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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 푸른 기도

by 김호섭


감사드립니다

강력한 자외선 막아 주셔서

여인들 복되시며 아가들 키워 주셔서

봄동이 겉절이로 곱게 자라게 해 주시고

어여쁜 냥이 술친구 없는 나에게 보내 주시고

동해 고등어 신나게 뛰노느라 등 푸르게 해 주셔서

우리가 이 모두와 숨 쉬며 함께 살게 해 주시고

사시사철 오늘이 제철이게 해 주시며

어제 비 온 뒤 햇살 더욱 눈부셔

불안이라는 블랙홀에 깊게

빠지지 않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소소한 책 도서관에 기증할 수 있어서

내가 소유했던 마음 나눌 수 있게 해 주셔서

소중한 사람들과 인연 맺게 해 주시고

달 빛 아래서도 춤추며

처음부터 새로 쓸

용기 주셔서


일용할 양식 주시고

서해에 앉아 동해를 마시게 해 주시며

물리와 문리 함께 배울 수 있게 도와주시고

나는 누구이고 무엇인가 나에게 질문하게 이끌어 주시고

천지만물과 사람과 작은 생명체 미생물조차

연민하고 사랑하라고 말씀 주신

태초에서 영원으로 거침없이

존재하는 단독자


알아도 알 수 없는

태양과 나 사이의 거리

그 거리만큼이나 머나먼 다리

저 다리 위에 흐르며

들려오는 그대

목소리


생명의 연두

새싹과 씨앗의 노래

교향곡의 아버지와 어머니

이 땅의 온도와 계절의 관리자 사랑의 울타리

쓰는 자의 신호 받아주소서

좀 더 오래 임하소서

부디 바라옵니다


허리 굽히고 두 손 모아

술 한 잔 올리고 푸른 기도드립니다

봄의 찬란한 그대


대기권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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