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드스피드보다 더 중요한 스매시팩터
내가 다니는 인도어 연습장은 3층으로 구성되어 있다. 평소 퇴근하고 차를 몰아 연습장에 도착하면 저녁 9시쯤 되는데, 3층에만 겨우 자리가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숏게임이나 어프로치 거리 맞추는 건 포기하고 샷위주로 연습을 주로 하는데, 날씨가 꽤나 추워졌는지 어제는 1층에도 자리가 남았다. 숏게임과 어프로치까지 알차게 연습하고 집으로 가는데, 시즌이 끝나고 동계 훈련의 시기가 되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골프클리닉도 가을 시즌 중에는 환자가 적다가 최근 다시 늘어나는 추세다. 빚내서라도 간다는 가을 골프가 끝나고 그동안 참고 있던 통증을 치료하러 한의원에 오는 환자들이다. 당분간은 라운드도 연습도 하지 않을 거라며 치료에 집중하겠다고 한다. 스윙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며 열심히 치료하다 보면 하루가 훌쩍 지나간다.
동계 훈련의 키워드는 단연 비거리 향상이다. 골프클리닉에 오는 환자들도 가을에 힘쓰다 허리가 나갔다며 내년에는 안정적으로 비거리를 내봐야겠다는 말을 제일 많이 한다. COVID-19 이후 골퍼들의 평균 연령이 감소하면서 피지컬이 좋아졌고, 그에 따라 평균 비거리도 상승하는 경향을 보인다. 드라이버로 230에서 250m까지 친다는 아마추어를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비거리를 향상시키기 위해 우리가 연습해야 할 것은 무엇일까? 많은 골퍼가 헤드스피드의 향상을 목표로 하고, 그것에 집중해 연습을 한다. 맞는 말이다. 헤드스피드가 빨라야 공을 멀리 칠 수 있고, 헤드스피드를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손목의 유연성과 어깨 가동 범위 증가, 오른쪽 어깨 외회전 유연성, 흉추 가동 범위 증가, 스쿼팅과 지면 반력에 대한 이해, 체중 이동 등 많은 요소가 필요하다. 무거운 연습기를 휘두르며 몸을 쓰는 감각을 익히고, 가벼운 연습기를 빠르게 휘둘러 세게 가 아닌 빠르게 휘두르는 느낌을 습득한다. 두 가지 연습기를 번갈아가며 사용하면 내 스윙이 어떤 부분이 부족한지를 쉽게 알 수 있다. 나의 경우 입문 초반에는 오렌지휩 등 무거운 연습기를 주로 구입하고 사용했는데, 최근에는 가벼운 연습기를 주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휘두르는 느낌을 많이 받기 위해서다. 몸에 집중하다 보니 팔이 너무 느려져서 긴 채로 갈수록 헤드를 늦게 닫아 끝에서 오른쪽으로 휘는 공이 많이 나온다. 내가 한겨울 추위에도 인도어 연습장을 가는 이유다. 실내 연습장은 트랙맨이 아닌 이상에 끝에서 휘는 스핀은 잘 잡아주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데 그거 아는가? 많은 아마추어의 헤드스피드가 생각보다 느리지 않다는 사실 말이다. 야구를 했거나 피지컬이 좋고 유연성이 충분한 골퍼들은 구력이 짧은데도 불구하고 헤드스피드가 프로에 비해서도 떨어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빈 스윙으로 드라이버를 휘두르는 것을 보면 250m는 쉽게 칠 것 같은 골퍼가 많다. 골프클리닉에 방문하는 환자들도 치료를 하면서 근육을 만져보면 많은 근육량과 좋은 유연성을 가진 골퍼를 어렵지 않게 발견한다. 물어보면 헤드스피드는 빠르다고 한다. 볼스피드가 느려서 그렇지.
우리가 비거리, 특히 아이언 비거리를 이야기할 때 반드시 기억해야 할 수치가 하나 있다. 바로 스매시팩터다. 스매시팩터는 클럽 헤드에 얼마나 공이 정확하게 맞았는지를 측정하는 수치다. 볼스피드를 헤드스피드로 나눈 값으로, 1.50을 최댓값으로 친다. 1.50을 넘기는 클럽은 대부분 비공인이다. 프로들의 경우 드라이버는 거의 1.50을 기록하고, 아이언의 경우 1.30대에서 1.40까지 나오기도 한다.
