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스핀 많은 아이언과 백스핀 적은 드라이버가 하나의 공으로 가능하다면
골프를 시작하고 필드 라운드를 다니기 시작하면서 가장 고민하는 것 중에 하나가 골프공의 선택이다. 머리를 올릴 때나 백돌이 시절에야 미련 없이 로스트볼을 잔뜩 사서 백에 넣어두지만, OB가 줄고 스코어가 줄어들기 시작하면 골프공에 대한 고민이 많아지게 된다. 아마추어의 로망인 타이틀리스트 V1부터 메이저 브랜드의 3피스나 4피스, 상대적으로 저렴한 브랜드의 3피스를 선택하거나 2피스를 선택하는 골퍼도 많다. 아마도 가장 많은 고민은 3피스냐 2피스냐일 것이다. 3피스가 더 좋다는 건 아는데, ‘짜장면 한 그릇 값’이라는 별명답게 공 가격이 만만치 않다. 해저드가 있는 파 3홀이나 페어웨이가 좁은 홀에서는 백에서 슬쩍 로스트볼을 꺼내 들기도 한다. 나가도 된다는 생각을 하면 맘이 편해지는지 오히려 티샷이 살아가는 경험도 한다. 나도 세일을 기다렸다가 공을 쟁여놓는 편이다. 중요하거나 맘먹은 라운드에서는 타이틀리스트 v1을 쓰고, 명랑 라운드에서는 스릭슨 3피스를 쓴다. 순전히 개인 취향의 영역이지만 볼빅은 잘 사용하지 않는다. 커클랜드 3피스도 한 때 많이 썼는데, 나에겐 탱탱볼 이미지가 너무 많아서 지금은 사용하지 않는다.
골프공의 선택은 순전히 개인 취향과 가성비의 영역이다. 한 라운드에 공을 1-2개 정도 사용하는 골퍼라면 부담 없이 고가의 3피스나 4피스 공을 사용할 수 있다. 3개에서 4개, 5개가 넘어가면 공값이 꽤 부담이 된다. 비교적 싼 브랜드의 3피스를 찾기도 하고, 가격이 저렴한 2피스에 눈이 가기도 한다. 그런데 왠지 2피스 공을 들고 다니면 동반자에게 눈치가 보일 것 같다. 2피스를 쓰면 괜히 좀 밀리는 느낌이고, 골프를 못 치는 느낌까지 든다. 2피스와 3피스를 선택하는 기준이 오늘의 주제다.
좋은 골프공이란 어떤 것일까? 어프로치나 아이언샷에서는 충분한 백스핀을 확보해 주고, 드라이버 샷에서는 최대한 적은 백스핀을 만들어주는 것이 좋은 골프공의 조건이다. 얼핏 보면 모순된 표현이다. 드라이버는 적은 백스핀, 아이언은 많은 백스핀이 하나의 공으로 가능하다고? 혹자는 어불성설이라고 할지 모른다.
2피스와 3피스의 존재 가치가 여기에 있다. 그리고 상급자일수록 3피스를 선호하는 이유 또한 골프공의 구조에서 찾을 수 있다.
어프로치와 아이언샷에서는 많은 백스핀을, 드라이버샷에서는 적은 백스핀이 가능한 이유는 공을 타격하는 힘이 다르기 때문이다. 어프로치와 아이언샷은 상대적으로 공의 바깥층에 닿고, 강한 드라이버샷은 공의 안쪽까지 타격할 수 있다. 그렇다면 공의 바깥층은 단단하게, 공의 안쪽은 탄성이 좋은 소재를 배치한다면 어떨까? 딱딱한 바깥층을 타격했을 때는 탄성이 적고 마찰에 의한 백스핀이 많은 샷을, 말랑말랑한 안쪽을 타격했을 때는 공이 튕겨져 나가면서 백스핀이 적은 샷을 만들어낼 수 있는 것이다. 골프공의 원리가 여기에 있다.
