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킨윙 완전분해하기
구력 9년 아마추어 골퍼로 USGTF를 준비하고 있는 내 골프의 가장 고질적이고 완고한 문제라면 단연 치킨윙이다. 골퍼라면 누구나 한 번은 거쳐가는 의례적인 것이라 생각했던 치킨윙이 8년이 넘게 나를 괴롭힐 줄은 정말 상상도 못 한 일이었다. 레슨도 받아보고 원포인트도 많이 받았지만 스윙의 다른 부분이 좋아지면서도 유독 치킨윙만큼은 고쳐지지가 않았다. 아마추어가 7번 130m를 치면 치킨윙이 있어도 그럭저럭 비거리가 나오는 편이니 신경 쓰지 말고 치라는 조언도 있었다. 하지만 드라이버를 칠 때마다 힘을 다 쓰지 못하는 찝찝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고, 런이 오른쪽으로 구르는 슬라이스를 치는데도 비거리가 200m가 나오니 이걸 펼 수만 있으면 250m도 거뜬하겠다는 희망 고문이 머릿속을 떠나질 않았다. 치킨윙을 고친 지금도 가끔 예전의 샷이 나올 때가 있다. 조금만 긴장하거나 오히려 좋은 세컨샷 찬스를 맞이했을 때 유독 치킨윙이 많이 나오곤 한다. 아직 소뇌에 예전의 스윙 프로그램이 남아 있는 탓이다.
치킨윙을 고치기 위해 정말 열심히 노력했고 정말 많은 책과 영상을 찾아봤다. 스윙 영상을 찍을 때마다 치킨윙에 노이로제가 걸릴 정도였다. 억지로 팔스윙을 조작해서 치킨윙을 고쳐보려고도 시도했지만 연습장에서 드릴로 겨우 교정한 샷이 필드에서 자유자재로 나올 리가 없었다. 동반자가 찍어준 필드 샷 영상을 볼 때마다 8년 전의 그때로 돌아가는 느낌이었다. 골프채 다 팔고 왼손잡이로 전향할까를 고민하는 이유는 전부 치킨윙 때문이었다. 결국 그동안 한 게 아까워 몇 번이고 고민만 하다 돌아섰지만 말이다.
자칭 치킨윙 전문가(?)가 되어버린 지금, 내가 생각하는 치킨윙의 원인은 다음과 같다.
1. 다운스윙 아웃인 스윙궤도. 어깨로 엎어치든, 팔로 엎어치든, 공을 찍어치겠다는 이미지를 잘못 그렸든, 왼쪽 다리가 브레이크를 밟지 못하고 계속 회전을 하든 다운스윙에서 샤프트가 수직으로 세워지는 움직임이 나오면 아웃인 스윙궤도로 볼 수 있다. 아웃인 스윙궤도에서 치킨윙이 발생하지 않으려면 골반 회전이 충분히 일어나면서 양팔이 안쪽으로 뻗어 나오는 팔로 스루를 통해 일명 ‘엄브렐러 피니시’가 완성되어야 한다. 기존과는 조금 다른 느낌의 스윙이고 페이드를 치는데 적합하다. 기존 스윙의 습관이 들어 있는 골퍼라면 이 스윙을 배우는 것이 오히려 더 어려울 수도 있다. 아웃인인데 공을 깎아 치지 않고 그대로 밀어줘야 하기 때문에 움직임 자체가 생소하고 익히기가 쉽지 않다. 물론 익히면 일관성과 비거리를 모두 확보할 수 있는 좋은 스윙임에는 틀림없다. 그렇지 않으면, 모두 치킨윙이다.
2. 임팩트 시 클럽 페이스가 스퀘어 하게 유지되어야 한다는 마인드. 치킨윙의 원인 중에 이게 최악이다. 다운스윙이 인아웃 스윙궤도로 정상적으로 내려와도 이 마인드로 공을 치면 여지없이 치킨윙이 발생한다. 클럽 스피드가 급격히 감소하고 스윙 시에 힘을 전혀 쓸 수 없으며 로테이션이 일어나지 못하기 때문에 비거리 손실이 엄청나다. 핸드퍼스트니 공을 찍어치니 하는 말들은 모두 잊어라. 절대 불가능하니까.
3. 기타 등등 etc. 나의 경우가 여기에 속했다. 오른팔로 클럽을 휘두를 힘이 부족해 왼팔로 클럽을 잡아당기는 스윙으로 인해 발생하는 치킨윙이다. 헤드 페이스를 절대 닫을 수 없기 때문에 채가 길어질수록 오른쪽으로 휘어지는 푸시 슬라이스 구질이 발생한다. 인아웃 스윙궤도를 신경 쓸수록 푸시가 심해진다. 오른팔 전완으로 로테이션을 해주어야 하는데 전완근의 힘과 운동 신경이 모두 부족한 형태. 정말 드문 일이다. 브런치스토리를 보고 한의원에 오시는 분들이 계시는데, 비슷한 원인인 경우가 있었다. 동일하게 왼손잡이 반대스윙인 경우다.
