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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목이 먼저일까, 하체가 먼저일까

손목의 힘을 빼지 않으면 안 되는 이유

by 골프치는 한의사

지면 반력에 대한 이야기가 골프 레슨 유튜브를 휩쓸고 간 후, 다시금 손목이나 어깨, 흉추턴에 대한 레슨이 슬금슬금 그 머리를 내밀고 있다. 당연한 수순이다. 유튜브를 보는 아마추어 골퍼의 입장에서는 하체만큼이나 손목, 어깨, 흉추의 움직임 또한 궁금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내가 제일 싫어하는 말이 ‘자연스럽게’라고 하지 않았던가. 절대 골프 스윙은 자연스럽지 않다. 골프 스윙이 자연스러우려면 정말 많은 선입견과 오해, 편견을 이겨내고 골프 스윙을 있는 그대로 볼 수 있어야 한다. 빈 스윙 1만 개 하기 프로젝트 등이 그렇다. 빈 스윙을 하루 300개씩 30일, 9천 개 이상 하게 되면 많은 선입견과 오해가 사라지게 된다. 그런데 그렇게 하는 골퍼가 많지 않다. 그래서 골프가 어렵다.


최근 브런치에 릴리즈와 로테이션 관련 글을 많이 올렸다. 손목의 움직임, 프로 골퍼를 진료하면서 찾아낸 공통적인 등근육, 그리고 릴리즈와 로테이션에 대한 이야기까지. 이전의 글들과 달리 릴리즈와 로테이션, 손목의 움직임에 대한 글들은 나란히 브런치 상위 조회수를 차지하고 있다. 그만큼 손목의 움직임과 릴리즈, 로테이션에 목마른 골퍼가 많다는 이야기다. 유튜브나 레슨에서 그 답을 찾기가 정말 어렵다. 이유는 간단하다. 레슨 프로들은 주니어 때부터 그 연습을 해왔기에 움직임에 익숙하고, 그 움직임이 너무나도 자연스럽기 때문에 따로 가르칠 필요를 느끼지 못한다. 그리고 손목의 움직임에 대한 영상을 올리면 골프를 손목으로 치라고 가르치는 프로라는 오명을 쓸 수 있기 때문에 조심스럽다. 그래서 나 같은 아마추어 골퍼나 이런 이야기를 쓸 수 있는 거 아니겠는가. 그래도 잘 찾아보면 손목의 움직임에 대해 가르쳐주는 영상이 예전보다는 많이 늘었다. 나 또한 도움을 받는 부분이다.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손목이 부드러워야 비거리를 낼 수 있다. 손목에 힘을 빼고 치면 된다가 아니라, 손목에 힘이 빠져야 공을 잘 칠 수 있다. 손목은 최대한 부드러워야 한다. 릴리즈와 로테이션이 익숙지 않은 골퍼가 손목에 힘을 빼라는 말을 어렵게 느끼는 이유는 손목에 힘을 빼라는 말과 그립의 악력을 가볍게 하라는 말을 혼동하기 때문이다. 그립의 악력은 분명 부드러워야 한다. 하지만 손목에 힘을 빼는 것보다는 그립의 악력이 조금 더 강할 수밖에 없다. 클럽을 빠르게 휘두르려면 채를 놓치지 않기 위해서 악력이 가해지기 때문이다. 그립의 악력에 대해서는 전에 썼던 글을 참고하면 도움이 되리라 믿는다. 결론만 간단하게 이야기하면, 그립의 악력은 수동적이다. 내가 그립의 악력을 미리 설정할 필요는 없다. 그리고 스피드가 빨라질수록 그립의 악력은 당연히 강해지고, 그립의 악력이 강해지는 변화는 백스윙이 아니라 다운스윙에서 일어난다. 어드레스에서 그립의 악력을 고려할 필요가 전혀 없다는 뜻이다. 그래서 그립의 악력은 내가 능동적으로 설정하는 것이 아니다. 철저하게 헤드스피드에 따라 수동적으로 결정되는 것이라 생각해야 한다.


요즘 반가운 레슨 트렌드는 절대 클럽을 던지면 안 된다고 가르치는 프로가 늘었다는 것이다. 근육과 관절의 움직임을 공부해 보면 클럽을 던지는 행위 자체가 그립의 악력을 강하게 만들고 부드러운 스윙을 어렵게 만든다. 스쿼팅에 대한 글을 쓸 때도 ‘밟는다’와 ‘딛는다’의 단어 선택의 차이에 대해 기술했었지만, ‘던지는’ 것이 아니라 ‘휘두르는’ 것이다. 클럽을 휘두를 때는 클럽을 던질 때에 비해 그립의 악력이 강하게 작용하지 않아도 된다. 클럽을 던지는 이미지와 클럽을 휘두르는 이미지가 완전히 다르기 때문이다. 이 주제는 다음 글에 쓰려고 준비하고 있다. 클럽을 던지는 것과 클럽을 휘두르는 것은 임팩트 후 팔로 스루에서 클럽 헤드가 움직이는 이미지가 완전히 달라지기 때문에 철저하게 구분할 필요가 있다. 클럽은 던지면 안 된다. 휘두르면 된다.


