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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서

by 김호섭


일 년 삼백 육십 사일 차갑고 시려도
차갑고 시려 시커멓게 쥐 나도
날카로운 직선 숨 막혀도
숨 막혀 온 세상 멈춰도

꽃은 핍니다

강 건너 꽃지고 사람들 떠나는 날
서로가 등지고 내일이 안 보이는 날
작은 생채기에도 온 산이 우는 날
울다 지쳐 잠든 날

꽃이 납니다

단 하루 선명한 이유는
별에서 온 안개
안개 위에 구름 너머
빛나는 별 있기 때문입니다

구름 흘러 안개타고

철썩 파도치며 오기 때문입니다

안개는 별의 결
별이 온다는 신호탄

결 따라 빗장 풀고
꽃 따라 검정 고름 풀어헤치며
맞이합니다

비로소 하는 말
용서는 나에게 하는 말

흐린 날의 꽃



#안개 #별 #결 #꽃 #용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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