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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호섭 Mar 18. 2024

귀여운 수다쟁이 호섭씨

삼월 초에 동생이 알려주었다.


"오빠. 그거 알아? 인스타에서 아주 유명하고 귀여운 고양이가 있는데, 그 아이의 이름이 호섭이래.

게다가 김호섭! ㅋㅋㅋㅋ 한참을 웃었지 뭐유~"


"에이 설마, 고양이 이름이 호섭이라니... 나비, 냐옹이, 프랭키, 비앙카, 황금마녀, 

삼(치구이 집)순이면 몰라도." 나는 설마설마했고, 검색해 봐야지 하다가 다른 주제의 수다로 급 전환되는 바람에 호섭이 고양이를 깜박 잊고 있었다. 엄니, 누이들, 조카들과 모여 나누는 수다시간에는

이렇게 초단위로 주제 전환이 일어난다. 수다의 급물살에서 살아남으려면, 정신 바짝 차려야 한다.




사실이었다.

그 아이를 만난 건, 며칠 전 서울 Coex 영풍문고. 메인 매대에 떡하니 냐옹거리며 앉아있다.

아니, 이럴 수가... 동생의 멘트가 바로 떠올랐고, 그제야 인스타를 잽싸게 뒤져본다.

패션모델? 이라는데 SNS 팔로워가 백만에 육박하는 인기쟁이, 엄청난 녀석이다. 

어후후. 네가 나보다 백만 배 낫구나.


뒤늦게 이해되는 사실들이 있다. 
'역시 그랬구나. 내가 우리 동네 냥이 친구들이 많은 이유가 있었구나. 그래서 그랬구나. 냥이들과 한참을 수다 떨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몰랐구나. 내가 냥이를 엄청 좋아하는구나. 나를 말하고 싶은 거구나. 너를 만나려 그랬구나. 반복되는 우연은 필연이라 했구나. 우리 만남은 우연이 아니야. 그것은 우리의 바램이었어. 사연 누나가 그래서 그렇게 오래도록 노래했구나.'


삶은 앎이련가?

나를 알아가며 챙겨가며 바래가며 살아가려면, 역시나 선명히 자세히 알아차려야 하는 거구나.




서점 매대 코너마다, 쇼펜하우어 할아버지가 도배를 하고 있지만, 내 시선은 온통 호섭씨에게만 가 있다. 괜히 반가웠다. 괜시리 웃기다. 내가 나를 만난 듯한 이 SF환타지 같은 현실을 소년의 짧은 필력으로 더 이상의 설명이 곤란하다. 살짝궁 눈인사하고 빙그레 곁눈으로만 바라보다가 주변에 사람들이 없는 틈을 타서 정면을 마주한다. 서비와 서비와의 운명적 만남이다. 

다시 정식으로 인사한다. 초면이니 존대해야지.

"반가워요. 호섭 씨. 저는 인천에 사는 문학소년, 호섭이라고 해요."


골골골 졸고 있던 호섭 씨가 동그마한 눈을 신비롭게 뜨더니,

"오홍홍, 반갑다. 소년아. 왜 이제야 온거냥. 몇년 전 부터, 인간 세상에 고양이말하는 귀여운 인간이 있다고 냥이월드가 발칵 뒤집어져서 에이 설마 했는데 바로 너였구나. 그런데 소년이라고 하기엔 많이 낡은 인간인걸? 몇 년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거냥? 아무튼. 너. 나의 집사가 되어랑."


사실이었다.

(냥이월드에는 존댓말이 없고) 호섭 씨는 귀엽다.

방구석으로 모셔왔다. 안 데려 올 수가 없었다. 식구가 늘었다.


과묵 9단 아저씨와

까칠 발랄 문학소년

그리고

말 많은 호섭 씨.




*주의사항 :  이 책은 김주영 작가님의 책입니다. 제목은 <말하는 고양이 호섭 씨의 일일>

                 제가 출간한 책 아니구요! (간혹 오해하시는 분들이 계셔서요.~^^;  감사한 오해입니다.)

말 많은 호섭 씨 인스타 계정 ->   @hoseobiiiiiii._.0410


(호섭씨에게 살짝 묻어가보자) 

새벽을 거닐고 문장을 노니는 문학소년 인스타 계정  ->  @walkingandwrit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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