다운스윙에서 손목을 부드럽게 사용하는 동작은 도끼질과 정확히 일치한다. 그런데 이 이미지가 또 어렵다. 진료를 하다 보면 환자분께 시범을 보여드릴 때가 있는데, 임팩트백을 도끼질하듯이 강하게 내리쳐보라고 하면 생각보다 잘 내리치지 못하는 환자분이 많다. 이 동작을 어려워하는 분들의 공통점은 단 한 가지다. 클럽 헤드 끝으로 내려치지 못하고 칼로 내리찍듯이 샤프트로 내리친다. 그래서 도끼질 이미지가 어려우신 분들은 손도끼질의 이미지를 가져가시면 도움이 된다. 도끼 자루로 내려치는 것이 아니라 도끼날, 헤드 끝에 모든 힘을 실어 내리치는 것이다. 이 이미지가 있어야 클럽 헤드가 늦게 따라오지 않고 오히려 다운스윙에서 선행하면서 가속도에 의해 공을 빠르게 타격할 수 있다. 헤드 끝으로 공을 친다는 이미지가 매우 중요하고, 그것이 가능하려면 손목의 움직임이 매우 부드러워야 한다.


손목에 힘을 뺀다는 이미지는 도끼질에서 도끼날의 움직임을 간섭하거나 방해하지 않는다는 뜻으로 이해해야 한다. 도끼를 꽉 쥐고 있으면 도끼날이 빠르게 움직일 수 없다. 오히려 도끼를 놓치지 않을 정도로만 가볍게 쥐고 도끼날 끝으로 장작을 팬다는 이미지를 갖는 것이 손목을 부드럽게 하는데 도움이 된다. 다운스윙에서 손목의 언코킹은 최대 범위로 이루어져야 한다. 손목 관절의 유연성이 부족하거나 손목에 힘을 줌으로써 가동 범위를 제한시키면 클럽 헤드로 공을 강하게 내려칠 수 없고, 헤드 페이스 또한 닫을 수 없게 된다. 클럽 헤드를 손목의 힘으로 통제하려는 의도적이거나 의도적이지 않은 움직임이 클럽 헤드를 감속시키고 페이스가 열리게 되는 근본적인 원인이 된다.


도끼질이 익숙해졌다면 똑같은 움직임을 옆으로 해보면 된다. 다운스윙 모션과 같이 오른쪽에서 왼쪽 아래로 강하게 내리찍는 것이다. 찍은 후에 로테이션이 일어난다는 점만 알고 있으면 된다. 돌리면서 찍는 게 아니라 찍고 나서 돌아가는 것이다. 그래야 손목으로 로테이션을 하려는 의도가 사라지게 되고, 아무 생각 없이 임팩트백을 강하게 내려찍을 수 있게 된다.


이제 손목의 움직임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에 답을 해야 할 때다. 아마추어 골퍼는 손목의 움직임이 먼저일까, 하체의 움직임이 먼저일까? 나는 당연하게도 손목의 움직임이 먼저라고 생각한다. 일정한 스윙 궤도를 만들어놓지 않은 상태에서 하체를 쓰게 되면 스윙 궤도가 흐트러지고, 시퀀스가 일정하지 않게 된다. 이렇게 생각해 보자. 손목만으로 공을 강하게 칠 수 있게 되었다. 그런데 하체를 쓰면 스피드가 더 빨라질 텐데? 내 손목의 움직임은 하체에서 전달된 힘을 받아서 더 빨라진 헤드스피드를 감당할 수 있나? 더 빠르게 휘둘러도 같은 궤도와 같은 움직임으로 공을 타격할 수 있나? 이게 내가 생각하는 골프 스윙의 순서다. 팔스윙을 일정하게 만들어 놓고 하체에서 오는 힘을 전달해 그 스피드를 극대화시킨다. 이게 골프 스윙에 더 빠르게 익숙해지는 방법이다. 하체를 쓰면서 들쑥날쑥한 스윙 궤도를 만들어내는 것보다, 일정한 스윙 궤도를 만든 다음 그 스피드를 극대화하는 방법을 찾는 게 실력이 더 빠르게 느는 방법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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