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테이션이 너무 어려운 당신을 위해
최근 재미있게 본 영상이 하나 있다. 투어프로가 시즌을 앞두고 코치와 동계 훈련 목표와 프로그램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내용이었는데, 구질에 대해 이야기하는 내용이 매우 흥미로웠다. 대학 때 미국에서 골프를 같이 쳤던 친구들이 최근 PGA에서 우승을 했는데, 드라이버를 최근 제품을 사용하지 않고 10년 정도 예전의 제품을 사용한다는 이야기였다. 이유인즉슨 최근 드라이버 클럽들이 모두 페이드에 유리하도록 설계되어 있어 드로우를 치기가 어렵다는 것이었다. 거의 모든 골프 클럽 회사들이 그렇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굉장히 흥미로운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최경주 프로님은 유튜브의 한 영상에서 “공이 왼쪽으로 가면 망한 거다”라는 멘트를 남기셨다. 무조건 페이드를 쳐야 한다는 말이다. 실제로 최경주 프로님의 왼손 그립은 위크 그립에 팜그립의 형태를 하고 있어 드로우를 치기에 매우 불리하고 페이드를 치기에 유리한 그립이다. 슬라이스는 골프를 어렵게 하지만 훅은 골프를 접게 만든다는 오래된 골프 격언 또한 비슷한 의미를 지니고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드로우를 치면 안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미국에서 소위 바디턴 스윙이라고 하는 개념이 들어오기 전, 우리나라에 퍼져 있던 스윙 이론은 컨벤셔널 스윙 단 한 가지 이론이었다(물론 스틱 앤 틸트나 하체를 고정시키고 어깨턴만으로 치는 소위 할아버지 스윙이 있기는 하다). 컨벤셔널 스윙은 인아웃 스윙 궤도를 매우 강조하며, 드로우를 치기에 최적의 이론이었다. 타깃을 등지고 왼쪽을 막아놓은 다음 골프 클럽을 수직 낙하시켜 인아웃 스윙 궤도를 만들어주면 몸은 멈춰 있고 클럽 헤드가 손을 추월하면서 자연스럽게 릴리즈와 로테이션이 일어나게 되고 공은 오른쪽으로 출발해 왼쪽으로 휘어지는 드로우 구질을 만들게 된다. 그렇게 스윙을 배운 수많은 프로들은 드로우 구질을 곧잘 구사했고, 드로우를 못 치면 프로가 될 수 없다는 말도 숱하게 들었었다. 2015년에 나와 동갑내기였던 내 첫 레슨 프로도 똑같은 말을 했었다. 드로우를 못 치면 프로는커녕 싱글 스코어조차 절대 도달할 수 없다!
바디턴과 GG 스윙이 유튜브를 통해 공개되고 알려지면서 스윙 이론은 그야말로 천지개벽의 길을 걸었다. 바디턴을 하지 않고 팔로 치는 스윙은 죄악시되었고 스윙은 반드시 몸으로 쳐야 했다. 문제는 몸을 너무 강조하다 보니 클럽을 제대로 휘두르지도 못하는 입문자들이 팔과 손의 움직임을 무시한 채 몸만 사용해서 공을 치려고 했다는 사실이다. 스쿼팅이니 압력 이동이니, 어너 디비에이션과 샬로잉을 하지 않으면 잘못된 스윙을 하고 있는 것이었다. 심지어 80대를 치고 싱글 스코어를 기록했다고 해도 말이다. 그러다 보니 팔스윙을 이야기하는 프로가 줄어들었고 하이 핸디캐퍼와 로우 핸디캐퍼의 격차는 오히려 점점 벌어져만 갔다.
바디턴 스윙을 페이드를 치기에 유리한 스윙이다. 드로우와 페이드를 모두 구사할 수 있으려면 두 가지 스윙에 대해 이해하고 공을 칠 수 있어야 한다. 그렇다고 드로우를 칠 때는 컨벤셔널 스윙을, 페이드를 칠 때는 바디턴 스윙을 할 수는 없다. 스윙시 움직임의 시퀀스는 동일하다. 몸과 팔이 그리는 궤도에 따라 공의 출발 방향과 휘어지는 방향이 결정될 뿐이다. 나 같은 아마추어는 한 가지 구질만 일정하게 구사할 수 있어도 충분하다. 싱글 스코어까지 도달하는 데는 무리가 없다는 말이다. 골프는 스윙 이론의 깊이를 겨루는 스포츠가 아니다. 공을 쳐서 홀에 넣는 게임일 뿐이다.