이것을 이해했다면, 골프공을 선택하는 기준이 명확해진다. 내가 드라이버샷으로 골프공의 안쪽층을 타격할 수 있을 정도의 스피드와 파워가 아니라면 3피스를 사용하는 것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 2피스에 비해 3피스의 바깥층이 단단하기 때문에 공의 탄성을 이용할 수 없고 오히려 드라이버샷의 백스핀과 사이드스핀이 많아지는 결과를 초래하기 때문이다. 반대로 스코어는 백돌이라도 공을 강하게 칠 수 있는 스윙을 가졌다면 3피스를 사용하는 것이 유리하다. 2피스를 사용하는 것은 드라이버샷의 비거리를 만들어줄 수 있지만 어프로치와 아이언샷에서는 런이 많아지고 굴러가는 거리를 예측하기 어려울 수 있다. 그래서 3피스나 4피스 공의 설명을 보면 헤드스피드에 따라 공을 선택하는 기준을 표시하고 있다. 헤드스피드가 빠를수록 3피스나 4피스, 헤드스피드가 느릴수록 2피스를 추천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골프공을 선택하는 기준은 헤드스피드가 전부일까? 절대 그렇지 않다. 내 주변에도 2피스 공을 사용해 70대를 치는 아마추어 골퍼가 있다. 왜 2피스를 쓰시냐고 여쭤보면 순전히 가격이 싸기 때문이란다. 2피스가 백스핀에 불리하지 않냐고 하면 자기는 굴리는 어프로치를 주로 하기 때문에 크게 상관이 없다는 답변이 돌아온다. 2피스 공을 사용하지만 절대 로스트볼을 쓰지 않고 특정 브랜드의 2피스 공만을 사용한다. 한 브랜드의 공을 꾸준하게 사용하는 것이 좋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있을 거다. 같은 2피스, 3피스라고 해도 공의 백스핀이나 특히 퍼팅에서의 느낌이 많이 다르다. 개인적으로 내가 특정 브랜드의 공을 사용하지 않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같은 3피스인데도 마치 2피스인 것처럼 퍼팅할 때 공이 튀어나간다. 어프로치와 퍼팅의 느낌은 주관적이고 감각적인 것이기에 매우 중요하고, 그래서 일관성을 가져가는 것이 유리하다.
드라이버샷의 사이드 스핀이 많다면 3피스보다 2피스가 좋다. 헤드스피드가 늘어나고 어프로치 백스핀이 아쉬워질 때쯤 3피스로 교체하도록 한다. 나의 경우 2피스 공을 사용하면 3피스 공을 사용할 때에 비해 아이언샷이 반 클럽 더 나간다. 어프로치 또한 런이 조금 더 많고, 퍼팅에서도 라이를 덜먹고 튕겨나가는 느낌이 있다. 내가 거리가 많이 나가지 않았을 때도 2피스 공을 사용하지 않았던 이유가 바로 퍼팅에 있었다. 라이를 태우는 퍼팅을 주로 하는 나에게 2피스 공이 도통 맞지 않았던 거다. 2피스와 3피스를 선택했다면 다양한 브랜드의 공을 사용해 보면서 드라이버, 아이언, 어프로치, 퍼팅의 느낌을 모두 고려해 공을 선택한다. PGA 프로 중에는 한 브랜드의 특정 연도에 생산된 공만을 대량으로 구입해 사용하는 프로도 있다. 마치 오래된 웨지나 퍼터를 교체하지 않고 사용하는 것처럼 말이다. 같은 브랜드의 같은 공이라 하더라도 생산연도에 따라 공의 느낌이 다를 수 있다는 것이다. 세계 최정상급 프로들만 느낄 수 있는 섬세함이 아닐까.
라운드 하루 전에 내일 사용할 공을 꺼내 도장을 찍고 퍼팅 라인을 그리는 것은 나에게 하나의 의식으로 자리 잡았다. 진지한 마음으로 내일 라운드를 준비하면서 공을 선택하고 머릿속으로 라운드를 그려본다. 내가 좋아하는 브랜드의 공은 세일할 때마다 충분히 사두고, 동반자들에게 선물용으로 사용하기도 한다. 골프공을 선택하고 사용하는 것은 골프의 또 다른 재미다. 연습장에서 사용하는 1피스 공은 어쩔 수 없겠지만, 퍼팅 연습을 할 때도 가능하면 라운드에서 사용하는 공으로 연습하는 것을 추천한다. 공은, 감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