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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원장 Dec 18. 2023

스윙과 샷의 차이

당신이 남의 스윙을 평가해서는 안 되는 이유

개인적으로 즐겨보는 골프 유튜브가 있다. 개그맨으로 잘 알려진 40대 남성이 뒤늦게 골프를 시작해 투어 프로에 도전하는 과정을 영상으로 찍어 올리고 있다. 본인이 레슨 받는 영상을 주로 올리고, 연습 영상을 찍어 올리거나 라이브를 하기도 한다. 주니어들과 함께 연습을 하면서 어느덧 스코어가 70대까지 내려가더니, 최근에는 레슨 프로를 바꾸어 가면서 연습을 하고 있는 모양이다. 아마 내년에도 프로 선발전에 도전하겠지. 영상을 보고 있으면 마치 내가 레슨을 받는 것 같은 착각이 들 때도 있고, 여러 유익한 레슨 내용을 배울 수 있어 좋다.


그런데 그 영상에 달린 댓글을 읽다 보면 눈살을 지푸릴 때가 있다. 소위 악플들은 지우고 심지어 구독도 취소시킨다는데, 스윙에 대한 악플은 영상마다 끊이질 않는다. 악플의 대부분은 스윙에 대한 것이다. 아마추어는 아무리 연습을 해도 안된다니, 몸의 유연성이 너무 떨어진다니, 몇 년을 연습해도 스윙에 발전이 없다느니 하는 말들이다. 하나하나 댓글을 읽을 때마다 화가 났다가 실소가 터져 나온다. 인터넷 실명제처럼 스윙 실명제를 하면 어떨까. 자기 스윙을 찍어 공개한 사람만 댓글을 달 수 있도록 하면, 과연 누가 악플을 달 수 있을까 궁금해진다. 그리고 그들이 무엇을 착각하고 있는지는 너무나도 명백하다.


그들은 스윙과 샷을 구별하지 못하고 있다.


골프는 “다수의 홀이 갖춰진 경기장에서 정지된 공을 골프채로 쳐서 홀에 넣는 경기”이다. 그리고 정지된 공을 골프채로 치는 행위를 “샷(shot)”이라고 한다. 스윙과 샷의 차이점은, 스윙은 모양을 보지만 샷은 결과물을 본다는 점이다. 좋은 스윙이 좋은 샷의 밑거름이 되는 건 분명하다. 하지만 좋은 스윙이 좋은 샷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그래서 프로의 스윙을 보고 지적하는 것은 애초에 틀렸다. 스윙을 지적할 것이 아니라, 샷을 지적해야 한다. 손목을 많이 쓰면 안 되는 이유는 스윙이 이쁘지 않아서가 아니라 공이 왼쪽으로 가기 때문이다. 결과물을 보여주지 않는 스윙 영상을 평가할 때는 과거와 현재의 스윙을 비교하는 정도로 그쳐야 하지, 저렇게 스윙해서는 투어 프로가 될 수 없다고 평가해서는 안된다. 투어 프로는 스윙을 잘하는 사람이 아닌 샷을 잘하는 사람을 뽑는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중계를 통해 PGA와 LPGA 프로들의 스윙을 실시간으로 접할 수 있고 유튜브를 통해 많은 프로와 아마추어 골퍼들이 자기 스윙을 공개한다. 연습의 기록이기도 하고, 레슨을 위한 예시이기도 하다. 좋은 스윙은 골퍼를 신뢰하는 기준이 된다. 효율적이고 흠잡을 데 없는 스윙을 하는 레슨 프로는 믿을 수 있다. 하지만 보기에 뭔가 투박하고 세련되지 않은 스윙을 하는 레슨 프로는 인기가 없다. 심지어 투어 프로의 스윙을 지적하기도 한다. 정보를 주지 않으면 투어 프로인지 아마추어 골퍼인지 알 수 없을 때도 많으니 더욱 그렇다.



스카티 셰플러가 세계 랭킹 1위가 되었을 때 많은 레슨 프로들이 당황했다. 세계 랭킹 1위가 된 이유를 분석해야 하는데, 스카티 셰플러의 스윙은 로리 맥길로이의 그것처럼 많은 골퍼에게 모범이 될만한 정형화된 스윙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많은 레슨 프로들이 스카티 셰플러의 단점을 가리고 장점을 이야기하기 위해 진땀을 뺐다. 때로는 반대의 현상이 발생하기도 한다. 존 람과 토니 피나우가 짧은 백스윙으로 긴 비거리와 정확한 아이언샷을 하자 많은 레슨 프로들이 짧은 백스윙의 장점에 대한 영상을 올렸다. 하지만 존 람의 짧은 백스윙은 그의 오른발 뒤꿈치의 굴곡 불능 때문에 발생한 것으로, 스스로 선택한 것이 아니다. TPI 레벨 1의 마지막 영상에 그에 대한 내용이 나온다. 골퍼의 피지컬을 판단하는 12가지 검사를 시행하는데 존 람은 한 가지 검사에서 완전한 결점을 보인다. 그러한 신체적 결함에도 불구하고 존 람은 자신의 신체적 결함을 보완할 수 있는 스윙을 TPI 팀과 함께 찾아냈고, 그 스윙을 갈고닦아 세계 랭킹 1위에 오를 수 있었다. 그러자 많은 레슨 프로들이 짧은 백스윙의 장점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토니 피나우 또한 마찬가지였는데, 그는 어느 영상에서 큰 백스윙으로 샷을 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것은 짧은 백스윙보다 더 많은 비거리로 정확한 결과물을 가져왔다. 토니 피나우의 짧은 백스윙 또한 철저한 선택이었을 뿐, 짧은 백스윙이 긴 백스윙보다 낫다고 할 수가 없는 것이다.



가장 좋은 스윙은 가장 좋은 샷의 밑거름일 뿐, 샷의 결과물을 담보하지 않는다. 그리고 골프는 좋은 샷을 가진 골퍼가 유리하다. 그래서 우리는 다른 골퍼의 스윙을 평가할게 아니라, 샷을 평가해야 한다. 그의 치킨윙을 지적하는 것이 아니라 높은 탄도와 짧은 비거리를, 때로는 오른쪽으로 향하는 슬라이스 구질을 지적해야 한다. 치킨윙을 가지고 있는데 드라이버로 280m를 보내는 골퍼의 스윙을 지적할 수 있겠는가.


이제는 스윙이 아닌 샷을 보고, 샷을 평가하자. 공이 멀리 가지 않음을 지적하고, 공의 탄도와 방향성을 지적해 보자. 그것이 올바른 지적이며 우리 또한 나아가야 할 방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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