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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p 27. 2023
내 마음대로 살고 싶어
#입시의 기억
요즘 입시 수시 기간인지 입시생 소식들이 들려오기 시작한다.
작년에 이미 입시를 치른 나는 작년의 내가 어땠는지 기억을 못 할 정도로
입시생 엄마역할에서 얼른 빠져
나온 듯 하다.
다시는 돌아가고 싶지 않은 고3 엄마....
고등 내내 딸아이의 비위를 맞추고
아침 등교 픽업을 하고
밤에 독서실 가고 올 때 데려다주고 데리고 오고
생기부 기록에 넣어야 해서 방학내내 실험한다고 학교에
나가는 아이 태워주고
방학도 없는 아이의 생활에 엄마도 덩달아 쉴 틈도 없고
체력 떨어질라 보약이며 홍삼이며 주기적으로 챙겨주고
아침은 여러 종류와 국과 죽으로 저녁은 영양풍부한 식단을 고려하며...
심신의 편함을 위해 부부싸움도 자제하고
한 번씩 시험 성적에 대한 압박감으로 주기적으로 울 때는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란다. 최선을 다 했다면 됐어.
재수 삼수 해도 되고 입시가 당장 네 인생을 결정짓는 게 아니야
목표를 이룬 듯해도 또 다른 숙제가 기다리고 있는 것이고
네가 행복한 게 가장 중요해"
라며 내가 더 조급하고 떨리는 마음을 숨기고 위로를 건네고,,,,
수능이 아닌 학종으로 대학을 가야 했으므로
상대평가인 내신은 그야말로 피가 마르는 과정이다.
실수 하나에 등급이 오르락내리락
수능날은 또 어떤가.
티브이로만 보던 수능날의 풍경에 나와 우리 아이가 들어가 있는 장면은
지금도 생생하다.
지각생이 되어 경찰의 도움을 받는 일을 없애기 위해
아침 일찍 도시락을 싸고
응원편지도 넣고
수능장에 내려주는데 들어가는 아이의 뒷모습을 생각하면
지금도 눈물이 난다.
우리 딸이 어느새 진짜 인생의 험난한 길에 들어서고 있구나.
수능이 끝나고 최저를 맞춰야 하는 학교 때문에
성적예상사이트를 하루종일 비교하며 또 피가 마르는 시간...
대학교는
우주상향 1개, 상향 2개, 적정 2개, 하향 1개...
으로 원서를 넣어 놓았는데
하향마저 떨어지면 어쩌나
수능점수가 잘 안 나오는데
재수생이 역대급이라던데
수능성적이 나오고
다시 대학교 1차 합격을 기다리는 피 말리는 시간...
입시는 그냥 3년 내내 피를 말리는 시간이었다.
1차 합격이 발표되는 날,,,
학교에서 수업 후 아이 전화만 기다리고 있는데
아이가 흥분한 목소리로 "엄마, 나 1차 합격이래~~~~"
부랴부랴 2차 면접학원을 예약하고
서초동 면접 학원을 아이와 하루 다녀오고
면접날 반듯하고 단정한 옷과 신발을 입히고 신기고
면접장으로 들여보내고 또 초조한 기다림...
다행히 면접은 나쁘지 않게 본 것 같다.
다시 피 말리는 2차 최종합격을 기다렸다.
1차 붙어서 좋아했는데 1.5 배수를 뽑는 거라서
면접을 못 보면 떨어질 수도 있는 일
입시 = 피 말리는 기다림의 연속
드디어 최종합격 발표날
그날은 도대체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1학년 담임이라 어떻게 수업을 했는지도 모르고
오후 내내 아이의 전화나 카톡을 기다리며
가위로 학습자료 오리기를 하며 일부러 머리를 비우려고 하는데
아이의 전화가 울렸다.
전화가 온다는 건 좋은 징조인데?
딸아이는 울면서 " 엄마, 나 2차 합격했어 ㅜㅜㅜ"
나도 모르게 " 와~~~~ 잘했다....."엉엉 울며
소리를 질렀다.
그날은 눈발이 날렸던 날이었다.
남편에게도 소식을 전하니 나보다 더 엉엉 울면서 좋아했다.
남편도 싱숭생숭해서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아서
밖에 나와 눈을 쓸던 중이었다.
합격증을 바로 뽑아서 거실에 걸어두고 내내 보는 기쁨이란....
다행히 아이는 하향 1곳은 일치감치 과수석으로 합격을 했고
적정 1곳을 최초합격을 하고
우주상향은 떨어지고 예비 1개, 탈락 2개로 입시를 마무리하였다.
입시 내내 신경써 준 고3 담임선생님이 정말 고마워서 졸업식날 편지와 꽃다발. 선물로 고마움을 대신 표현했다.
사실 입시상담학원보다 학교가 가진 데이타가 더 믿음이 갔고 괜히 흔들리고 싶지 않아서 학원은 알아보지도 않고 학교만 믿고 갔다.
부모보다 더 신경 써 주시고 상담해주시고
고3담임선생님은 우리에게 행운이었다.
지금 아이는 별 일 없이
캠퍼스 생활을 잘하고 있다.
친구들과 술 마시다가 소주 1병에
취하고 토하고 전화가 와서
데리러 가기도 하고
뒤늦게 동아리에서 프랑스 친구를 사귀기도 하고
지하철 끊기기 전에는 와라... 이 말만 무한 반복
누가 입시가 무엇이냐 묻는다면??
피 말리는 기다림의 연속.....
입시생을 둔 부모님에게 조언을 한다면??
자녀안정을 위해 부부싸움 하지 말 것.
울면 무조건 받아주고 인생에서 성적이 중요하지 않다고 괜찮은 척할 것.
제일 힘든 사람은 자녀 본인이므로 잔소리 금지. 그냥 독서실 가는 길 오는 길 동행해 주기.......
휴..
한 번으로 끝나고 싶은데
둘째는 이제 12살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