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해 먹는 밥이지만, 밥을 먹을 때마다 생애의 먹먹함과 존재의 막막함에 목이 메었다. 혼자서도 잘 놀고
잘 지내다가도, 먹고사는 일이 뭐라고 꾸역꾸역 그럴 때가 있다. 삶의 길목에서 울컥 덜컥이는 나를 생각해 보니 맞다. 나는 로봇도 AI도 아닌 '아이구 인간아'할 때의 바로 그 '인간'이다. 우주는 불완전한 상태가 원래 정상이라 하니 불완전한 나 또한 그 '우주'가 분명하다. 그러니 나의 우주를 들여다본다. 오도카니 앉아서. 이 새벽에.
엊그제 서울에서 있었던 면접을 망치고 한껏 울적했던 나는, '마음공부가 아직 많이 부족하다'는 셀프 점검에 따라 그 어렵다는 자기 객관화 모드를 가동해 본다. 마음이란 무엇인가. 일희일비 vs 평상심의 유지. 의지력과 무의식. 나는 어느 길에 서 있는가. 나의 쓸모는 무엇인가.
내가 나를 바라보는 일은 거울을 바라보는 일만큼이나 당황스럽다. 역시 배움의 길은 멀고, 익혀야 하는 과정은 허투루 되는 일이 아닌 듯싶다.
유레카!
갑자기 벌떡 일어나, 면접 보고 오다 만난 옥수수 몇 알 넣고 밥을 지어먹었다. 비릿하고 허허로워 자꾸 목이 메던 그 밥이 구수한 향기와 톡톡 터지는 담백함에 목넘김마저 노릇하다. 노릇하니 나비의 날갯짓처럼 하늘하게 다가오고, 회초밥 먹다 연어알 톡톡 터지듯 상콤하니 입 안에서 육해공이 춤을 춘다.
그랬을 것이다
밥도 그대로고
옥수수도 그대로인데
따로 놀던 내 마음이 비릿했구나
흔들렸던 건
동인천행 막차도
겨울 옥수수도 아니었고
내 마음이었구나
쿵 무너지는 어느 날의 마음은
나이를 아무리 먹어도 속수무책
마음 다스리는 글을 아무리 써 봐도 생기는
문장과 삶의 간극은 당연지사
있는 그대로 듣고 보며 일상의 우주를 여여하게 살아가라는
육조 혜능 스님의 말씀이 떠 오르고, 어떤 순간에도 '나'를 잃지 말라는 백화 작가님의 말씀을 새기는 새벽이다.
다시 책을 펼친다. <밥벌이의 지겨움>에서 "밥의 비릿한 질감에 목이 메인다."던 김훈 선생도 문학의 거장이기 이전에 엄연한 생활인이라는 사실은 괜히 반가운 안도를 준다. 그 안도는 친근감을 불러오고 그 친근함은 위안의 다른 모습이기도 하겠다. 어느 날엔가 길 위에서 선생을 만난다면, 동네 형 부르듯 "훈이 형님~" 하고 불러보고 싶다.
밥이 목에 메일 때,
마음이 덜컥 일 때가 있다.
그럴 때마다 정과 성을 다하여 지어 먹자.
옥수수 밥.
밥은 존엄하고 우리 모두의 밥벌이는 숭고하다.
옥수수는 따듯하다.
그러려니,
잘 지내자.
나의 쓸모는 내가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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