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나, 피아노에 페달이 세 개나 있답니다. 아무리 피아노를 모르고 음악과는 먼 문외한이라지만 이 사실을 환갑이 지나서야 알게 됩니다. 라디오에서 어느 피아니스트가 알려 준 사실에 깜짝 놀라며 나는 나에게 반문합니다. "한 개 아니었어? 눈은 뜨고 다니니?"
페달의 기능이 궁금했는데, 친절한 피아니스트가 바로 알려줍니다. 전문용어와 구조상의 이해가 아예 없으니 아무리 세세히 알려 줘도 무지몽매한 나는 그저 한 마디 단어만 기억납니다. "연결. 음과 음 사이의 연결." 손으로만 건반을 칠 때는 뚝뚝 끊어지는 음들을 서로 이어주고 연결해 주는 기능이 페달의 주요 역할이라 합니다. 페달과 건반 사이의 여러 구조물과 안과 밖, 공간이 만들어내는 앙상블이겠죠. 손만 바쁜 줄 알았는데, 발도 바빴을 모든 피아니스트들의 예술혼에 감사를 올립니다. 덕분에 우리는 그 풍성하고 아름다운 선율을 편히 앉아 듣게 되니 말이죠.
가을과 겨울을 이어주고 연결하는 것 중에서 대표적인 것은 무엇일까요? 낙엽입니다. 설악의 단풍잎이 그렇고, 우리 동네 은행잎이 또한 그렇습니다. 단풍은 깊은 산끼리 빨갛게, 은행은 동네 길가와 골목마다 노랗게 이어주고 연결합니다.
우리에게 노랑이, 빨강이 없었다면 계절의 손 넘김 사이에서 이 세상이 얼마나 삭막했을까요? 계절이, 삶이 얼마나 뚝뚝 끊겼을까요? 설악은 자주 못 가니, 나는 그저 동네 노랑에게 감사를 올립니다. 덕분에 이 시절이 풍요롭게 연결됩니다. 눈이 노래지도록 감사한 이 순간을 감상합니다.
가을의 끄트머리 겨우 붙잡고 문학소년은 퇴고 중입니다. 두 번째 책을 내보려고 그 고되다는 퇴고의 늪에 빠져 허우적거리고 있습니다. 오늘 아침에 피아노와 은행을 가만히 생각하다 보니, 단순히 책을 낸다는 목적보다는 쓰는 일의 풍성하고 기쁜 마음을 이어가고 싶은 욕구에 보다 가깝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쓰는 자의 꾸준한 태도. 매듭과 연결의 의미로 말이죠. 다른 한편으로 이런 고민도 합니다, 저의 서툰 문장들이 세상을 이어가고 우리를 서로 서로 연결할 수 있을까? 미리 알 수없고, 그건 신의 뜻이니, 서둘러 걱정하진 않습니다. 저는 그저 쓰고 지우고 빼고 나만의 페달을 밟으면 되겠거니 생각하면서 고민을 다스립니다.
SNS에 또는 브런치에 새로운 글을 자주 못 올릴 듯합니다. 벗님들의 심심한 양해 부탁드려요. 낡은 이 인간, 뭐라도 연결하려고 애쓰고 있구나, 그리 생각해 주시고 그 사이에 어디 멀리 가지 않으시길 살짝 바래봅니다.
아직 가을입니다.
문학소년 올림.
#연결 #피아노 #낙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