서론이 길었다. 로테이션에 대해 이야기하기에 앞서 구질에 대한 이야기를 한 이유는 로테이션은 드로우 구질을 구사할 수 있는 핵심적인 움직임이기 때문이다. 페이드는 로테이션을 억제해 클럽 헤드가 닫히는 타이밍과 양을 줄여 공이 오른쪽으로 휘게 만드는 원리다. 그래서 골프를 처음 접하는 입문자가 드로우가 아닌 페이드를 먼저 구사하려고 하는 것은 그렇게 좋은 접근은 아니다. 로테이션을 ‘안’하는 것과 ‘못’하는 것은 완전히 다른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클럽 헤드가 닫히는 원리를 이해하고 로테이션을 마음껏 할 수 있으면 드로우 구질을 구사할 수 있고, 로테이션을 완벽하게 이해한 후에 로테이션양을 억제함으로써 페이드 구질을 구사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 이후에 다운스윙시 몸의 움직임을 이해하고 다르게 가져감으로써 스윙 궤도를 만들어주면 공의 출발 방향을 조절할 수 있다. 이것이 하나의 스윙으로 드로우와 페이드, 두 가지 구질을 모두 구사할 수 있는 방법인 것이다.
결론이다. 로테이션이 어려운 골프 입문 자라면 이 사실 하나만 기억하자. 로테이션은 팔꿈치 이하 관절에서 발생하는 동작이다. 어깨를 돌리거나 팔꿈치를 고정하고 통째로 돌리면 안 된다는 이야기다. 이 사실만 제대로 이해하면 로테이션이 매우 쉬워지고, 잘 되지 않던 동작들과 로테이션을 위한 여러 드릴들이 한꺼번에 이해가 된다. 솔직히 내 필살기 같은 이론인데, 다 아는 이야기를 필살기라고 하는 것도 웃긴 일 아니겠는가.
로테이션을 연습하는 방법이다. 웨지나 숏아이언 같은 짧고 편안한 클럽을 잡고 어드레스를 한다. 양쪽 어깨를 외회전 시켜 양 팔꿈치의 안쪽이 정면을 보게 한다. 팔꿈치의 안쪽 접히는 면이 정면을 보게 유지한 채로 몸을 고정하고 양 팔꿈치만을 오른쪽으로 굽혀 백스윙을 하고, 팔꿈치 안쪽이 정면을 보는 상태에서 그대로 다운스윙과 임팩트를 해본다. L to L 스윙의 형태와 흡사하지만 어깨가 아니라 팔꿈치 아래쪽만을 움직인다는 점이 다르다. 이렇게 해보면 나도 모르게 클럽 헤드가 쉽게 닫히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클럽 헤드가 닫히고 공이 왼쪽으로 가는 게 보인다면 이번에는 어깨턴을 하면서 L to L 스윙으로 공을 쳐본다. 양 팔꿈치 안쪽이 정면을 보게 유지한 채로 동일하게 어깨턴으로 스윙한다. 마찬가지로 클럽 헤드는 닫히고 공은 왼쪽으로 휘어져야 한다. 이 느낌이 익숙해졌다면 이제 우리가 아는 풀스윙을 하면 된다. 다운스윙 시 몸의 회전량을 줄이고 오른쪽 어깨가 멈춘 상태로 팔이 튀어나가면서 팔꿈치 아래에서 로테이션이 되게 만들어주면 공은 오른쪽으로 출발해 왼쪽으로 휘어지게 될 것이다. 이것이 우리가 아는 드로우 구질이며, 컨벤셔널 스윙의 기본 원리이다. 로테이션이 익숙해질수록 거리는 늘어나고 공은 왼쪽으로 많이 휘어질 테니 그때 휘어지는 양을 조절해서 드로우를 치는 골퍼가 되거나 바디턴 스윙 이론을 익혀 로테이션 양을 조절하면서 공이 왼쪽으로 출발해 오른쪽으로 휘어지는 페이드 구질을 구사하면 된다. 미들 아이언으로 두 가지 구질을 모두 구사할 수 있다면, 당신은 싱글에 도달할 수 있다.
쉬운 내용인데 글로 쓰려니 어렵다. 그래서 글로 쓰는 것이기도 하다. 시즌을 준비하면서 연습장에서 꼭 해보길 바란다. 로테이션을 이해하는 순간 당신의 골프는 스텝업을 하게 될 것이며, 당신은 필드에서 누구 못지않은 멋진 드로우샷을 구사하는 골퍼가 될 것이다. 그때쯤 되면, 내가 글의 서두에서 언급했던 프로의 고민을 이해하게 될지도 모른다. 뭐, 그렇단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