도 남들이 가는 곳은 한 번쯤 가봐야 '나 00에 여행 다녀왔다!'라고 말할 수 있다고 믿었던 때가 있었다. 하지만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이게 여행이냐, 고생이지'하며 수차례 힘이 빠지자 '여행, 그거 별 거 없구나'라고 생각하기 시작했고 차츰 나에게 걸맞은 여행 셀프 스타일링이 되기 시작했다.


그래서 누군가 나에게 '여행 계획할 때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 뭐예요?'라는 질문을 나에게 건넨다면, 여행 중 만난 사람들, 그중에서도 나랑 비슷한 성향일 것 같은 여행자들을 만나 정을 주고 인연을 이어나가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래서 나는 여행지에서 만난 사람이 너무 좋다 싶으면 루트가 복잡해지더라도 일단 GO! 하고 본다. 내 인생의 가치관에서 가장 우선시 되는 게 사람 그리고 관계라서 여행에서도 이러한 내 주관이 반영된 게 아닌가 싶다.

칼람바카에서 일출 또는 일몰을 보는 걸 추천합니다 !

이렇듯 누구나 가지고 있는 가치관은 다르기에 여행하는 방식은 제각각일 것이다. 친구 따라 예정에도 없던 칼람바카로 오게 된 에피소드가 생겨 행복해하는 나처럼, 혼자만의 시간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누군가는 조용한 도시의 사람 없는 카페에서 일기를 끄적이며 행복해하고 있을 것이다. 여행에서 옳고 그름이 없다는 것은 모두가 다 아는 사실이지만 중요한 건 가끔씩 지금 여기서, 내가, 행복을 최대치로 누리고 있는가에 대한 질문을 던져보는 것도 나쁘지만은 않다.


여행 와서까지도 뭘 굳이 그렇게 복잡하게 생각하냐는 사람도 있겠지만, 개인적으로 나는 삶 속에서 최대치로 인내하고 견디며 항상 나를 가장 뒷전으로 생각하던 사람이었기에 여행에서만큼은 지금의 내가 중요했다. 그래서 지금 내가 행복한가에 대한 질문을 자주 던지곤 했다.

인생 샷 찍기 좋은 메테오라 수도원~

그렇게 생각하다 보면 골든리트리버마냥 사람 좋아하던 나도 '혼자 있고 싶다'거나 계산기처럼 예산 걱정하던 내가 '돈 신경 쓰지 않고 제일 맛있는 음식을 먹고 싶다'라고 하는 등 지금의 내가 하고 싶은 것들에 대해 알게 될 때가 있다. 그렇다면 주저하지 않고 행동하려고 하려 한다. 그렇게 하다 보면 삶은 조금 더 윤기 있어질 것이고, 내가 조금 더 나은 사람이 된 것처럼 마음의 여유가 생기곤 한다. 그래서 가끔 갈피를 못 잡거나, 컨디션이 안 좋을 때 내가 나에게 질문을 던져보자.

지금 여기서(here and now), 나는 행복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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