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을 눌러 치는 이유와 수평 타격의 이미지, 그리고 파워 페이드
앞서 공을 눌러 치기 위한 조건에 대한 글을 써서 올렸다. 2편을 작성하다가 잠시 저장해 두었는데, 무언가 스윙의 요소에 대해 이야기하기 전에 눌러 치는 이미지를 먼저 가져가는 것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눌러 치는 이미지가 선명하면 생각보다 공을 눌러 치는 스윙이 쉬울 수 있다. 특별한 스윙의 조건을 달지 않아도 내가 갖고 있는 스윙에서 공을 눌러 치는 이미지를 충분히 가져갈 수 있다는 말이다.
공을 눌러 친다는 건 생각보다 간단한 이미지이다. 클럽 헤드에 공이 닿는 시간을 최대한 길게 가져가는 것이다. 처음 골프를 시작할 때 골프공을 갖고 놀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는데, 실제로 골프공을 주머니에 넣고 만지작거리고 바닥에 튕겨보기도 하고 벽에 던져보기도 하면서 골프공에 대한 이미지를 만드는 시간을 가진 것이 큰 도움이 되었다. 배구공, 축구공, 테니스공에 비해 골프공은 많이 딱딱하고 크기에 비해 꽤 무겁다. 탑볼을 몇 번 쳐본 초보라면 아마 골프공이 쇳덩어리 또는 쇠구슬처럼 느껴지기도 했을 것이다. 골프는 바닥에 있는 정지된 공을 타격하는 스포츠인데, 바닥에 있는 쇳덩어리를 강하게 타격한다는 생각을 갖고 공을 치면 나도 모르게 공을 칠 때 힘이 들어갈 수밖에 없다. 골프는 딱딱한 공을 딱딱한 클럽으로 있는 힘껏 치는 스포츠가 아니다. 골퍼라면 누구나 아는 것처럼 부드러운 스윙은 공을 ‘때리는’ 것이 아니라 클럽을 ‘휘두르는’ 것이다. 나는 클럽을 휘둘렀을 뿐인데 스윙 중간에 하필 공이 있어 맞아 나가는 것뿐이다. 이런 스윙 이미지를 위해서 골프공이 굉장히 가볍고 통통 잘 튀는 공이라는 이미지를 갖는 것이 좋다. 그래서 평소에 공 하나를 주머니에 넣고 다니며 만지작거리면서 바닥에 튕겨보기도 하고 벽에 던져보기도 한다. 우레탄 소재로 만들어진 껍데기가 일견 단단해 보이지만 굉장히 잘 튀어 오르고, 생각만큼 아주 무겁지도 않다는 것을 느껴야 한다. 그래야 클럽을 휘둘러 공을 맞히는 일이 가볍고 간단한 일이 될 수 있다. 단단하고 무거운 공을 강하게 타격하기 위해서는 ‘강한’ 스윙이 요구되는데, 이는 우리에게 필요한 ‘빠른’ 스윙과는 정반대의 이미지이다. 그래서 오함마를 휘두르는 이미지보다는 얼라이먼트 스틱을 휘두르는 이미지가 오히려 장타에 도움이 된다. 실제로 장타 선수들이 사용하는 샤프트의 무게가 가벼워지고 있음을 기억하자. PGA 선수들의 샤프트는 여전히 무거운데, 그것은 거리보다는 일관성이 더 요구되기 때문이다.
공을 가볍게 타격하는 이미지를 가지는 것이 공을 눌러 치는 이미지에 또한 중요한 이유는, 그래야 공이 찌그러지는 이미지를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쇠구슬을 헤드로 타격해 찌그러뜨릴 수 있겠는가. 공이 클럽 헤드에 묻어나간다는 이미지를 갖기 위해서는 클럽 헤드로 공을 타격했을 때 공이 찌그러지면서 헤드에 붙었다가 튕겨져 나가는 이미지로 스윙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서 임팩트를 표현할 때 ‘점’이 아니라 ‘구간’이나 ‘선’의 이미지로 표현하는 것이다. 임팩트 구간이란 표현은 클럽 헤드의 스퀘어에 대해 설명할 때 많이 사용되는 용어지만, 지금은 클럽 헤드에 공이 오랜 시간 묻어 있다가 나가는 이미지를 갖는데 필요한 용어로 정의해 보도록 하자. 단단한 공을 순간적인 힘으로 ‘빵’하고 치는 것이 아니라 부드럽고 탱탱한 공을 쳐서 찌그러졌다가 복원되는 힘으로 공이 멀리 간다는 이미지를 갖고 스윙을 하면, 좀 더 눌러 치는 이미지를 갖는데 유리할 수 있다.
