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미도 앞바다에도 공원 광장에도 장군의 어깨 위에도 어르신들 장기판 위에도 한옥집 처마 위에도 나무님 까치집 위에도 물끄러미 봄이 와서 앉아 있다 아니다
광장 사람들 미소 반 봄 반 냥이밥 반 봄 반 커피 반 봄 반
나 반 봄 반이 그보다 먼저다 그렇다
봄은 어디 먼 데서 오는 게 아니다 우리가 봄을 미리 볼 수 있는 건 고된 겨울에 맞섰던 단단하고 따뜻한 어깨동무 때문 내 안에 고스란히 봄의 씨앗이 있기 때문
내 안의 겨울을 물리치는 건 여름도 가을도 아닌 언제나 봄
미리보고 버선발로 마중하는 수선화
얼음물 깨고 물에 사는 선녀
그래서 봄은 강하다 이기고 돌아온다 우리들의 봄은 여린데 강하다 강한데 선녀처럼 수줍게 온다 수줍은데 벚꽃처럼 우르르 밀고 들어온다 안에서 밖으로
아무리 영하라지만 아무리 고해라지만 우리는 안다
강한 자는 자신의 시간을 기다리는 자 자신을 믿고 미리 그 시간을 예정하는 자
나는 기다리지 못하고 사백 원짜리 자판기 커피 버튼 꾹꾹 누르고 지체 없이 아래칸 뚜껑 열고 미리 손부터 넣어 컵부터 잡는다 ㅂㅗ오오오오오... ㅗㅁ 경쾌한 소리로 봄을 담는다
되게
반가운가 보다
미리
설레이나 보다
봄 반 나 반
이제 기다릴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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