세 번째 특이한 이유를 제외하고, 앞의 두 가지 이유가 치킨윙의 대표적인 원인이 된다. 치킨윙으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는 슬라이스 구질과 높은 탄도, 그리고 비거리의 극심한 손실이다. 본인 스윙이 치킨윙인데 비거리가 충분하다면 굳이 치킨윙을 교정할 필요가 없을 정도다. 치킨윙이 있는 골퍼는 대부분 드라이버 200m를 넘기기 힘들다. 7번 아이언은 보통 110m에서 120m 정도다. 비거리 손실이 극심하기 때문에 스코어가 나오기가 쉽지 않다. 일관성 있는 슬라이스라면 오조준으로 해결할 수 있는 거 아니냐고 할 수도 있지만, 그 오조준도 정도가 있다. 사이드 스핀으로 인해 끝에서 미친 듯이 휘어버리기 때문에 거의 런이 오른쪽 90도로 구른다. 애초에 오조준이 가능할 리가 없다. 힘 빼고 툭 쳤다가 똑바로 가기라도 한다면 재앙이니까.
우선 아웃인 스윙궤도는 이유를 쓰면서 쓴 해결책을 제외하면 헤드스피드가 날 수 없음을 기억해야 한다. 아무리 빨리 휘둘러도 아웃인 스윙궤도로는 일정 스피드를 넘기기가 힘들다. 치킨윙이 비교적 골프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은 골퍼에게 많이 발생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골프채를 강하게 휘두르지 못하는 것이다. 골프를 치다 왼쪽 갈비뼈에 금이 간 골퍼를 주변에서 간혹 만날 수 있는데, 90% 이상이 치킨윙이 원인이었다. 강하게 휘두를수록 왼쪽에서 막히면서 그 충격이 견갑골을 통해 갈비뼈로 전달된다. 충격이 누적되면 갈비뼈에 금이 가거나 전거근 등 주변 근육의 통증이 발생하는데 골프 연습을 하지 못할 정도의 극심한 통증이 발생하기도 한다. 연습을 쉬면 통증이 덜해지는데 연습을 재개하면 또 통증이 발생하니 골프에 재미를 붙이지 못하게 만드는 요소가 된다. 언제까지 어프로치와 퍼팅 연습만 할 수는 없는 노릇 아니겠는가.
두 번째 이유를 설명하기 전에, 무한도전과 함께 국민 예능이라 불리는 ‘1박 2일’을 즐겨보시는 시청자가 계실까 모르겠다. 시즌1 방송 중에 멤버들끼리 탁구를 치는 장면이 화제가 되었던 적이 있다. 온몸을 던져서 탁구를 치는데 잘 치지를 못하니까 그 모습이 웃음을 유발한 거다. 나도 그 장면을 정말 재밌게 봤던 기억이 있다. 치킨윙의 원인을 분석하면서 처음 탁구를 치는 사람들에게 이런 현상이 동일하게 나타난다는 점을 알게 되었는데, 그것은 바로 탁구채를 공에 갖다 대는 동작이다. 탁구채를 휘두르지 못하고 공이 날아오는 궤도에 맞추어 탁구채의 면을 공에 갖다 댄다. 탁구공과 고무의 탄성으로 공이 튕겨져 나가는데, 방향성만 일정할 뿐 공을 강하게 칠 수도 없고 공이 강하게 나가지도 않는다. 말 그대로 스매시 찬스인데 상대방도 실력이 비슷하다 보니 그 약한 공에 또다시 탁구채의 면을 갖다 대는 동작을 취한다. 약하디 약한 랠리가 이어지다가 결국 한쪽이 참지 못하고 강하게 공을 때리다 탁구공이 밖으로 나가면 지게 되는데, 말 그대로 탁구가 인내심을 겨루는 경기가 되어버리는 꼴이다. 공을 강하게 치고 싶어서 몸을 확 돌리다가도 그 스피드를 다 죽이고 탁구채를 공에 갖다 대는 모습이 우스꽝스럽기 그지없다.
