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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경희 Aug 07. 2018

삶이 송두리째 바뀐다면?

한 아이를 키우기 위해서 온 마을이 필요하다.




모처럼 휴일, 책 3권을 들고 동네 카페에 왔다. 가족 단위의 가구 수가 많은 단지라 카페에는 아이와 함께 하는 엄마들이 많았다. 아기 띠 풀어놓고, 유모차를 테이블 옆에 두고 아이 보며 서로 이야기를 나누는 이들. 다섯 살 아기가, 2살 아기에게 “아기 귀엽네, 아가 몇 살이야?”하는 걸 지켜보고 있자니 괜스레 웃음이 난다.  


 


 

시원한 카페에서 여유롭게 아가들 지켜보는 동네 이모는 한가로운데, 엄마들 쉼 없이 움직인다. 보채는 아이를 안고 달래다가, 급히 기저귀와 물티슈를 챙겨 화장실로 향하고, 원목 컵 받침을 들고 테이블을 치는 아이를 말리느라 정신없다.  


 


 

며칠 전, 글쓰기 워크숍에 참여했던 수강생분이 했던 말이 떠올랐다. “결혼은 삶을 크게 바꾸진 않아요. 그런데 육아는 삶을 송두리째 바꿔요” 그러니 아이를 원할 때 가져야 한다는 말을 덧붙였다.  


 


 

5월에 아이를 낳은 친구는 “예쁜데, 힘들어” 말했다. 힘들다는 말에 담긴, 정신적, 육체적 고통. 임신하는 순간부터 망가지는 몸. 출산 후, 그 온전치 못한 그 몸으로 자신을 챙기지 못하고, 모든 시간과 에너지를 아이에게 쏟아야 하니 ‘힘들다’라는 말은 무거운 말이겠지, 겪어보지 못한 나는 상상할 수 도 없는.   


 


 

혼자 밖에 나가서 1시간이라도 커피 마시고 싶다고 했던 친구의 말이 계속 떠오른다. 혼자 제 몸 하나만 챙기며, 커피숍에서 책 읽고 사는 나. 이 별거 아닌 삶을 계속 꿈꾸면서도 엄마가 될 수 있을까? 생각하다 옆 테이블 아가들을 봤다.  


 

보채는 아이 때문에 더 안되겠다며 서둘러 짐을 챙긴다. 테이블에는 아직 가득 채워진 커피가 있고, 여자는 급하게 음료를 들이켠다. 그리고는 반도 채 먹지 못한 조각케이크를  포장해 달라 말한다.  


 


 

한 아이를 키우기 위해서 온 마을이 필요하다. 아이를 위해서 만이 아닌, 양육자를 위해서라도. ‘엄마’ 이전의 한 개인의 삶을 유지하면서도 육아를 할 수 있어야 한다. 한 사람의 희생에 의존해서가 아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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