스매시팩터는 공이 클럽 헤드에 얼마나 정확하게 맞았는지를 나타낸다. 이때 우리가 기억해야 할 것은, 클럽의 로프트가 세워져 있을수록 스매시팩터가 높게 측정된다는 원리다. 드라이버의 최대 수치를 1.50으로 정해놓으면, 우드나 유틸, 아이언의 경우 클럽 로프트가 누워있을수록 스매시팩터값이 낮아진다는 것을 뜻한다. 로프트상 웨지의 스매시팩터값이 가장 낮은 이유다.
스매시팩터는 볼스피드를 헤드스피드로 나눈 값으로 측정한다. 스매시팩터가 높다는 것은 볼스피드가 빠르다는 것이고, 같은 헤드스피드로 공에 최대의 힘을 효율적으로 전달했다는 뜻이다. 이점이 중요하다. 스매시팩터의 원리를 알면 같은 헤드스피드로도 비거리를 늘릴 수 있는 것이다.
헤드스피드가 1인 골퍼가 스매시팩터 1.50을 기록했을 경우와 1.40을 기록했을 경우 0.1의 볼스피드 차이가 발생한다. 볼스피드의 차이는 고스란히 비거리의 차이로 드러난다. 정타가 장타보다 중요한 이유다. 아이언으로 오면 더욱 진지해진다. 흔히들 아이언 비거리를 늘리기 위해서는 공을 눌러 쳐야 한다고 가르친다. 핸드퍼스트를 매우 강조하는데, 핸드퍼스트의 양에 따라 아이언 고유의 로프트보다 몇 도 더 세운 로프트로 공을 타격할 수 있게 된다. 로프트가 세워지면 스매시팩터가 증가한다. 이것이 핵심이다.
똑같은 헤드스피드로 볼스피드를 증가시키려면 핸드퍼스트 양을 늘려 공을 눌러치면 된다. 얼마나 눌러치면 되냐고? 우리가 갖고 있는 아이언의 로프트 차이를 생각하면 된다. 대부분의 아이언은 번호에 따라 3-4도의 로프트 차이를 갖고 있다. 그리고 우리는 아이언의 거리를 보통 10m 갭으로 설정한다. 바꿔 말하면, 핸드퍼스트로 아이언의 로프트를 3도만 세워서 칠 수 있으면 아이언의 비거리가 한 클럽 증가한다는 뜻이 된다. 길이가 다르지 않냐고? 과학자라는 별명을 갖고 있는 브라이슨 디섐보가 사용했던 코브라의 원랭스 아이언이 있다. 4번부터 9번까지 모든 아이언 샤프트의 길이가 같은 아이언이었다. 그렇다면 거리 차이는 오로지 로프트의 차이로 낸다는 뜻이 된다. PGA 정상급 프로 선수가 사용했던 아이언이니 아이언의 비거리 차이는 로프트의 차이로 충분히 구분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스매시팩터를 늘리면 비거리를 향상할 수 있다. 그리고 이 원리는 우리가 롱아이언에 접근하는 것을 좀 더 편하게 해주는 효능이 있다. 흔히들 롱아이언은 ‘멀리 치는 채’가 아니라 ’멀리 가는 채‘라고 가르친다. 똑같이 치면 멀리 간다는 뜻이다. 나를 비롯한 아마추어 골퍼들이 제일 싫어하는 말이기도 하다. 안 맞는데 어떻게 똑같이 치라는 건가? 롱아이언 정타를 치는 게 그렇게나 어려운데 말이다. 하지만 스매시팩터를 이해하면 롱아이언이 멀리 가는 채라는 사실을 좀 더 이론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똑같이 휘두를 수만 있다면 로프트가 비거리를 보장해 줄 수 있다는 뜻이다. 좀 더 힘을 빼고 롱아이언을 가볍게 휘두를 수 있는 심리적 안정감을 줄 수 있으므로, 스매시팩터를 이해하는 것은 여러모로 좋다.
동계 훈련 연습 과제가 하나 늘었다. 아이언을 눌러 쳐보자. 핸드퍼스트 양을 늘려서 로프트를 세워 쳐보자. 똑같은 헤드스피드로도 아이언을 한 클럽 더 보낼 수 있다. 3도만 세워칠 수 있다면 말이다.