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하는 것을 찾아 나선 발걸음

기분 좋은 바삭한 한 입

by 김청

나를 찾으러 온 삿포로에서 진짜로 내가 원하는 건 뭘까, 진짜로 하고 싶은 것은 무엇일까 거리를 걸으며 생각해 보지만 특별하게 떠오르는 것도, 하고 싶다고 생각이 드는 것도 없었다.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면 뭐라도 생각이 들 줄 알았는데, 예상했던 것과는 다르게 나의 머릿속은 점점 더 백지가 되어가는 듯하다.


그럼에도 아무것도 아닌 지금을 보내고 있는 이 시간들이 초조하거나 불안하거나 하지 않음은 한국 사회에서 떨어져 있기 때문인 건가. 그냥 내가 생각이 없어서 그런 건가.


여하튼 현재 상황에 감사해하며, 오늘부터는 조금 더 내면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보기로 했다. 내면의 소리에 귀를 기울인다니 뭔가 거창한 것처럼 말했지만, 계속되는 정처 없이 발걸음을 옮기기를 했더니 더 이상 무엇을 하면 좋을지 모르겠어서 아침에 눈을 떠서 뭘 먹을지 정하는 것.


그 작은 것을 듣는 것부터 시작해서 하루를 열기로 마음을 먹었다. 한참을 듣고 또 들은 덕에 간신히 들려온 돈가스. 되게 거창하게 말해서 웃긴데 여하튼 힘들게 정한 메뉴 찾아 출발.


맑은 듯, 흐린 듯


다른 길로 가보자고 가던 길에 예전에 자주 찾아오던 공원을 찾았다. 공원에 있는 저 언덕에 올라가면 별도 달도 가까이에서 볼 수 있어 좋았던 기억 한 가득인 공원.


벌레가 많지는 않지만 여름에 출몰하는 모기들에게 공격당했던 평상. 저기 누워서 하늘을 바라보면 극락이었는데, 나만 공격하는 모기들 때문에 오래 누워있지는 못했었다.


별과 달을 가깝게 볼 수 있었던 언덕
모기 떼 공격을 받긴했지만, 극락을 느끼게해준 평상


오랜만에 찾은 공원이 반가워서 이리저리 둘러보다 보니 벌써 시간은 1시에 가까워져오고 있었다. 내 배도 이제 그만 목적지를 향해 떠나라고 울부짖고 있었다.


배고파 얼른 떠나자.


오후 1시되기 12분 전


재촉해서 도착한 삿포로역 6층의 돈가스집, 와코.

6층에 있는 와코보다는 지하 1층에 있던 집이 튀김이 더 바삭하고 맛있었던 기억이었는데, 공사를 한다고 다 밀어버려서 사라지는 바람에 제일 가까운 곳이 여기라 이곳으로 방문을 했다.


들어가기 전 보이는 쇼윈도에 전시된 모형음식들만 봐도 군침이 줄줄 나는 비주얼. 오늘은 또 얼마나 맛이 있을까 기대를 하면서 한 명이라고 알리며 자리를 안내받았다.


돈가스집 와코의 모형 음식들


메뉴가 정해지면 벨을 눌러 부르라는 점원 말에 알겠다고 하고 고민 끝에 힘들게 메뉴를 정했다. 이것저것 다 시키고 싶은데, 혼자서 다 먹을 자신이 없어서 그나마 골고루 들어있는 메뉴를 선택.


벨을 눌렀는데, 점원이 오지를 않아서 또 누르고 또 누르기를 세 차례 째. 다른 자리에는 가서 주문을 받는데 나에겐 오지 않길래 지나가는 점원을 불렀다. 그런데 듣는 척도 안 하고 쌩 지나가는 점원을 보니 아, 이거 뭔가 이상한데? 싶었다.


그래도 의지의 한국인이니 꿋꿋하게 다시 부르려 했는데, 옆에 앉아 계시던 일본 분께서 버튼을 누르면 주문이 가능하다고 친절히 알려주셨다.


“감사합니다. 근데 버튼을 세 번이나 눌러도 안 오시네요^^”라고 했더니 “어라?”라고 하시며 본인 벨을 눌러주시겠다고 한다. 그래서 옆자리 일본인분이 눌러주시니 한걸음에 달려온 직원...


기분이 썩 좋지는 않았으나 기쁜 마음으로 들어왔기 때문에 이 감정을 잃고 싶지 않아 주문을 하고 음식을 기다렸다.


히레카츠, 에비카츠, 치즈멘치카츠


주문한 음식이 나오고, 내가 생각했던 비주얼의 돈가스들이 나와서 별로였던 기분이 바로 사그라들었다. 한 입 베어 물자 바삭한 튀김옷과 부드러운 육질이 한가득 입에 들어왔다.


천천히 서로 다른 종류의 돈가스를 먹으며 오늘은 무엇을 하면 좋을지 어떤 것들을 남겨두면 좋을지 고민을 했다. 점원의 태도로 잠시 기분은 상했지만 그래도 맛으로 기쁨을 얻었기에 오늘 하루도 힘내서 돌아다니겠다는 마음으로.


식사가 끝나고 평소보다 더 밝고 친절하게 계산을 요청했다. 당신의 태도는 정말 별로였지만, 나는 개의치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기에. 마지막 계산까지 잘 마무리 짓고 나는 받았던 좋지 않은 감정을 그 가게에 그대로 두고 나왔다. 홀가분했다.


커피를 못 마셔서 카페에 가는 것을 즐기지 않는 편인데, 이 날만큼은 말차라테가 마시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나나스그린티라는 카페를 다녀왔다.


나나스 그린티의 진한 말차라테


역시나 삿포로역 지하 1층에 있었는데, 공사로 자리를 옮긴 듯했다. 그래도 근처 어딘가에 다시 자리를 잡아둔 덕에 진한 말차라테를 맛볼 수 있었다.


잠시 앉아있을 여유가 생긴 이 시간에 글을 쓰며 또다시 내 안에서 내는 소리들을 들으려 집중을 해보았다. 사실 별 다른 건 없었지만:)


삿포로에서의 이 여유가 지속되길 바라며.

무사함에 감사한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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