이제 스윙에 대한 이야기를 할 차례다. 공을 눌러 치기 위해서는 클럽 헤드의 로프트가 기존의 로프트보다 세워진 상태에서 공이 맞는 것이 중요하다. 핸드퍼스트의 이미지라고 생각하면 편하다. 공을 퍼올린다는 이미지는 공을 눌러 치는 이미지와 정반대의 이미지이다. 프로들의 속칭 ‘2단 점프’하는 공의 움직임은 핸드퍼스트로 공이 맞은 상태로 낮은 탄도로 날아가다가 백스핀으로 인해 순간적으로 탄도가 높아지면서 비행기처럼 날아가는 것을 가리킨다. 핸드퍼스트를 최대한 오래 유지하면서 공에 클럽 헤드가 오랜 시간 묻어있도록 하는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 내가 추천하는 방법은 바로 수평 타격의 이미지이다. 수평 타격에 대한 이야기는 한 번 정도는 들어봤으리라 생각한다. 수평 타격은 특히 드라이버 같은 긴 클럽에 잘 적용되는데, 핸드퍼스트 이미지를 갖기 쉽고 클럽 헤드가 닫히는 이미지를 쉽게 그릴 수 있다. 비교적 여유 있는 공간에 편안하게 서서 클럽을 잡고 어깨 선상에 팔을 위치시킨 후 골반을 가볍게 고정하고 엘투엘 스윙으로 클럽을 휘둘러보자. 클럽 샤프트와 팔의 평면이 일치하면서 클럽 헤드가 열렸다가 닫히는 스윙이 눈앞에 그려질 것이다. 클럽을 휘두르면서 움직임에 익숙해졌다면 이제 상체를 숙여 척추각을 유지한 상태로 골반을 사용하면서 똑같은 수평 타격의 이미지로 클럽을 휘둘러본다. 실제 공을 치는 스윙도 해보면 좋다. 수평 타격의 이미지에 골반의 움직임이 더해지면 핸드퍼스트가 쉽게 될뿐더러 임팩트 이후 손과 클럽이 낮게 빠져나가면서 급격하게 인투인 궤도를 그리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스윙 궤도가 간결해지고 그만큼 공을 효과적으로 타격할 수 있다. 임팩트 이후 수직으로 공을 퍼올리는 이미지가 아니라 안쪽으로 낮고 빠르게 빠져나가면서 핸드퍼스트를 최대한 오래 유지한 상태로 공을 눌러치듯이 타격하면 공이 낮은 탄도로 날아가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헤드스피드나 볼스피드가 빠른 골퍼라면 2단 점프를 경험해 볼 수도 있으리라. 급격한 인투인 궤도 때문에 혹 아웃인 스윙궤도 같은 느낌을 받을 수 있으나, 수평 타격의 이미지는 오히려 래깅을 확실하게 하기 때문에 다운스윙에서 인으로 클럽이 들어온다는 것을 확신할 수 있다. 코어의 축을 중심으로 최대한 타원을 원에 가깝게 그리면서 스윙한다는 이미지를 가지면 좋다. 팽이 같은 이미지 말이다.
오른 손목의 언코킹과 리코킹을 위한 손목 관절의 유연성과 근력, 임팩트 후 낮게 빠져나가는 스윙 궤도를 위한 왼쪽 어깨 외회전 유연성이 필요함을 기억해 두자. 손목과 어깨의 유연성은 골프 스윙의 핵심적인 요소임에 분명하다. 내가 오른쪽 어깨 외회전에 목숨 걸었다가 오십견에 걸려 2개월 골프를 쉬지 않았던가. 덕분에(?) 왼쪽 어깨는 안전하게 외회전을 만들 수 있었다. 올겨울에 빈 스윙 많이 해두고, 내년에는 공을 마음껏 눌러 칠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