탁구를 처음 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이토록 길게 쓴 것은, 치킨윙의 두 번째 원인이 이 마음과 완전히 동일하기 때문이다. 임팩트 시에 클럽 페이스가 똑바로 맞아야 한다는 강박 관념 때문에 클럽 헤드의 특성을 전혀 이용하지 못한다. 헤드를 스퀘어 하게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백스윙과 다운스윙을 통해 축적되고 빨라진 스피드가 임팩트 시점에서 완전히 죽어버리고 만다. 클럽 페이스를 통제할 수 있다는 잘못된 생각이 약한 임팩트와 치킨윙이라는 결과를 만들어내는 꼴이다. 채가 길어질수록 헤드 페이스 통제가 어렵기 때문에 슬라이스가 심해지거나 흔히 말하는 뽕샷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임팩트에서 헤드 페이스가 스퀘어 하게 멈춰버린다면, 헤드 스피드와 로테이션의 힘을 완전히 0으로 만들어버리게 된다. 절대로 비거리가 날 수가 없고, 클럽을 강하게 휘두를 수가 없다.
치킨윙을 효과적이고 근본적으로 고치는 방법. 이제 눈치를 채셨으리라 생각한다. 바로, 빠르고 강한 빈 스윙이다.
뭐가 그리 간단한 방법이냐고 생각하실 수 있다. 여기서 글을 읽는 것을 중단하시는 분도 계시려나 모르겠다. 이제부터 빠르고 강한 빈 스윙이 왜 치킨윙을 고치는 근본적인 방법이 되는지를 설명해 보겠다.
치킨윙을 전혀 경험하지 않는 골퍼가 있다. 머리를 올릴 때부터 백돌이를 벗어나고, 공을 정타로 잘 치는 골퍼들이다. 야구 등 주변 운동을 했거나, 운동 신경이 좋거나 힘이 좋은 골퍼인 경우가 많다. 이 골퍼들의 공통된 특징은, 바로 헤드 스피드가 빠르다는 것이다.
치킨윙을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포인트가 여기에 있다. 치킨윙은 본질적으로 헤드 스피드가 느려지는 것이 핵심이다. 치킨윙이 나타나는 골퍼는 대부분 클럽을 강하고 빠르게 휘두르지 못한다. 빈 스윙으로 클럽을 빠르게 휘둘러보면 바로 알 수 있다. 구력이 길어지고 스윙이 익숙해지면서 치킨윙이 없어지는 골퍼가 많은 이유가 헤드 스피드가 빨라지면서 클럽 헤드를 컨트롤할 수 없어지는 순간 치킨윙이 없어질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이점이 중요하다. 클럽 헤드를 스퀘어로 유지하려는 의지가 자의든 타의든 없어지는 순간, 치킨윙은 사라지게 된다.
치킨윙을 교정하기 위해서 무거운 연습기를 권하는 경우가 있는데, 난 그다지 선호하지 않는다. 무거운 연습기는 잡아당기는 스윙을 할 수 없게 만들기 때문에 치킨윙을 없애는데 도움이 될 수 있지만, 그게 이어지려면 실제 클럽도 그 정도의 무게나 무게감 - 주관적인 - 이 있어야 한다. 연습기를 휘두르는 것처럼 실제 클럽을 휘두를 수 없으면 연습 스윙 때는 나타나지 않던 치킨윙이 실제 스윙에서 나타나게 된다. 그래서 연습기도 실제 클럽과 비슷하거나 가벼운 것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빈 스윙이니 어드레스도 특별히 중요하지 않고, 있는 힘껏 휘두르는 것이 중요하다. 클럽 페이스를 통제할 수 없을 정도로 힘껏 휘둘러본다. 클럽 페이스를 임팩트 순간에 스퀘어로 유지한다는 생각 자체를 버려야 한다. 휘두르는 중에 저절로 맞아나가는 것이다. 그래서 프로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이야기가 있지 않은가. 스트레이트라는 구질은 없다고. 푸시 드로우나 풀 페이드가 일반적인 구질인 것이다. 똑바로 가는 공은 없다. 그리고 똑바로 가는 것이 좋은 것도 아니다. 드로우든 페이드든 일정한 사이드 스핀은 바람을 이겨내는 방법이 되고, 일정한 구질은 스코어를 내는 핵심이다. 내 공은 절대 왼쪽(오른쪽)으로 가지 않는다는 확신이 골퍼에게 얼마나 확신을 주는지는 체험해 본 사람만이 안다.
시즌이 끝나는 겨울이 왔다. 얼어버린 필드를 접고 동계 훈련에 매진할 때다. 나처럼 인도어 연습장을 고집하는 골퍼는 아무래도 연습 빈도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주차장이든 공터든 빈 스윙으로 연습량을 채울 수 있다. 치킨윙으로 2024년을 고생했던 골퍼라면 있는 힘껏 빈 스윙을 시작해 보자. 하루 100개에서 300개, 프로지망생은 하루 500개 이상을 빈 스윙 한다고 한다. 헤드 페이스를 잊어버리고 있는 힘껏 휘두르다 보면, 왼쪽 팔이 멋지게 펴져 있는 내 골프 스윙을 확인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